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고 싶지 않아.”
- 이딴 교육에 맞서 우리는 ‘발칙하게’ 등교거부를 선언한다. -
지난 3월 한 달 동안만, 네 명의 청소년이 세상을 등졌다. 성적이 떨어졌다,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들다, 더 이상 살기 싫다, 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서. 인터넷 검색창에 ‘모의고사’, ‘자살’이란 키워드를 쳐보니 “시험 땜에 죽고 싶어요.”, “죽어서 다시 태어나면 서울대, 연고대 갈 수 있을까?” 등등의 청소년들의 하소연이 가득하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매일 아침 0교시를 시작으로, 교과서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 상태로 밤 10시까지 꼬박 학교에 갇혀있다. 학교에서 나오자마자 끊임없이 영어단어를 외우며 학원차에 올라탄다. 새벽 1시 쯤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이게 대부분의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의 하루 일과다. 그런데 ‘일제고사’라는 1톤 정도 더 나가는 짐을, 안 그래도 무거워 죽겠는데, 청소년들의 삶 위에 더 얹어놓겠단다. 그렇게 무거운 거 얹어놓고, 하늘을 바라보라고 하는 그들.청소년이라는 이유로, 12년을 넘는 세월을 대학만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현실. 학생이면 얌전히 앉아서 공부나 열심히 하라? 누구를 위한 공부인가? 어른들은 “다 너의 미래를 위한거라”고 하지만, 오늘의 불행이 쌓여 내일의 행복이 된다는 소리가 말이 되는가? 오늘은 죽어나지만, 내일은 다시 살아날거라는 게 말이 되는가?
그 동안 수많은 청소년들이 수많은 죽음으로 소리없이 외쳐온 진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죽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이딴 교육에 맞서 ‘등교거부’로 저항할 것을 선언한다. 그 동안 청소년들의 외침을 외면한 그들에게 우리의 ‘발칙한’ 행동을 보여줄 것을 선언한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선 청소년들만이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는 건 아니다. 지금 같은 시간, 수많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일제고사 시험을 ‘대충’ 보고 있다. ‘오답’을 ‘선언’하고 있다. 오답을 찍고, 시험을 제대로 치르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일제고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학생들의 ‘등교/시험거부’ 하면, ‘거부감’을 가지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거부’는 청소년들의 당연한 권리라는 사실을 전에도 몇 번 얘기했지만, 이 자리를 통해 당당히 밝힌다. 학생은 당연히 학교에 있어야 되고, 시험도 제대로 봐야지-하는 생각은 학생을 그저 교육을 ‘받기만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과 같다. 당당한 교육의 주체인 청소년에게는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교육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교육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 동안에도 비슷한 얘기, 우리는 몇 번 했었다.
청소년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청소년은 시험 보는 기계가 아니다. 청소년은 당신들이 만든 교육을 그대로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들이 외면하고 묻어왔던 청소년들의 권리를 당당히 얘기할 것이다.
앞으로도 일제고사 뿐만 아니라 ‘경쟁경쟁경쟁’ 좋아하는 자사고, 고교300프로젝트, 대입자율화 등등 어이없는 교육정책들이 회오리친다고 한다. 지금도 징계 등의 압박으로 차마 함께 하지 못한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에 갇혀 있다. 암울하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행동할 것이다. 돈 없이도 배울 수 있는,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되는, 청소년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교육을 위해 우리는 행동할 것이다. 당신들이 바꿔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꾼다.
2009년 3월 31일
막장 일제고사 반대를 외치며 등교를 거부하고 오답을 선언한 청소년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