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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통제법 국회 통과

한동안 처참한 기분이었다. 어제도 성명서 쓰면서 기분이 확 나빠져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열이 받고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라, 일어나 컴퓨터 하면서 맥주 한캔을 더 마셨다.

오늘 오전에 성명을 냈다. 지난 22일에 통과되었으니 한참 늦었다. 크리스마스 연휴이기도 했지만, 맥도 빠지고 기운이 나지 않았다. 본회의에 통과된 것이 22일이었고, 상임위(과기정통위)를 통과한 것은 11월 30일이니 사실 그 이전부터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법사위를 통과한 21일 직전에 최대한 발악해볼려고 했으나, 예상대로 별 소용이 없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얘기다. 이름도 더럽게 길다. 법안 명칭을 얘기하는 순간,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하는지 막막해진다.

법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다. 그냥 '인터넷 실명제'라고 하지 않고, 굳이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라고 부른다. 용어 문제는 항상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실명제'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찬성할 수 있다. 나도 경우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실명제 하든, 익명제 하든, 필요에 따라 알아서 하도록 놔두라는 얘기다. 왜 정부가 '강제적으로' 실명제를 '의무화'하나?

벌써 2003년부터 나왔던 얘기다.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기자들도 다 안다. (이 때 '안다'는 것이 뭔지 상당히 모호한 것이기는 하다.) 2003년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이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는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는 것으로 집중 포화를 맞고 깨갱하고 들어갔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 반복적으로 얘기를 꺼냈고, 꺼낼 때마다 논란이 되었다. 그리고 일단 선거시기에 국한하여 강제적 인터넷 실명제를 관철시켰다. 계속 얘기하면 사람들이 지겨워진다. 정부는 기어코 법안을 만들었고, 국회는 결국 통과시켰다.

국회의원들이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람들의 안주꺼리로 주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자신들 아닌가. 상임위 공청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고 하지만, 의원들이 뭐가 아쉬워 통과시키지 않겠는가. 이럴 때 참 무력감을 느낀다. 그렇게 국회가 공전이 되도록 서로 치고 박고 싸우다가도, 항상 통과되는 법안들이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권력자들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들이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11월 30일이 며칠 지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변변한 대응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괜히 미안하고, 처참하고, 무력감이 느껴졌다. 어제 성명서를 쓰고,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전전긍긍하면서, 뭔가 해야겠다는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이미 언론에서는 한 해 10대 뉴스를 쓰고 있을 때이니 별다른 효과는 없을지 모르지만, 내일은 정보통신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1인 시위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대응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가 가만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정보통신부에 경고하고 싶다. 너네 내년 복 다 받았다!

실명제도 실명제지만, 이 법안은 전체 시민사회단체들이 관심을 갖고 봐야할 부분이 있다. 물론 진보넷 입장에서는 '진보넷의 정체성'을 걸고 대응해야할 사안이다. 개정안은 정보통신부 장관이 인터넷 상의 표현에 대해 삭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 그 밖의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에 대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이 삭제 명령을 하도록 한 것이다.

그 이전에도 정통부장관이 삭제 명령을 할 수는 있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진보넷에 몇 번 시정권고 요청이 왔으나, 터무니없는 '권고'에 대해 진보넷이 수용할리가 만무하다. 이 때 정통부 장관이 삭제명령을 할 수는 있었으나, 그러한 명령이 내려진 적은 없다. 어느 정도 정치적 부담이 있었을테니까.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할 수 있다'를 '해야한다'로 바뀌었다. 이제 실제로 정보통신부 장관이 삭제 명령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라는 것은 누가 판단하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라는 것을 누가 판단하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판단한다. 누가 그들에게 사법권을 주었나? 그들은 자신들이 '민간단체'라고 주장한다. 진보넷도 민간단체다. 그럼 우리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홈페이지가 음란하니 삭제하라고 하면 삭제할텐가? (정통윤이야말로 표현의 자유를 유린하는 반민주적 단체아닌가? 청소년 교육상 매우 좋지 않다.)
그들은 자신들은 '권고'만 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보통신부 장관이 '명령'을 할 수 있다. 깡패 두목을 등에 업은 양아치가 사람들을 협박하면서 자신은 힘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똑같다.
정보통신부는 자신들은 '내용에 대한 판단을 배제'한다고 말한다. 민간심의기구의 심의를 거치기 때문이란다. 정말 웃기는 짬뽕들이다. 정보통신부는 내용에 대한 판단도 배제하고 삭제 명령을 내린다? 자칭 민간단체는 사실상 사법적 판단을 행사하고?

