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대안저작권의 방향성, 돈문제를 어떻게 직시할 것인가?

이 글은 캡콜드님의 <대안저작권의 방향성, 돈문제를 직시하기>에 대한 의견입니다.

 

캡콜드님의 글을 오래 전에 읽었는데, 그동안 해적당 초청 행사 준비 등으로 차분히 의견을 제시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뒤늦게 의견을 드립니다.

우선 '돈 문제를 직시하여, 전업창작자들의 이해관계를 무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안저작권 운동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글의 기본 취지에는 동감을 합니다. 지금까지 (편의상) '대안저작권' 운동이 한편으로는 현재의 저작권 체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미약하지만) 대안적 생산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해왔던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대안으로 제시하신 3가지 원칙은 상당히 모호합니다. 캡콜드님께서 제안하신 3가지 원칙은
첫째, 저작재산권을 온전히 인정하되, 그 기간을 재조정
둘째, 정당이용가이드라인의 보편화가 필요
셋째, 저작인격권 보호 강화, 인데...


우선 '저작재산권을 온전히 인정'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요? 또한, '정당이용가이드라인의 보편화'가 크리에이티브커먼스(CCL)과 같은 모델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인지, 공정이용 영역을 확대하자는 것인지도 모호합니다.

 

(저작권 체제 자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저작권을 둘러싼 대부분의 갈등은,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재산권을 어디까지 인정해야할 것인지, 거꾸로 공정이용을 어디까지 보장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즉, 현재의 갈등은 단순히 저작권을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아닙니다. 예컨데, 라디오에서 음원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단지 보상금을 지불하게 하는 것처럼, 권리를 부여하되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 음악 CD를 산 사람은 그 음원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도 된다고 하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권리를 줄 것인지, 말 것인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권리자의 권리 범위와 이용자의 권리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삼진아웃제나 ISP 책임 강화와 같이 이용자에 대한 감시, 처벌을 강화하는 조약/법 개정에 대한 대응은 논외로 하더라도, 예를 들어 비영리적 디지털 전송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와 같이 어느 범위에서 저작재산권을 인정하자는 것인지에 대해서 캡콜드님의 원칙은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여나 현재와 같이 비영리적 디지털 전송을 저작권 침해로 인정하는 것을 포함하여 저작재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시라면, 저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저작권 보호기간 단축은 동의합니다만, 현재의 WTO 체제 하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현재의 저작재산권을 인정하고 (더욱 강화되는 것에는 반대하더라도) CCL 등을 활성화하자라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저작인격권 부분은...출처 표시를 확실히 하자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만, '현재 한국상황에서는, 이게 가장 중요'한 이슈인지에 대해서는 글쎄요...입니다.

저는 여러 글들을 통해 디지털 환경에서 비영리적 전송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이용자(결국은 생산자도 포함하는)들의 접근권, 표현의 자유, 상호 소통을 제약하고 있음을 얘기해 왔습니다. (이번 인주찾기 컨퍼런스에서 나왔던 많은 사례 및 대안 제시도 이와 관련된 것이구요.) 솔직히 사회적인 논의 과정을 통해 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디지털 환경과 저작권의 작동 방식이 상호 양립가능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한편, 지금까지 권리 강화를 주도해왔던 권리자 (로비) 단체들이 양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편으로는 저작권 강화 반대/공정이용 확대를 위해 싸우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저작권에 기반하지 않는 사회 체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회 체제라고 표현한 것은 그 대안은 저작권 법제도의 문제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회복지 체제, 각 문화 영역의 공공정책, 그리고 다양한 (저작권에 기반하지 않은) 사업/수익 모델들의 복합체일 것입니다. 이번 인주찾기 컨퍼런스에서 강정수님이 '창작자지원 사회보장제도'를 말씀하셨지만, 일반적인 사회보장제도조차 대안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최소한의 먹고사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겠지요. 그리고, 학술, 음악, 영상 등 각 영역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예를 들어, 저작권이 생계에 차지하는 비중, 저작물 생산에 드는 비용 등) 이에 따라 서로 다른 공공 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대안적 사업/수익 모델이라면, 앞서 얘기했던 자유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사업 모델이나 (캡콜드님이 이미 언급한 바 있는) '경험의 복제불가능성'을 이용한 모델, 마이크로 페이먼트와 같은 (강정수님 표현에 따르면) 땡큐 이코노미 등 여러 모델들이 있겠죠.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모델들에 대한 운동적/사업적 실험들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만,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실험들이 확산될지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저작권 체제가 한 순간에 무너지지도, 이러한 대안들이 한 순간에 실현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 제도가 절묘한 타협지점을 찾으리라 기대하는 것보다는 저작권에 기반하지 않은 대안 체제를 꾸준히 추구해나가는 것이 차라리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프로필

  • 제목
    다섯병 안의 들레꽃
  • 이미지
    블로그 이미지
  • 설명
  • 소유자
    다섯병

공지사항

찾아보기

달력

«   2021/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기간별 글 묶음

최근 트랙백 목록

  1. [가평] 작은프랑스마을 쁘띠프랑스
    횽아횽아의 weekly daily Life
    2013
  2. 지금 하는 활동을 그림이나 구조도로 ...
    호기심은 공포를 이긴다
    2011
  3. @For_aufheben님의 트윗
    @For_aufheben
    2011
  4. @cheleesb님의 트윗
    @cheleesb
    2011
  5. @shire60님의 트윗
    @shire60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