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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는 객관적인가?


오마이뉴스에서 아래와 같은 재밌는 기사를 봤다.

한국전쟁은 전쟁이 아니라고?
[해외리포트] '위키피디아'의 삽질 지식 민주주의에 투쟁하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정치적인 갈등과 긴장이 큰 이슈와 관련해서 '위키'는 적절한 도구가 아닌 것 같다. 서로 다른 정치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협력'해서 '합의'할 수 있는 하나의 문서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위 기사에서 나온 바와 같이 서로 다른 정치적 관점의 서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위키 자체가 계속 진화하는 문서라지만, 이는 발전적 진화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위 기사로 '위키'라는 툴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가능성이 부정될 필요는 없다. '위키'는 협업적 지식 공간의 구축을 위한 툴로서, 게시판이나 블로그와 같은 다른 툴과 다른 특성, 그리고 지식의 조직화라는 측면에서는 더 적절한 특성을 분명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덜 정치적이거나, 혹은 정치적으로 동질적인 참여자들 사이에서 의미있게 구현되는 것 같다. 즉, 협업이 가능하기 위한 일정한 정치적 기반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정치적 동질성이 어느 정도의 범위인가하는 것은 다루는 주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협업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치적 관점의 참여자들 사이의 난장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위키피디아는 그만큼 서로 다른 정치적 관점의 참여자들을 포괄하고 있으며, 그래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일 수록 정치적 격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위키피디아는 '정치적인 중립성'을 문서 작성 원칙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즉 어떠한 문서를 작성할 때 특정한 정치적 관점에 치우쳐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관점 자체를 다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있다는 것 자체가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정치적 갈등을 위키에서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가 위키의 근본적 고민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서작성 원칙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여전히 긴장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위 기사에서 사진의 캡션을 어떻게 달 것인가 까지 두고 갈등하는 것처럼)

한편 위키피디아가 위 기사와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다른 '권위있는' 백과사전들은 위키피이어에 비해 한국전쟁에 대해 얼마나 균형있는 관점을 갖고 서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내가 개별 백과사전들을 찾아보지 못했으니 확인할 수는 없지만.)

또 한가지 생각해볼 점은 위키 백과사전이 '위키피디아'로 통일되어야만 하느냐는 것이다. 위키피디아는 위키라는 툴을 이용한 가장 성공적인 사이트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록 컨텐츠의 양이 더욱 풍부해지고, 그 성과가 다시 보다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인해내는,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의 선순환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위키피디아의 성공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위키피디아를 통해서 지식 백과를 만드는 것이 과연 긍정적일까? 위키피디아는 전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독점하고 있는 이미 권력화된 공간이고, 그래서 위키피디아의 각 문서들은 권력 투쟁의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위키피디아 내에서 권력 투쟁을 하는 것만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위키피디아와 같은 백과사전이 여러개 새롭게 나타남으로써 (정치적인 성향, 운영방식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사이트로의 집중을 분산하고, 서로 다른 지식의 조직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더욱 나은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수용자 측면에서도 위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위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최근 미국의 대학생들은 위키피디아를 많이 인용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대학생들이 리포트에 지식인을 인용한다고 하더라. ㅠ.ㅠ) '백과사전'이라는 용어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위키피디아의 내용이 '객관적인 정보'라고 받아들이거나, 혹은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거의 생각하는 것 같다. 위키피디아의 문서도 정치적이다라는 것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독해할 필요가 있다.

* 액트온에서 자료_위키를 1달 전에 오픈하였다. 향후에 진보넷은 '진보 위키'를 오픈할 예정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위키의 특성상, 어떤 의미에서는 참여자의 바운더리를 확정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초기 서비스 기획자가 진보 위키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향후 발전 방향에 있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위와 같은 점들이 진보 위키의 성격에 대한 논의에서 고민되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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