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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에 배제되고 있는 이용자의 사적이용 권리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MP3폰 이슈에 대해 쓴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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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에 배제되고 있는 이용자의 사적이용 권리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태폰-일명 MP3폰-의 출시에 따라 MP3 음악 복제장치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 관련단체들은 무료 음악파일에 대한 복제방지 장치의 탑재를 요구하고 있고, 이에 대해 일부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저작권보호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무료 음악파일의 경우, 음질을 AM 라디오 수준(64kbps)으로 제한하자' 고 중재안을 내어놓았지만, 현재까지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음악분야의 경우 소리바다로부터 시작하여, 벅스뮤직, 그리고 MP3폰에 이르기까지 저작권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각각 다른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디지털 음악에도 저작권을 인정해야한다'는 것으로 흔히 오해되고 있지만, 사실 소리바다의 경우 '인터넷 상에서 비영리적 파일 교환의 저작권 침해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고 할 것이다. 벅스뮤직의 경우는 소리바다와 다르게 사업자가 중앙 서버에서 음악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일견 사업자 사이(서비스 사업자와 저작인접권자)의 저작권료 분쟁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필자는 '인터넷 방송의 보상 방식과 저작(인접)권자의 권리 한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MP3폰의 경우에는?

MP3폰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혹자는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현재 MP3 플레이어의 경우에는 무료 음악 파일의 경우에도 별다른 제한없이 복제가 가능한데 MP3폰만 이를 제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PC 역시 마찬가지이다. MP3 플레이어와 PC 에 MP3폰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과 같은 기술적 규제가 가능한가는 별개의 문제로 치더라도, 형평성의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번 논쟁 과정에서 MP3 플레이어 업체들도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 것에 대해서 우려하는 듯하다.

필자는 이 이슈의 핵심적인 쟁점은 '이용자의 사적이용 보장'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이 역시 사업자들간의 '밥그릇 싸움'이다. 저작권 관련 단체들은 이전 소리바다, 벅스뮤직 이슈와 마찬가지로 (적법한 것이든, 불법적인 것이든) 음악 파일의 복제를 최대한 제한하고자 한다.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자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상품을 만들고자할 것이다. 이동통신사 사이에도 현재 시장 점유율에 따라, 그리고 번호이동성 전쟁이 시작됨에 따라 이동통신사 간 입장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내놓은 중재안에서 나타나듯이, 정부가 이 문제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관점은 '사업자간 이익 조정'인 것으로 보인다. 즉, 정부 중재안에서는 '이용자의 사적이용의 권리'에 대한 고려는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분쟁의 해결 과정에서 이용자 대표나 이용자 단체가 배제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용자들이 조직화되어있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 저작권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연 이용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적이 있었던가?) 현재 세티즌(www.cetizen.com)이나 엠피마니아(www.mpmania.com) 등의 휴대폰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MP3폰에 대한 기술적 규제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항의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든 음악이나 자신이 구매한 CD에 담긴 음악을 인코딩하여 만든 MP3 파일마저 MP3폰에서 들을 수 없거나 혹은 제한된 음질로 들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 분개하고 있다. 즉, MP3폰에 대한 기술적 규제는 국내 저작권법 상에 규정된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에 근거한 이용자의 사적 이용의 권리가 제한되는 것이다.

