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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도메인까지 검열하려나!


이제 5월 정도면 '.한국' 도메인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한국' 도메인의 등록을 위한 정책을 이미 지난 해부터 논의해왔는데, 나 역시 '인터넷주소정책포럼'에 참여하면서 등록 정책 마련에 관여를 해왔다. (인터넷주소정책포럼은 2009년에 만들어진, 인터넷 주소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민간 기구이다. 법적인 권한은 없지만, 실질적인 주소 정책을 논의하고 마련해왔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쓰기로 하고...)

지난 2월 16일에는 방통위 주최로 '.한국' 등록정책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도환 방통위 사무관과 KISA의 주용완 단장이 발표를 맡았는데,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 중에는 애초에 인터넷주소정책포럼에서 논의되어온 것과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소위 '비윤리적 단어'를 등록유보어로 포함시킨 것이다.

등록유보어란 이용자들이 등록을 하지 못하도록 유보를 시켜놓는 단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자지, 보지'와 같은 비속, 비하어, 'IP주소'와 같은 인터넷주소 관리용 단어, '서울특별시' 등 행정구역/지역명 그리고 국가명 등이다. 도메인 이름 역시 인터넷 이용자들의 일종의 '표현수단'이라고 했을 때, 등록유보어는 최소화되는 것이 원칙이다. 명백한 공공적 필요가 인정될 때에만 유보어로 설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앞서 언급한 등록유보어 역시 과연 유보어로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속, 비하어의 경우, 욕설도 하나의 문화 현상인데 그 표현을 금지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욕쟁이 할머니의 걸쭉한 욕설은 웃음이 나오게 하는 반면, 정중하게 비하하는 표현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맥락이다. 서울시 등의 행정구역명의 경우에도, 누군든지 서울시에 대한 나름의 정보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을텐데 굳이 유보어로 설정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비속, 비하어를 비롯해서 더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여기까지까 인터넷주소정책포럼에서 타협(?)된 수준이었다.

이번 공청회에서 논란이 된 것은 소위 '비윤리적 단어'인데...(관련기사)
이는 인터넷주소정책포럼에서도 논의가 된 후에 폐기가 된 것인데, 방통위에서 공청회에 일방적으로 들고나온 것이다.

우선 이 '비윤리적 단어'라고 하는 것의 내용부터 보자.

강간, 대마초, 사제총기, 양귀비, 자살사이트, 카드생성기, 폭탄제조, 강도, 도박, 사제폭탄, 엑스타시, 자살카페, 컴퓨터바이러스, 필로폰, 겜블, 동반자살, 살인, 원조교제, 장기매매, 코카인, 해킹, 난자매매, 마약, 성매매, 음란물, 절도, 포르노, 헤로인, 노름, 매춘, 성매수, 음란물사이트, 조건만남, 폭력, 히로뽕, 논리폭탄, 메일폭탄, 아동포르노, 자살, 청부, 폭발물제조, 대리모, 바다이야기, 아편, 자살도우미, 총기제조, 폭약제조

단어는 그저 어떠한 사물이나 사회현상을 가리킬 뿐, 어떻게 비윤리적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단어가 고생이 참 많다), 어쨌든 발표자료에 따르면, 이 비윤리적 단어들의 출처는 '한국인터넷자율기구(KISO) 인터넷 이용자 가이드라인,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홈페이지상의 관련 법규, 최근 5년간 인터넷사이트와 관련된 비윤리적 범죄에 대한 신문기사 등'이라고 한다.

과연 이 단어들이 도메인으로 사용되면 안될 단어들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우선 소위 '비윤리적 단어'를 어떻게 선정했는지 기준이 모호하다. 예컨데, 해킹이 비윤리적인가? 방화, 사기 등은 왜 빠졌나? 범죄목록을 나열할 것이라면 수백개를 더 나열해야할 것이다.  

이 도메인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어떤 미친 강도들이 '강도.한국'에 강도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까? 아니, 만일 그렇게 예상한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범죄를 단속하기 위한 아주 좋은 방법이 아닌가?

어떤 도메인 이름과 그 도메인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요새는 영화를 만들면 영화 홈페이지가 만들어지는데, '조건만남'이나 '바다이야기'라는 영화가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기존 도메인에서 유사한 이름들이 어떻게 이용되는지 한번 몇 가지 조사를 해보았다.

http://자살.kr/ 한국자살예방협회 사이버상담실
http://양귀비.kr/ 퀸 산부인과
http://rape.com 성폭력 방지 단체(http://www.rainn.org/)로 연결
http://www.murder.com/ 살인 미스터리 쟝르 모음
http://hemp.com 대마에 대한 뉴스, 쇼핑몰
http://robber.com 데이트 사이트

물론 일부 사이트들은 성인 사이트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러나, (불법 정보에 대한 규제 문제는 별개로 논의할 사안임을 전제로 하고) 어떤 사이트의 컨텐츠가 불법이라면 그 자체로 사후에 규제를 하면 되지, 어떤 도메인이 어떻게 쓰일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사전에 막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명백한 '검열'이다. 방통위는 이제 도메인까지 검열하려고 하는가?

방통위 관료들을 비롯해서 이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그저 '이런 단어들이 도메인으로 사용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라는 것이다. 이 도메인들이 악용될 것이라는 것은 찬성론자들도 차마 주장하지는 못하는 듯 하다.

이에 대해 공청회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우리 법원의 다음과 같은 발언을 들려주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법원은 전혀 진보적인 집단이 아님은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법 53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면서, "유해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나 유해의 가능성만으로 표현물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조화될 수 없다."라고 하였다. 최근 판결로는 지난 2월 7일 서울고등법원이 '쓰레기 시멘트' 게시물 삭제와 관련한 소송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헌성을 인정한 결정에서,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 고 한 바 있다.

방통위 사무관은 이러한 유보어가 현실적으로 비윤리적 행위를 막을 수는 없지만, 정부가 비윤리적 단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방통위는 검열기관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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