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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 방한행사 후기2 - 인터넷 주인찾기 컨퍼런스

인터넷 주인찾기 모임은,  첫번째 컨퍼런스 전에도 한번 포스팅한적이 있지만, 이용자들이 인터넷 정책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저와 같은 사회단체 활동가 역시 인터넷 이용자이며, 누구를 대리한다기 보다는 내 의견을 직접 내는 당사자라고 생각하기는 합니다만...) 첫번째 컨퍼런스 때에는 진경이와 함께 갔는데, 진경이가 혼자 놀 수 있는 꺼리를 준비해갔습니다만, 1시간을 못버티더군요. 그래서 거의 집중하지 못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뒤풀이도 참여하지 못하고 무척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뒤풀이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애초 계획은 세션1에서 아멜리아가 스웨덴 해적당에 대해서 발표한 후에 제가 '국내 정보통신운동의 역사와 해적당 운동의 가능성'에 대해 발표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아멜리아가 참석하지 못하는 바람에 전체 맥락에서 다소 생뚱맞은 발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아직 국내에서 해적당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기에 할 얘기가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발표를 고사했었는데, 국내 정보통신운동의 역사에 대해서 생소한 참석자들이 많을 수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한 소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따라 발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재치있는 프리젠테이션에 그렇지 않아도 주눅들어 있었는데, 역시나 '무지 재미없었다'는 평가도 있군요. ^^ 제 발표능력의 한계와 함께, 프리젠테이션 준비도 소홀했던 탓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 발표는 링크된 동영상 참고) 국내 해적당 설립의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아직 초벌 논의도 없었기에 제 얘기도 하나마나한 수준일 수 있는데, 이는 나중에 좀 더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이미영님은 '대한민국 저작권법 개정 흐름'을 짚어주셨는데, 이후에 두고두고 활용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를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저작권법 개정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셨습니다.

'나는 범죄자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펄님의 발표는 왜 저작권법이 문제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다루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몇 가지 사례들을 드셨지만, 이런 사례들을 별도로 축적해나갈 필요를 느끼게 되더군요. 사례를 통해 우리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사례들이 저작권이 남용(?)되는 예외적인 사례로 인식되어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즉, 사례들을 통해 저작권이 그러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측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의 유명한 사례인 '미쳤어' 동영상 사례의 경우, 이러한 황당한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비영리적 이용임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이용을 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사실 이 사례는 블로그글 게시자가 '예외적으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이슈화된 것이지, 저작권자의 일방적 요구에 의해 자신의 블로그 포스팅을 삭제해야했던 이용자들은 얼마나 많을까요? 뒤의 새드개그맨님 발표에서 '공정이용 일반조항'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저 역시 이에 동의하기는 합니다만,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이용자들은 공정이용이라고 생각하며 이용하더라도, 저작권자는 언제든지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실제 소송까지 가는 이용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는 법무법인 등을 앞세워 그러한 단속을 할 수 있는데 반해, 대부분의 (개인) 이용자들은 포스팅 하나때문에 소송까지 가느니 그냥 삭제하는 편을 택할 것입니다.
또 한가지, 어떠한 관점에서 이러한 사례를 수집할 것인지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비영리적 P2P 파일 공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소리바다 소송이 대표적인 저작권 남용 사례가 될 것입니다. MP3 파일을 배경음악으로 업로드하는 행위, 비영리 라디오 방송이나 다큐 제작에 상업용 음악을 사용하는 행위, 게시판에 만화를 퍼 나르는 행위 등 이러한 행위를 저작권 남용 사례로 볼 것인지, 아닌지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새드개그맨님(우리가 원하는 저작권법)은 현실 저작권법 개선의 차원에서, 강정수님(새로운 패러다임, 땡큐 이코노미!)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새드개그맨님이 제시한 제안은 소액사건 비범죄화, 사적복제 조항 유지(사적인 다운로드를 불법화하는 정부의 저작권법 개정안 폐지), 비영리전송면책조항 신설, 저작권 보호기간 축소, 일시적복제 조항 삭제, 포괄적 공정이용조항 도입, 삼진아웃제 폐지 등인데, 저는 위 제안에 대해 다 동의합니다. ^^ 다만, 제안하신 내용의 수위가 다양한데, 사적복제 조항 유지나 일시적 복제 조항 삭제는 관련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으면 될 문제이고, 소액사건 비범죄화와 포괄적공정이용조항 도입은 현재 국회에 최문순 의원의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으니 이를 통과시키면 됩니다. 삼진아웃제 폐지는 작년에 통과되었는데, 현행 저작권법을 개정해야할 문제이구요. 저작권 보호기간 축소와 비영리전송면책조항 신설은 사실 해적당의 주장과 유사한 것으로 상당히 근본적인 주장입니다. 그러나 WTO 지적재산권협정의 개정 없이는 사실상 국내 입법만으로 해결되기 힘든 문제이지요. 비영리전송면책조항 신설은 리믹스 등의 방법으로 어떤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소리바다와 같은 P2P 프로그램을 통한 비영리적 파일공유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연결이 될텐데, 새드개그맨님의 의도가 이를 포함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예시로 드셨던 리믹스 동영상의 사례와 P2P 파일공유에 대한 권리자측의 반발 정도나 사회적인 영향은 차이가 있을텐데, 사실 법적으로 이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강정수님의 발표도 흥미로웠는데요. 창작자지원 사회보장제도와 땡큐 이코노미를 제안하셨는데요. 우선 제안 이전에 논거 부분은 좀 더 토론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행 저작권 시스템이 디지털 환경에 맞지 않는 근거로 두 가지 - 시장 규모 확대에 비해 지나치게 긴 보호기간과 지불시스템의 오류 - 를 지적하셨는데요. 앤여왕법 제정 당시에 14년+14년이었던 보호기간이 창작자 사후 50년으로 확대되었는데, 이것이 그 당시 시장 규모에 비추어보았을 때 적정한 수준이었는지도 의문이구요, 저작권법은 애초부터 '창작자' 보호보다는 '출판사'(유통자본)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출판 권력의 지속적인 요구에 의해 보호기간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과정이 아닐런지요. 또한, 생산->발행->유통->소비의 과정에서 발행/유통 비용이 줄었다는 것과 지불 방식이 소비 이전에서 이후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어떠한 연관을 갖는 것인지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발행/유통 비용의 축소는 오히려 유통자본의 역할이 무의미해질 가능성-하지만, 현실은 지적재산권을 매개로 여전히 권력을 갖고있는-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발행/유통 비용만이 아니라, 생산 비용 역시 감소하여 창작자의 범위가 확대되고, 창작자/소비자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창작자와 수용자의 상호 관계가 강화되는 새로운 문화의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지요. 이런 맥락에서 저작물 구입 비용의 감소는 창작자의 창작 비용의 감소와도 연결이 됩니다. 이런 순환 과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복제를 통제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창작자 지원 방식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발표 중심으로 말씀드렸는데, 이날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데는 윤활유 역할을 한 두 분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한 분은 시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사회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행사에 청량제 역할을 하신 이승환님 (이후 제가 행사를 준비할 때 꼭 초빙하고 싶다는...), 그리고 행사의 준비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챙겨주셨던 코디네이터 민노씨님. 두 분께도 수고하셨다는 말씀드립니다.

사실 저작권법과 같은 주제를 (더구나 저작권법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모여서) 한번의 행사에서 소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그러나 지금까지 뭔가 답답하게 느껴졌던 부분을 한번 속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는 된 것 같습니다. 이것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어떻게 지속시켜나갈 것인지가 인터넷 주인찾기가 앞으로 논의해야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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