음악 저작권자들은 저작권보호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음악 파일 중에 '적법한' 것이 얼마나 될 것인가하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러한 음악 파일의 비율은 매우 작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이용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무시당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실 국내에서는 소수자의 권리가 무시되는 사례들이 무척 많다. 예를 들어, 맥이나 리눅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보접근권은 여전히 제약되고 있다. 국내 정책 방향은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보다는 '너희가 주류를 따라 살든가, 아님 말고'라고 강요하는 듯하다.) 냅스터 사례에서도, 비록 냅스터가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냅스터 사이트를 폐쇄하라는 명령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냅스터를 통해서(소리바다 역시 마찬가지) 저작권 침해 논란이 없는 음악 파일 역시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필자의 마음은 매우 답답하다. 어떤 의미에서 소리바다, 벅스뮤직, MP3폰을 둘러싼 논란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저작권'과 '이용자의 문화향유의 권리'가 계속적으로 충돌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소리바다와 마찬가지로 MP3폰 역시 이용자들에게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이용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에서) 확대시켰다. 사실 기술적으로는 PC에서 휴대폰으로, 휴대폰에서 PC로, 또한 휴대폰 사이에서도 음악파일의 교환이 가능할 것이다. 파일의 호환성과 복제를 맞는 다양한 기술적 제한만 없다면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 다시 기술적 진보를 억제하고, 이용자들의 향유를 제한하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들여야하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며, 그럼으로써 '창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이다. 이 논리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음악이 '산업'으로써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된다는 전제 위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 보호기간이 그토록 길지 않아서 우리가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많아진다면, 혹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우리는 기술적 진보를 문화 향유 기회의 확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소리바다나 MP3폰 논란에서 '정당한 이용'이 무시당했던 것도 그 비율이 극소수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향후에 극소수이어야할 근거는 없으며, 오히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문화를 확대해야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방향이다.
지금 필자의 비판은 창작에 고뇌하는 음악 창작자나 음반 제작자들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이용자의 권리를 무시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오히려 정부와 (국내외) 정책 결정자들에게 촉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화 '산업'의 활성화에만 투자하거나 '밥그릇 싸움의 조정'에 정부의 역할을 한정하지 말고, 문화 생산자의 폭을 확대하기 위한 공적인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공·공유정보(Public Domain)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을. 시민사회 차원에서는 카피레프트와 같은 운동이 소프트웨어 외의 영역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보공유 라이선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유정보가 확대된다면, 소리바다나 MP3폰 논란도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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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 투쟁의 성과와 과제

2004년 1월 노기연에 기고. NEIS 반대 투쟁에 대해 평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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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 투쟁의 성과와 과제

 


지난 2003년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NEIS 투쟁은 지난 12월 15일, 교육정보화위원회에서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룸에 따라 일단락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인 NEIS의 대안 시스템 구성 방안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여전히 이견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완전히 종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결과와 상관없이 지난 NEIS 투쟁은 한국 사회의 정보화 방향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만한 의미 있는 투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NEIS의 문제점을 다시 짚어보고, NEIS 투쟁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제시해보고자 한다.




1. NEIS란 무엇인가?
NEIS란 시도별로 시도교육청 소관의 학교에 대한 모든 교육행정정보와 학생에 대한 정보를 하나의 통합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하도록 하고, 각 시도별 데이터베이스를 초고속통신망을 통하여 서로 연동하도록 하며,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이 시스템의 유지·관리를 하되, 각급 학교의 담당교사에게 데이터베이스에 접근권한을 부여하고 필요한 정보를 입력·관리하게 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이다. NEIS에 입력되는 정보는 학교의 모든 행정 정보, 학생 정보를 포함하여 27개 영역, 6,000여개 항목에 달한다. 교육 정보화 방식은 최근 몇 년동안 계속 변화하였는데, 처음에는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생활기록부와 건강기록부 등의 수기 장부를 대체하는 S/A 시스템이 이용되었고, 이어 학내 서버에 정보를 집적하는 C/S 시스템(1997년)으로 변화하였다.


