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경기도 교육위원들이 깎은 것은 예산이 아니라 인권이다”
얼마 전에 경기도의 교육위원들 중 8명이 학생인권조례 추진을 위한 예산과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기 위한 예산은 50% 이상씩, 혁신학교를 위한 예산은 전액 삭감하여 사실상 무력화시켜버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고 나서 그 교육위원들은 해명이라며 기자회견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은 ‘역풍’이 심하게 불고 있는 무상급식 관련 예산에 대해서만 사과인 척하는 해명만 했을 뿐, 학생인권조례나 혁신학교 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도 없었다.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은 인권침해와 차별, 경쟁으로 얼룩진 교육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바꾸기 위한 정책이다. 학생인권조례로 학교에서 학생인권을 향상시킬 근거를 마련하고, 무상급식으로 교육의 공공성을 증진시키고, 혁신학교로 과밀학급을 해소하여 소통과 협력을 강화한 새로운 학교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은 ‘진보적 교육감’으로 나섰던 현 경기도교육감의 정책에서 가장 큰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산을 삭감한 8인의 교육위원들은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요즘 굶는 애들이 어딨냐”라며, 무상급식을 당장 추진하지 않아도 급식비 못 내는 학생들은 모두 지원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변명했다. 이걸 어찌하나. 아주 그냥 갑갑하기만 하다. 무상급식은 불쌍하게 굶는 아이들에게 단순히 밥을 먹이자는 게 아니다. 무상급식은 교육의 공공성과 정의, 그리고 인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지, 어느 불쌍한 몇몇 아이들을 구제해주고 지원해주는 식의, 시혜적으로 접근해야할 문제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하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사회에서 당연히 보장해주어야 할 권리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무상교육을 점진적으로 도입하여 모두에게 개방되고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를 마치 “불쌍한 아이들 밥 먹을 돈”을 깎냐 마냐 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교육위원들의 태도에 다시한번 분노를 느낀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밥을 먹고 교육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원칙을 시장논리, 시혜적 접근, 정략적 계산으로 밖에 보지 않는 이들은 교육자로써 자질이 의심스러울 뿐이다.
경기도 지역에서 두발복장규제, 체벌 등 폭력, 강제야자 등등 심각한 학생인권침해들이 벌어지고 있음이 여러 차례 보고된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 추진을 위한 예산을 삭감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반인권적이다. 과밀학급이 학생, 교사, 학부모 사이의 소통을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이며 학생들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교육을 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학교 추진을 위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 또한 학생들의 교육권을 더 향상시키려는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경기도 교육위원들 8명이 저지른 것은 교육위원들(을 비롯해서 모든 공직자들)에게 제대로 된 인권교육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곧 경기도의회에서 예산안을 다시 한 번 심의하게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 등의 정책들은 교육의 공공성과 인권 증진을 위해 꼭 실현되어야 할 과제들이다. 우리는 경기도민들을 기쁘게 할 도의회의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며 도의회에 적극적으로 우리의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교육이라는 공적권리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하는 경기도 교육위원들은 교육자가 아니다.
다산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