말이 '불법정보'이지, 이는 사법적인 판단도 없이, 이제 북한 관련된 게시물이나 정부 비판적인 게시물에 대해 정부가 검열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법적인 최종 판단없이, 누가 '불법정보'임을 사전에 결정해서 삭제한다는 말인가? (물론 사법부라고 해서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만.)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 식으로 자기네들이 '불법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표현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큰일이다. 정보통신부 장관의 삭제 명령이 내려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진보넷 만의 문제가 더 이상 아니다. 이전에는 '전기통신사업자' 만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이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와 '게시판 운영자'를 모두 대상으로 한다. 진보넷은 많은 사회단체들과 노조의 홈페이지 호스팅을 하고 있기에 주 대상이 되겠지만,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각 단체도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되었다. 정통부 장관 명령에 불응하면,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것도 한 번이면 감당할 만하지만, 시도때도 없이 떨어질 정통부 장관 삭제 명령을 거부할 수 있을까?

이 법만의 문제가 아니고, 노무현 정부만의 문제도 아니다. 다음에 한나라당이 집권하든, 열린우리당이 재집권하든, '그들 권력집단'은 인터넷에 대한 통제 욕구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그러한 통제에 대해 강력한 저항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우향우하고 있는 것 같아...절망스럽다.



구시대적 검열의 망령이 되살아나는가!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 규탄 성명서

노동악법들이 여야의 야합으로 통과된 지난 22일, 또 하나의 악법이 국회 본회의를 함께 통과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과 정부의 검열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그것이다. 개정안은 정부가 인터넷 상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독소조항으로 가득차있다. 개정안 통과는 국민의 귀와 입을 틀어막으려는 정부와 여야 등 권력집단들의 야합에 다름아니다.

인터넷 실명제, 세상에 본인 확인을 하고 글을 쓰게 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개정안은 공공기관과 주요 포털 및 미디어 사이트를 대상으로 본인 확인을 의무화하였다. 인터넷 실명제의 문제점은 이미 수도 없이 지적된 바 있다.
익명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 권리다. 일부 포털 게시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전 국민에 해당하는 이용자들이 본인 확인을 받고 글을 써야한다는 말인가? 실명제 도입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게시판 상의 명예훼손 등의 문제도 그 근본원인이 사실 ‘익명성’에 있지 않다. 이미 자체적인 실명 확인을 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에서 마찬가지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소위 “개똥녀” 사건 등은 오히려 해당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즉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극대화된 사건이다. 정보통신부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기만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주요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는 전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제도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실명제를 시행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비판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협한다. 현재 주요 포털 사이트는 이용자의 기본정보 뿐만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메일, 게시판의 글, 관심사, 전자상거래 기록 등 개인에 대한 매우 폭넓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들이 본인 확인과 연결되었을 때, 포털 사이트에 의해 야기될 프라이버시 침해는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이미 방대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기관 및 내부자의 악의, 혹은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개인정보 피해사례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개정안은 어떠한 ‘본인 확인’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명시하고 있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개정안은 ‘본인 확인을 위하여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대조 방식’이 이용될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리니지 사이트에서의 대량 명의도용 사태에서 보듯, 이 방식은 악의적인 명의 도용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방식이다.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제한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도 맞지 않는다. 만일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본인 확인 방법을 제안한다면, 이는 주민등록번호 도용을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정보통신부 장관 삭제명령권은 진보적 사회운동에 대한 탄압이다!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하던 ‘불법통신의 금지’ 조항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근거 조항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가져오면서, 정부통신부 장관의 삭제 명령권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시키고 있다.
지금까지도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사실상 자의적인 ‘검열’을 자행해왔다. 우리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역시 일정한 조건 하에 제한될 수 있음에 대해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엄격한 사법적 판단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불법정보’라는 자의적인 판단 하에 시정요구를 해왔으며, 이에 불응할 경우 정보통신부 장관이 ‘삭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허울뿐인 민간기구인 ‘검열기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해체를 주장해왔다. 누가 그들에게 타인의 표현을 삭제할 수 있는 ‘사법적 판단’의 권한을 주었는가? 표현의 자유 쟁취를 위한 오랜 투쟁 끝에 영화에 대한 검열도 폐지된 마당에, 어찌 인터넷에서는 아직도 구시대적 검열이 횡행한다는 말인가?

개정안은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등에 대해 정보통신부 장관의 삭제 명령을 ‘의무화’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장관이 (그리고 이를 심의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불법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도 내려지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 정보통신부 장관의 삭제 명령에 대해 불응했다는 이유로 게시판 운영자 등에서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진보적 사회운동과 정부에 대한 비판 활동을 무력화하겠다는 정부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지금까지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북한 관련 게시물이나 정부 비판적인 게시물에 대해 터무니없는 시정요구를 해왔다. 이제 권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부 장관 명령을 통해 반드시 삭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터져 나오는 민중들의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목소리를 두려워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권력자들임을 이번 개정안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인터넷을 자신들의 감시와 통제 하에 가두고자 한다.
우리는 그들의 인터넷 통제 정책을 단호히 거부한다. 우리는 이번 개정안을 전면 거부할 것이며, 인터넷의 자유가 확보될 때까지 전 민중과 함께 투쟁해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 인터넷 통제법안을 전면 재개정하라!
- 인터넷 실명제를 즉각 폐기하라!
-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해체하고 정부의 자의적인 인터넷 검열을 즉각 중단하라!

2006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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