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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주인찾기 캠페인 - 시즌1 : 인터넷 실명제

네티즌 스스로 인터넷을 둘러싼 문제를 고민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캠페인이 벌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인터넷 주인찾기 캠페인'. 네티즌들이 온라인을 통해 조직되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촛불 시위 과정에서도 두드러지게 드러나기는 했지만, 이번 캠페인은 인터넷 정책에 대해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캠페인은 그 첫번째 주제로 '인터넷 실명제'를 선정하고, 이번 주 토요일인 5월 15일에 컨퍼런스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은 바리가 다른 토론회가 있어서 제가 진경이를 봐야 하는데, 그래서 오래 있지는 못하겠지만 한번 가보려고 합니다.

인터넷 정책의 결정과정, 즉 인터넷 거버넌스에서 이용자의 직접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고민이 되어 왔고 인터넷주소정책기구인 ICANN 에서도 at large membership 이라는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특히 인터넷 주소정책 논의에 이용자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고민을 해 왔지만 초기 인터넷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그러한 모색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지지부진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관심있는 시민이 직접 발언하고,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만, 어쨌든 자발적으로 조직되고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 시작해야함은 분명합니다. 그러한 자발적인 움직임이 없을 경우, 어떠한 구조도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바톤 릴레이에서도 나왔지만,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의 힘으로 당선되었던 대통령이 인터넷을 옥죄는 정책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배신'입니다. 저는 2003년 초에 당시 정통부 진대제 장관이 처음 제기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동아일보와 한나라당이 먼저 제기를 하기는 했었군요. 그러나 당시 정통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했던만큼 노무현 정부, 그리고 현재의 민주당에 더 큰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변희재씨같은 경우는 '인터넷 실명제와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실명을 쓰는 것이 아니고, 주민등록번호 입력이 아니라 I-PIN을 쓰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제도를 인터넷 실명제라고 하는 것은 '왜곡'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는 I-PIN이 아니라 현재의 이름-주민등록번호 대조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포털 친화적인 노무현 정부가 포털의 요구를 수용한 탓이라고 얘기합니다. 이것은 제가 파악하고 있는 맥락하고는 다른데요....저는 인터넷 실명제가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것은 애초에 구상되었던 인터넷 실명제와 다른 정책을 시행하기 위함이 아니라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기만적인 용어 선택이라고 이해합니다. '제한적'이라는 뉘앙스를 부각시키는 것이지요. 그러나 실명을 쓰든, 쓰지 않든 정책의 핵심은 동일합니다. 즉, 글을 쓰기 위해서는 '본인 확인'을 해야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인터넷 실명제(혹은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이름-주민등록번호 대조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본인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겠지요. 오프라인에서 신분증으로 인증할 수도 있고,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수도 있고, 핸드폰 인증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름-주민등록번호 대조방법은 이용자에게 가장 손쉬운 (반면 도용당하기도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만일 도용당하기 쉽다는 이유로 이름-주민등록번호 대조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포털의 이용자는 대폭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인터넷 실명제는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포털도 이름-주민등록번호 대조방법을 배제한 인터넷 실명제를 수용하기도 어려웠겠지만, 정부 역시 그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포털 친화적인 노무현 정부이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라면, 현재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왜 이름-주민등록번호 대조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지 않을까요? 인터넷 실명제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도 이미 제출했는데 말입니다.

저의 이러한 주장이 노무현 정부를 옹호하기 위한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단지 제한적 본인확인제와 인터넷 실명제는 다르다는 변희재씨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앞서 얘기했다시피, 인터넷 실명제를 비롯한 한국의 인터넷 내용 규제 정책(임시조치 제도, 행정기관에 의한 내용 심의, 불법정보에 대한 삭제명령 등)의 기본 틀거리는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에서 (물론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의 검열 문제는 그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그 틀이 닦인 것이며, 이명박 정부는 이전에 만들어놓은 검열의 도구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을 뿐이지요. (물론 정도의 차이를 따지자면 이명박 정부와 그 패거리들은 더 심한 놈들이기는 합니다.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하려 한다든가, 죽어있던 허위사실유포죄를 부활시키는 것을 보면요..)

민주당은 현재까지도 인터넷 실명제 정책에 대한 반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 문방위 소속인 변재일 의원은 정통부 차관 출신입니다.) 2~3년 전에 한국의 인터넷 내용규제(인터넷 실명제, 임시조치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내용 심의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삭제명령 제도)에 대한 대안 논의를 했었고, 소관법률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만들어 민주당측에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법 등에 밀려 계속 발의가 보류되다가, 올해 초에 최문순 의원의 대표발의로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이는 저희가 제안한 안을 민주당이 수정한 것인데, 인터넷 실명제 폐지조항은 삭제가 되었더군요. 최문순 의원에게 인터넷 실명제 폐지와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얘기했고, 최문순 의원도 이에 동의했지만 (지방선거에 바빠서인지..) 아직까지 추가 발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올해 4월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실명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국내 인터넷 정책 수립에서 민주당이 한 역할에 대한 비판에 대해 최문순 의원 정도는 수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것이 민주당 전체의 분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정책 전반에 있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차이도 거의 없다고 봅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인터넷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철학이나 기조 자체가 없다고 봅니다.

올해 아이폰 도입으로 인해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열리는 인터넷 실명제 컨퍼런스도 그러한 맥락에 있다고 봅니다. 다만, 불편한 것 두가지. 하나는 인터넷 실명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역차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 둘째는, 사실 인터넷 실명제 대한 비판은 이미 2003년 정도부터 계속된 것인데, 아이폰 도입이라는 계기를 거쳐서야 사회적으로 문제제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싸워왔던 문제에 대해서 애플은 참 쉽게 해결하는구나...하는 무력감?)

어쨌든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겠지요. 그래도 그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보다, 이번 컨퍼런스와 같은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향을 일으키기를 바랍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과연 이러한 비판적 여론이 실제 법 개정까지 이어질 수 있겠냐는 것이죠. 몇 달 후에 또 '악플 사건' 하나 터져서 도로묵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인터넷 실명제 대안이 얘기가 될텐데 (새드개그맨님이 대안으로 '선택적 실명제'에 대해 발제를 하는군요.), 대안은 '강제적 실명제'를 폐지하는 거라고 봅니다. 더 나아간 대안이라고 하면, 소위 '악플'에 대한 대안일 텐데, 그에 대한 대안은 많을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저는 개별 커뮤니티가 실명제를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마도 선택적 실명제가 그것?) 자신이 아는 사람들만 가입을 받는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만든다면, 이름-주민등록번호 대조 방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오프라인 확인 방식의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이겠죠. 어떤 사이트는 아예 댓글란을 없애고 트랙백으로만 운영할 수도 있겠지요. 본인확인 없이 아이디만 개설하는 것으로 충분한 곳도 있을 겁니다. 각자가 자신의 필요에 맞는 의사소통 시스템을 개발하면 되는 거지요. 그걸 국가가 이렇게 해야한다고 지정할 필요 없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인터넷 주인찾기 캠페인이 인터넷 실명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인터넷 정책을 공론화하는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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