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기] 1. 홍콩의 아파트도 붕괴가 시작되었다

category 홍콩 2013 | Posted by 오씨 부부 | 2013/03/04 13:08


 

몇 년 만의 홍콩인가. 내게 홍콩은 세 번째였다. 1992년, 1997년, 그리고 2013년이니 무려 16년만에 다시 홍콩 땅을 밟게 되었다. 여행 준비하면서 인터넷에서 홍콩 여행기를 검색하니 여전히 쇼핑과 식탐의 성지로 군림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동안 한국도 많이 변해서 웬만한 물건은 서울에서도 살 수 있고, 더 좋고 맛있는 음식도 많다. 홍콩 여행객들이 제일 좋아하는 도시는 서울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행의 진수는 좋아하는 곳을 골라 두고두고 다니는 게 아닌가. 얼마나 변했고, 왜 그렇게 변했는지 보고 싶었다. 

 

한때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을 두고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고 추켜세웠던 분위기가 있었는데 90년대생 친구들은 아시려나 모르겠다. 그 중 홍콩은 오리엔탈리즘적인 색채가 물씬 배어나는 ‘동양의 진주’라는 별명이 붙었다. 100년 전만 해도 지도를 펼치면 베이징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조그마한 반도와 무인도 몇 개였던 홍콩이 1980년대까지 사회주의 중국을 견제하는 조그마한 침 역할을 했었다. 중국이 개혁 개방 정책을 실시하자 광둥성과 연결된 홍콩은 주요 경제 거점이 되었고 지금은 심천과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다. 묵었던 호텔도 신계지를 거쳐 심천까지 들어갈 수 있는 지하철과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 중국 출신으로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홍콩 국적부터 얻는 것이 공식이다. 친일적인 내용으로 문제가 됐던 <색, 계>의 히로인 탕웨이도 <건국대업> 등 국가 프로파간다 영화에 출연하고 나서야 홍콩 국적을 얻고 국제적인 활동을 벌일 수 있었다. 물론 홍콩에서 영원히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홍콩인들의 꿈은 옛적도 지금도 이민이다. 열심히 장사를 하고 돈을 벌어 미국과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것이 홍콩인들의 꿈이다. 그래서 홍콩은 국가도, 도시도 아닌 하나의 거대한 정거장이다.

 

조그마한 땅에서 무역 거점으로서 자본주의를 하려니 홍콩은 돈은 벌 수 있어도 삶의 질로 따지면 형편없는 땅이 되어버렸다. 지금 홍콩의 거주 조건은 최악으로 유엔에서 인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고 경고받을 지경이다. 서울의 널찍한 30평대 아파트는 홍콩에 비하면 극락이고, 도쿄도 홍콩 아파트에 비하면 쾌적한 호텔이다. 지금 홍콩의 하류 계층은 조그마한 방에 철망을 치고 3인 가족이 들어가서 살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홍콩 여행에서 극단으로 추락한 삶의 질을 구제하려는 홍콩 정부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노력에 쓸려나간 운 없는 사람들도.

 

1997년 이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다시 언론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구조조정과 금융 투명성, 개혁개방이 신문 방송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정말 잘라내야 할 거품은 이제 시작도 되지 않았다. 바로 부동산이다. 아파트, 아파트, 너의 아파트... 케세이 퍼시픽을 타고 첵랍콕 공항에 내려 홍콩으로 가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라는 AEL을 타고 들어가자 눈에 띄는 것은 홍콩의 아름다운 경치가 아니라 무시무시한 아파트였다. 사진을 보시려거든 여기서. 사진을 보시려거든 여기서 - 마지막 사진은 건물이 아니라 매트릭스 화면 같다.

 

이런 아파트에서, 조그마한 방을 닭장으로 나누고 또 그 안에서 아이들이 시험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산다. 머물면서 홍콩 텔레비전을 보니 아파트 붕괴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국내에는 단신 처리되었지만 요즘 건물주가 조사를 받는 모양이었다. 머리가 다 벗겨진 할아버지가 나와서 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不合理’라고 대답하는 화면을 볼 수 있었다. 올해 1월에 일어난 사고로 지어진 지 겨우(?) 50년 된 아파트다.

 

전날 밤을 잠도 못 자고 꼴딱 새운지라 부랴부랴 체크인부터 하고, 아파트 대신 호텔 창밖 풍경부터 찍었다. 한쪽 면이 유리로 된 수영장과 바다, 그리고 아파트...아파트 보는 게 지겨워서 서울을 떠났는데 이제 신혼여행 와서 또 보게 생겼다. 남편은 홍콩 아파트가 큐브처럼 각이 진 모양이 평양 아파트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김정일이 북한의 유명한 여배우를 홍콩에 보내 쌍꺼풀 수술을 시켰다는 루머가 생각났다. 홍콩에 보내 수술을 시킬 정도라면 그런 수술만 하진 않았을 것이다. 건축과 기술 면의 또 다른 교류가 있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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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고가도로, 쇼핑몰, 항만, 우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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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둑들>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수영장. 물을 안 채워놔서 그냥 안 갔다.

 

 

전날 밤 세 시간, 비행기에서 한 시간 정도 잔 게 전부지만 짐만 내려놓고 바로 침사초이로 갔다. 시간이 아까워서? 아니다. 배가 고파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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