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이후 1년, 아직과 이미 사이에서
난다(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지금도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하면 우중충한 하늘이나 조용한 교실에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떠오른다. 언제나 잠은 부족했고, 시험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였다. 배움의 즐거움보다는 문제를 풀고 점수를 올리는 연습에 더 익숙했다. 새벽에 알람소리를 듣고 억지로 잠에서 깰 때마다 생각했다. 주섬주섬 교복으로 갈아입으면서 생각했다. 이 지긋지긋한 학교는 언제까지 다녀야 되는 걸까.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던 그 때, 그 일상과 하루하루는 더 이상 나의 시간이 아니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고 시행된 지 어느덧 1년이 넘어간다. 교문 앞에서 멈추던 인권이 교문으로 등교를 시도한 것이다. 학생인권에 관한 이야기들도 조금씩 조금씩, 밖으로 터져 나오고 웬만큼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제는 학생인권조례가 뭔지, 학생인권이 뭔지, 대충은 알게 되었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를 시작으로, 광주, 서울, 경남, 전북, 충북/충남 등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갑갑한 학교와 교육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학생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끄덕일 수 있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물론 달랑 학생인권조례만 만들어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왔지만 아직 한참 더 가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인권이 과연 교문을 넘어섰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 누구도 확실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교문지도와 체벌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학생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체벌금지 이후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벌점제는 ‘법과 규칙이 살아있는 학교’를 위해 학생들의 숨통을 조이고만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정착화에 나서서 힘써야 할 경기도교육청은 대놓고 산으로 가고 있다. 학생인권이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하기보다 보여주기만을 위한 ‘전시성 사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끊이지 않는 민원과 상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변화를 일궈내기는 커녕 들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이전의 학교가 “뭐 되는 게 있겠어“, “대충 참는 거지”하며 여러 인권침해적인 장면도 그냥 넘어가는 무기력한 모습이었다면, 학생인권조례 이후, 인권은 그런 무기력함에 조금이나마 기운을 북돋아주는 역할을 요청받기도 한다. 적어도 학생인권조례가 그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학생인권조례는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유보’되어 왔던 학생인권,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것조차 ‘금기’였던 학생인권, 그 존재가 꽁꽁 숨겨져 왔던 학생인권의 봉인을 푸는 주문이다.
그렇기에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 학생인권이 지켜지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학교의 익숙한 장면과는 이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 갈피를 못 잡을 수도 있고 좀 헤매기도 할 것이다. 혹은 너무나 뻔한 이야기가 반복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은 ‘살아가는 건지, 그저 살아지고 있는 건지’, 입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아닌 건지, 궁금해 하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보여주지 않고 숨긴 채, 숨죽이며 살라고 요구하는 이 사회를 바꾸자고 말할 것이다. 마침내 우리는 ‘살아가기’를 위한 교육을 만나고 학생인권과 함께 할 것이다.
2011 인천인권영화제 자료집에 실린 글 ^^;
또 여러 글들 짜집기한 글....ㅋ_ㅋ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