2. NEIS의 문제점
1) 정보인권(자기정보통제권)의 침해
교육부를 비롯하여 NEIS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NEIS의 보안이 완벽하기 때문에,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이 없으며, 따라서 인권침해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보안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해킹의 위험보다는, 사실 내부 관리자에 의한 정보 유출이 더욱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엄격한 보안을 유지하게 되어있는 재산 정보 같은 경우도 쉽게 입수할 수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단순 기술만 놓고 보면 NEIS가 기존의 C/S 시스템보다 좋은 보안기술을 채택한 것이 사실이지만, NEIS는 더욱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함으로써 유출의 유혹이나 유출시의 피해가 높아지기 때문에 NEIS의 보안성이 높다고 말하기는 힘든 것이다.
하지만, 보안 문제는 NEIS의 핵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NEIS가 학생·학부모·교사 등 정보주체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정보통제권이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느 범위까지 타인에게 전달되고 이용될 수 있는지를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특히,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개인정보의 수집이 많아지고 데이터베이스화되는데,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정치적으로 혹은 상업적으로 악용되거나, 개인에 대한 차별을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성적 정보 등은 학습지와 같은 교육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에 의해 활용될 수 있으며, 혹은 입사할 때 평가자료로 이용될 수도 있다. 즉, 교육목적으로 수집된 학생들의 정보가 다른 목적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기정보통제권은 정보화가 진척될수록 더욱 중요해지며, 이는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OECD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UN의 개인정보전산화 가이드라인 등에서 그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5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NEIS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한바 있다.
자기정보통제권의 관점에서 보자면, 기존의 C/S 시스템 역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이번 NEIS 문제를 계기로 기존의 학내 관행-즉,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정보가 수집된다든가, 수집된 목적과 무관하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등-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고등학생의 정보를 지원대학에 상관없이 각 대학에 CD로 배포한다든가(이는 지난 해 말, 법원으로부터 CD 제작·배포 금지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감사원장 인사청문회때 있었던 이른바 '양가아저씨' 사건, 교육부가 학생들의 정보를 징병검사용으로 병무청에 제공한 사건 등을 보면, 학생 정보의 관리와 이용이 얼마나 원칙 없이 이루어져왔는지 알 수 있다.

2) 정보의 집적과 국가 통제
하지만, NEIS는 기존의 C/S 시스템에 비해서 더욱 위험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C/S 시스템은 각 학교별로 분산 관리되었던 반면, NEIS의 경우에는 시도교육청 단위로 각 학교의 정보가 집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적된 정보는 분산된 정보에 비해서 훨씬 높은 상업적·정치적 가치를 가지게 되며, 부주의 혹은 고의로 유출·남용됨으로써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높아지는 것이다. NEIS 시스템 구축을 맡았던 삼성 SDS에게 집적된 학생 정보가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음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또한, 정보의 관리 주체가 각 학교에서 시도교육청(즉, 국가)으로 이전됨으로써, 국가 권력이 임의로 남용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았다. 비록, 교육부가 자신들은 원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이미 민원 서비스 등을 통하여 원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음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관리하는 집적된 정보의 존재 자체가 항시 이러한 위험성을 내포할 수 밖에 없다.

3) 교육의 자주성, 자율성 침해
NEIS는 전국적으로 통일되고 양식화, 규격화된 시스템을 각 학교에 강제함으로써, 한법에도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과 다양성을 말살할 위험이 있다. 교육은 학생의 상황이나 성격·능력·성장의 배경에 적합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의 주체인 교사에게 교육의 내용과 방법, 교육환경과 여건의 조성에 상당한 정도의 재량권을 부여하고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런 취지를 보장하기 위해 우리 헌법은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행정기관이 교육행정을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일일이 간섭하면 교육의 현장성, 교사-학생 사이의 밀접성, 교육의 창의성은 침해당하게 될 것이다. 전국의 1만여 학교의 교원들에게 학교의 예산·결산, 교사의 교육 및 평가계획과 일정, 교원의 인사고과 등을 모두 입력하도록 하고 이를 정부가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한다면, 학교와 교사들은 알게 모르게 국가에 종속되게 될 것이다.

4) 추진 방식의 비민주성
NEIS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원인 중의 하나는 NEIS가 어떠한 사회적 합의 없이, 교육부 관료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처음 NEIS 시스템의 문제가 제기된 것은 2001년 9월이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1년이 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2002년 10월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고 나서야 2003년 3월까지 시스템 보완 기간을 가졌다. 작년 2월 18일, 시민사회단체들이 NEIS 문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을 때, 교육부는 초청에 응하지도 않았다. 또한, 윤덕홍 장관이 취임한 이후에도, 교육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무시, 전교조와의 합의 번복 등 계속된 말바꾸기로 일관하였다.


