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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격, 여자의 격

 

사람의 격, 여자의 격

 

 

몇일 전 읽은 신문에 대략 이런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막말녀와 패륜녀 등이 널리 유포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남자나 연장자가 먼저 가해를 하고 여자들이 그에 대응해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오히려 여자를 마녀사냥 식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여자들은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사회의 고정관념을 거슬렸기 때문이다...’

 

이 사회는 악다구니를 하며 싸우는 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많은 분들이 시장통 등 험한 곳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삶이 전쟁같은 아줌마를 생각할 것이다. 통념적으로 보면 그분들은 찌든 아줌마이지 여자는 아니다.

그런데 이런 통념과는 다른 여자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눈을 부라리면서 상대방을 위협했다면? 아마 지나가는 사람 열의 아홉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여자를 손가락질 할 것이다.

이 사회에서, 사건의 전말이 어떻든지 악다구니를 하고, 욕을 하고, 대드는 여자는 여자가 아니다. 약하고 어여쁜 여자가 아니라, 드세고 싸가지 없고 남자 잡아먹는 여자인 것이다.  

 

예로부터,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옳은 건 옳다고 말하는 사람을 숭상하는 관념이 있다. 불의에 맞선 비타협적인 정신과 그것을 관철하려는 강인한 행동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어는 남자이다. 아무리 숭상받는 행위라 할지라도 여자가 주어가 되려면 여러 가지 옵션이 덧붙여져야 한다. 만약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물에 뛰어들지 않고, 칼로 찔러버렸다면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가 될지 의문이다. 여자가 주어될 경우, 의도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실행하는 방법에 있어서 여성적인 무엇이 묻어있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차이는 크다. 

 

21세기 오늘이라고 해서 다를까?

여자는 옳은 것을 말하거나 불의에 맞서 싸울 때조차도 강하게 맞서는 것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의도는 온데간데 없고, 여자로서의 격을 의심받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누군가가 폭력적 언어와 행동으로 공격할 때조차 격하게 대응해서는 안된다. 이 사회는 폭력에 희생당해 울고 있는 여자의 고통스러운 모습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방어적 대응일지언정 악다구니를 했다가는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해 여론몰이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   

 

옳은 걸 옳다고 말하고, 불의에 맞서 저항하고, 폭력에 맞서 대응하는 것은 사람의 격을 지키는 길이다. 그러나 당사자가 여자일 경우, 여자의 격은 무한정 위태로워진다. 자칫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라, 드세고 독한 여자만 남게 될 수 있으니까. 이 사회는 정의로운 행동, 존경받는 행동도 남녀를 구분한다.

 

사람의 격을 지키기 위해 전해져온 그 많은 경구들을 다시 한번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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