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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여 쓴 책을 그냥 ‘퍼주는’ 사람들”이라니?에 대한 다른 견해

힘들여 쓴 책을 그냥 ‘퍼주는’ 사람들, 이기환, bloter.net 
“힘들여 쓴 책을 그냥 ‘퍼주는’ 사람들”이라니?, 해ㅋ
에 관련된 글.


기사의 카피가 저작물에 대한 사적 소유를 전제한 지식 자선운동으로 비춰지 수 있다는 점에서 해ㅋ님이 지적한대로 문제적 표현일 수는 있겠습니다. (물론 그러한 일반적 인식에 자극을 주기 위한 제목 선정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러나, 이 기사의 사연을 “힘들여 쓴 책을 그냥 ‘퍼주어도’ 먹고 사는데 크게 문제없는 사람들”의 사연이라거나, 임금 노동 창작자의 현실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은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IT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사람 잡는 야근…폐 잘라낸 SI개발자")은 IT나 지재권 고유의 문제라기 보다는 일반적인 노동 문제입니다. 즉, IT 기업에서도 노동자의 기본권이 보장되어야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응하는 것은 노동운동적 과제입니다. 개별 창작자의 정보 공유 행위가 이러한 현실을 은폐한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저작권, 부정경쟁방지법, 영업비밀, 특허 등을 통해 실제 창작자(노동자)의 창조적 노동이 기업(법인)에 귀속되는 것은 지적재산권 제도 자체의 문제가 되겠죠. 그러나 그 해결책이 소프트웨어의 상품화를 전제하되 저작권을 노동자에게 부여하거나(예를 들어,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형태인 소프트웨어 회사?), 직무발명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개인에 의해서든, 법인에 의해서든 지식의 상품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에는 해ㅋ님이나 저나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노동운동(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기업의 노동조합)이 어떠한 입장을 취하게 될지 의문입니다.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자신들의 존재기반을 부정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즉, 개별 노동자 입장에서도 어떤 시스템 하에서 자신의 창작 노동을 해야할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대부분의 노동자가 어쩔 수 없이 임노동 관계에 들어가게되죠.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 일반의 문제입니다.)

어쨌든 이런 맥락에서 임노동 관계를 전제하지 않는 문화 생산-유통 모델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유/오픈소스 운동이나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등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와 같이 임노동 관계를 전제하지 않는 문화 생산-유통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 즉, 문화/정보 자본이 독점적인 문화/정보 상품의 공급자가 되고 일반 대중들은 그것의 소비자로 관계맺는 방식이 아니라, 공유지(Commons)의 확장을 통해 창작자이면서 수용자가 상호 교류하는 관계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죠. (물론 이와 같은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생산의 공유지를 구글과 같은 자본이 전유하는 문제는 별개의 쟁점이지만, 그러한 새로운 관계 모델이 자본에 의해서만 통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위 기사의 대상이 된 저자 역시, 인용된 문구를 보니, 그러한 생각에 동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유가 창작을 낳고, 개방이 혁신을 낳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이번에 책을 오픈하는 것에는 두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먼저 제 책처럼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을 적용한 책을 오픈하는 경우에 일반인이 쉽게 접근(access)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기여하고자 하고, 두번째는 실제적으로 오픈 사례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지를 측정하고 자료로 남겨서 나중에 또 이런 사례를 만들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임노동 관계를 전제하지 않는 문화 생산-유통 모델은 다양한 형태일 수 있습니다. 예컨데, 비영리적 창작/공유행위의 확대(문화 창작 행위가 전업적인 창작자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니 오히려 모두가 지식/문화 창작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일 수도 있고, 전업 창작자의 새로운 수익 모델의 개발(공연으로 수익을 얻는 음악가 등)일 수도 있겠죠. 저작권 시스템이 고착화된 현재 상황에서는 저작권에 기반한 창작과 대안적 창작 행위를 병행할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예를 들어, 낮에는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일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유/오픈소스 개발에 참여하는, 혹은 자신의 저서 중 일부는 저작권을 부여하고, 또 다른 일부는 공유 라이선스를 부여한다든지) 고용되어 있든, 개별적인 전업 창작자든, 이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으면서 자신의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대안적 모델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는 비전업적인 창작자 혹은 전업 창작자이지만 정보공유의 실천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함께 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먹고사는데 크게 문제가 없는 사람들의 자선행위'라고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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