3. NEIS 반대 투쟁의 과정과 결과

지난 투쟁 과정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NEIS의 문제가 지적된 것은 이미 2002년 9월부터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몇 개 항목만을 조정한 채 NEIS 시행을 강행하려고 했으며, 이에 전교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NEIS 폐기 연석회의'를 구성하여 이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국회에서 열린 NEIS 토론회, 국가인권위원회에 NEIS 문제 제소, 전교조의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 NEIS의 개인정보 침해 손해배상 청구, NEIS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NEIS로 정보 이관을 거부하는 학생들의 동의거부서 모집 등의 활동이 이어졌다. 새로 취임한 윤덕홍 교육부 장관은 NEIS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하였으며, 형식적으로 교육부 산하에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를 만들어 NEIS를 강행하고자 하였다.
5월 12일, NEIS 투쟁의 한 고비가 되는 결정이 내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NEIS의 인권침해를 인정하고, 교무·학사, 입·전학, 보건 등 3개 개인정보 영역과 교원 개인정보 27개 항목을 NEIS에서 제외하라는 정책권고안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애초의 입장을 바꾸어, 몇 개 항목을 제외하고 계속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전교조는 청와대 앞에서 인권위 권고안 수용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였으며, 62개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권고한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그 결과, 5월 26일 교육부와 전교조는 3개 개인정보 영역을 NEIS에서 제외하되, 고3 학생의 경우만 임시적으로 NEIS로 운영하기로 합의하게 된다.
그러나, 6월 1일, 교육부는 또 한번 뒤통수를 쳤다. 3개 개인정보 영역을 NEIS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을 엎고, 개별 학교의 결정에 따라 NEIS를 시행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이다. 이는 각 학교의 역학관계 상 NEIS를 사실상 강행하려는 시도였는데, 이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 교장과 전교조 선생님들 사이에 NEIS 시행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었다. 6월 18일, 10여명의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명동성당에서 NEIS에 반대하는 무기한 노숙단식농성에 돌입하였으며, 전교조는 6월 21일 연가 투쟁으로 대응하였다. 인권단체들의 단식 농성은 6월 27일로 정리되었지만, 학생·학부모 단체, 인권단체, 교육단체, 당 등을 포함하여 약 50개 단체로 구성된 'NEIS 반대와 정보인권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7월부터는 NEIS 문제의 해결을 위해 총리실 산하에 '교육정보화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공대위는 교육정보화위원회 구성 과정의 비민주성과 편파적 구성을 비판하며 초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9월부터 교육정보화위원회 내·외부에서 NEIS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서울 각지에서 NEIS 반대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매주 개최하는 한편, 위원회에 참여하여 공대위의 대안이 교육정보화위원회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결국, 지난 12월 15일, 1년 이상 지속되어 온 NEIS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중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무·학사, 입·진학, 보건 등 3개 영역의 데이터베이스는 기존의 NEIS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하여 별도의 시스템으로 구성한다. 둘째, 별도의 시스템은 16개의 시도교육청별로 공공 혹은 민간기관에 두되 중앙과 각 시도교육청 단위로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두어 운영한다. 셋째, 장기적으로 각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추진하되 현 단계에서는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각 학교가 단독 또는 그룹별로 서버를 운영하도록 한다.
