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뛰어넘은 소통과 시대를 건넌 인연의 잡화점

category 관주와 비점 | Posted by 오씨 부부 | 2017/05/28 19:54


 

<백야행>을 비롯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러 작품들 가운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만큼 그답지 않은 소설이 있을까 싶군요. 갖가지 사연이 시간이나 공간을 뛰어넘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끔 하는 구조나 구성은 이미 익숙한 방식이긴 합니다. 그러나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긴 듯, 어색함 전혀 없이 인연들을 교차시키는 솜씨는 이제 작가가 타이핑할 손가락 끝의 힘을 좀 뺐다고나 할까, 더욱 원숙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소재로 적절히 녹여내는 작가답게 이 작품에서도 길을 몰라 막막한 젊은이들에게 나침반 노릇을 해줄 ‘어른’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이나 고아원의 지원비를 가로채는 실무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고아원에 온 남매, 흥청망청 소비하며 부를 과시하다가 자살하는 부부, 먹고 살기 위해 호스티스가 되어야 했던 여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좀도둑으로 내몰린 청춘들, 부동산 침체와 퇴락한 지방 중소도시 등등이 잔잔히 소개됩니다. 그러나 얼핏얼핏 암시나 짤막한 소개만 하고 넘어가는 정도이지 정면으로 그 문제들을 다루지도 않습니다.

 

작가는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등장인물과 사연들이 모여 인연의 실타래를 만들어 가는 중심에 ‘노인’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하게 합니다. 여러 삶들의 편린들을 따라가다 보면 작고 허름한 잡화점 주인의 인품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해주었음에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따뜻해집니다. 지금의 세상은 이렇게 평범한 도인들의 비범한 소일 덕분에 간신히 버텨 오지는 않았는지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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