이번 합의는 민감한 개인 정보는 분산 운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 기술적 관리권한을 개별 학교장의 권한 범위에 속하도록 하고, 독립적 감독기구를 설치함으로써 국가 통제의 위험성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각 학교 내에서 운영되지 않고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를 통해 운영한다는 점, 몇 개 학교의 경우에는 그마저 그룹화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구체적인 시스템 구성 방안, 즉 어떤 학교를 단독 서버로 하고, 어떤 학교를 그룹화할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커서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4. NEIS 투쟁의 성과와 과제
지난 NEIS 투쟁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정보인권'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도입이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만 정보화가 조망되었던 한국 상황에서 정보화에 따른 인권 문제가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인권·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정보인권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된 것도 큰 성과이다. 특히, 주민등록, 보건의료, 금융 등 우리사회 곳곳에서 개인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들이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NEIS 투쟁은 여타 영역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노숙인 정보 종합관리시스템' 역시 NEIS 문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NEIS 투쟁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반 전자정부 사업에 일정한 제동을 걸었다. 기존에는 단지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전자정부 사업이 추진되어 왔으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법·제도적인 장치 없이는 더 이상 사업을 진행시킬 수 없다는 인식이 정부 일각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내에서 '개인정보보호 일반법'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설립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과 '전기통신망이용촉진및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을 통해 공공 및 민간 영역을 규제하고 있으나, 국제적인 개인정보 보호원칙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규제 대상으로 포괄하고 있지 못한 영역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전 사회영역을 포괄하며, 국제적 수준에 맞는 개인정보 보호원칙을 제시해줄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 일반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이 원칙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도록 감시·감독하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인' 위원회가 필요하다. 만일 이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존재하고, 여기서 '개인정보보호 사전영향평가'를 했더라면, NEIS라는 괴물은 탄생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행정부처와 보수 정당·단체들의 많은 반발이 있겠지만,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은 내년 2004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NEIS 문제가 심각하게 꼬일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국내의 프라이버시 의식이 미약한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잘못 추진되어왔던 교육 정보화와 학교 현장의 비민주성이 또 다른 원인이 되었다. NEIS 문제가 일단락 되더라도, 학생 인권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학내 문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학내 의식과 관행의 정착, 교육 내용의 공유와 공동체 형성을 중심으로 한 교육 정보화 추진, 그리고 학교 민주화 등은 전교조와 교육운동단체가 지속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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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야말로 해적질을 중단하라!

2004년 1월 NGO 신문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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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야말로 해적질을 중단하라!

 

 

지난 1월 8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통상법 182조(소위 스페셜 301조)에 따라 한국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 등급을 '감시대상국(WL)'에서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변경하였다. 미 무역법의 스페셜 301조는 지적재산권 영역에서 미국 기업에 불리한 관행을 조사하고, 이에 대해 보복 조치를 포함한 일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무역대표부는 매년 각 국가의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우선협상대상국(Priority Foreign Country, PFC), 우선감시대상국(Priority Watch List, PWL), 감시대상국으로 등급 분류를 한다. PFC로 지정되면 미국과 일정 기간동안 협상을 거치게 되며, 그 결과에 따라 보복 조치가 결정되게 된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PFC는 아니므로 당장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의 주된 이유는 '한국이 미국 영화와 음악에 대한 해적행위를 막기 위해 충분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일방적인 해석일 뿐이며,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국내 지적재산권 법·제도를 국내적 요구가 아니라 미국의 압력에 의해 굴욕적으로 개편해왔다. 86년 미국과의 통상협상에 따라 저작권법을 전면 개정한 이후, 매해마다 저작권법 등 관련 법·제도가 미국의 요청에 의해 개정되어 왔다. 지난 해에는 창작성 없는 데이터베이스의 보호 등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닌 컨텐츠를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법률이 통과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통신부 공무원에게 불법 복제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통과되었다. 현재 음반제작자 및 실연자 등 저작인접권자에게 '전송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어있다. 일부 국내 자본의 요구 역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법 개정 과정에서 주요하게 고려되었던 것은 국내 이용자들의 목소리보다는 미국의 통상압력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의 굴욕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국의 지적재산권 보호등급을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상향조정하여 협박하는 것은 그들의 탐욕이 끝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특히, 소리바다나 벅스뮤직 이슈와 같이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의 유통 문제는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이다. 비록,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저작권 조약과 실연·음반조약을 통하여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문제를 다루었다고 하지만, 이는 아직 국제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상황이며, 한국도 가입되어있지 않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을 강화하는 경향에 대해, 이는 이용자의 정보 접근 및 향유권을 제약하고 오히려 새로운 창작을 억압할 수 있음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각 국의 상황에 맞는 올바른 결정을 도출해야할 문제에 대해 미국이 이와 같이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방송에 대한 음원의 보상청구권을 배타적 권리로 바꾸라는 요구 역시 지나친 것이다. 현재는 방송사가 음악을 이용한 후에 음반제작사에게 보상하면 된다. 하지만, '배타적 권리'가 되면 음반을 이용하기 전에 제작사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음악의 유통과 향유에 대해 음반사들에게 지나친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인데, 음반사들이 사용허가를 하지 않으면 음악을 이용할 수 없거나, 혹은 이를 근거로 지나치게 높은 보상을 요구할 경우 역시 음악에 대한 향유의 폭이 제한되게 되기 때문이다. 벅스뮤직의 경우에도 음반사들이 사용허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가 중단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현재 방송사에만 적용되고 있는 보상청구권을 벅스뮤직과 같은 인터넷 방송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확대해야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지식과 문화·예술의 창작물은 근본적으로 창작자의 '소유'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것이다. 단지 창작 활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일정한 보상을 하기 위한 지적재산권 제도가 오히려 사적 이윤을 위해 이용자의 권리와 공공성을 훼손하게 된다면 그 존재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또한, 각 국의 지적, 문화적 환경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통상관계라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한 사회의 사회·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각 국이 스스로 적절한 법·제도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로버트 죌릭(Zoellick)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 지적재산권의 해적행위는 미국인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이며 혁신과 기술·투자 등에 경제를 의존하는 국가들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역사 속에서 이루어온 미국 경제의 혁신은 오히려 다른 선진국의 지적 자산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 하지만 현재 미국은 지적재산권의 독점력을 바탕으로 약소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강탈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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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제작자들의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마녀 사냥

어제 벅스뮤직이 유료화를 하겠다고 선언을 했더군요. 저작권단체들에 백기를 든 것 같기도하고, 애초부터 계획이 있었던 것 아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송을 계기로 벅스뮤직은 뜰만큼 떴고... ---------------------------------------------------- 음반제작자들의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마녀 사냥 - 벅스뮤직 디지털 네트워크의 확산과 기존 저작권 체계의 주된 전장은 여전히 '음악' 영역이다. 그런데, '소리바다'와 같은 P2P 서비스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논쟁의 중심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다.


우선 주요 경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2002년 7월 13일, 월드뮤직 등 5개 음반사가 벅스뮤직을 상대로 음반복제금지 가처분 신청 - 2003년 3월 17일, 문화관광부, 신탁관리 승인과 사용료 징수 규정 승인 - 2003년 7월 1일, 벅스뮤직을 제외한 9개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유료화 - 2003년 6월 27일, 성남 수원지방법원, 5개 음반사의 가처분 신청 인정 - 2003년 7월 8일, 서울지검 컴퓨터 수사부, 벅스뮤직 대표 박성훈씨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으로 사전 구속 영장 청구 - 2003년 7월 9일, 서울지방법원, 사전구속영장 기각 - 2003년 7월 9일, 음반산업협회, 연예제작자협회, 음원제작자협회 주최의 '디지털 음원 무단사용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 2003년 7월 9일 열렸던 기자 회견의 요점은 이렇다. "인터넷에서 횡행하는 무료 음악 서비스 때문에, 음악 산업이 고사 위기에 있다. 창작자의 허락 하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한 상태에서, 온라인 상의 음악 유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소리바다 논쟁에서도 그러했듯이) 현실의 많은 부분을 왜곡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 쟁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보자. 벅스뮤직은 140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국내 최대의 스트리밍을 이용한 음악 서비스 업체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료나 월회비는 없지만, 광고료나 다른 유료 컨텐츠 서비스를 통해 약 연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저작권자(작곡, 작사자) 및 저작인접권자(실연자 및 음반제작자 등)에게 허락을 얻어 합법적 서비스를 할 의향이 있으며,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와 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분쟁의 당사자인 음반제작자와 아직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데, 벅스뮤직 측은 사용료를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첨예한 대립은 '사용료 지급 액수'에서 나타난다. 3월 17일 문화관광부가 승인한 사용료 기준안에 의하면, 벅스뮤직은 연 840억원이라는 거액을 음원 사용료로 지불해야 한다. 연 매출 100억원의 회사가 840억원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벅스뮤직은 사용료가 지나치게 높게 산정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음반제작자들은 '그러니까, 서비스를 유료화해라'라고 맞서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벅스뮤직과 같은 인터넷 음악 서비스 업체가 상대해야할 음반제작자가 단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는 '한국음원제작자협회'를 신탁관리업체로 선정하였으나, 음제협이 관리하고 있는 음원은 전체 음원의 20%밖에 안되는 상황이다. 대영AV, SM 등 국내 대표적인 음반사 10개 단체가 모인 음반회사협의회는 국내 가요 음원의 약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나, 음제협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벅스뮤직은 음제협뿐만 아니라, 개별 음반제작사와도 사용료에 관한 협의를 해야하며, 각 음반제작사의 입장도 동일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사용료 지급 액수문제부터 짚어보자. 문화관광부가 승인한 안에 따르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월정 500원 X 가입자수 X 관리비율 혹은 매출액의 20% X 관리비율' 중 많은 금액으로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여기서 관리비율이란, 서비스되는 음악 중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음원의 비율을 의미한다.) 음제협과 다른 음반 제작자에 동일한 사용료를 지급한다는 전제하에, 벅스뮤직은 500원 X 1400만명 X 12개월 = 840 억원을 지급해야하는데, 이 액수는 연 매출액 100 억원인 벅스뮤직이 현재로서는 지급하기 불가능한 액수이며, 결국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료화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위 기준안은 몇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다른 사용료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사용료율이 높다는 것이다. 벅스뮤직은 2002년도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저작권료로 약 5000만원(광고수입의 0.96%)을,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에 실연권료로 약 2000만원(광고수입의 0.41%)을 지급했다고 한다. 또한, 연 매출 1조 2천억원 이상인 한국방송공사의 연간 음원사용료는 약 2억 7천만원으로 매출액의 0.0225%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음반 제작자는 실제 창작자가 아닌 투자자일 뿐이라는 점을 보더라도, 실제 창작자인 저작권자가 받는 사용료율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사용료 산정방식의 문제이다. 위 기준안에서 제시하는 매출액의 20%는 오프라인 유통 마진율 20%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오프라인의 음반 유통을 동일하게 보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리밍은 단지 '듣기만'한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의 음반 유통과 차이가 있다. 이는 마치 만화책을 사는 가격과 만화방에서 읽는 가격이 차이가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셋째는 기준안 성립과정의 문제이다. 권리자의 지나친 권리 남용을 막기 위해 문화관광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문화관광부는 한국음원제작자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의 권리자와 협의를 했을 뿐,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나 (무엇보다) 이용자들과의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사용료와 관련된 기준안이 권리자에게 일정정도 보상을 하면서, 음악의 원활한 유통과 이용자의 문화 향유를 저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된 이해당사자 모두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어야 했다. 단지 권리자만의 요구를 반영한 기준안에 벅스뮤직과 같은 사업자나 이용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음반제작자들이 벅스뮤직에 유료화를 요구하는 것은 얼토당토하지 않은 얘기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선 사용료가 합리적으로 정해져야 하며, 이같이 정해진 사용료를 지불하기 위해서 사업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할 것인가는 (타인의 권리나 공공성을 침해하지 않는 한) 전적으로 해당 사업자의 자율적인 판단의 영역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벅스뮤직을 둘러싼 논쟁은 '소리바다'와 사뭇 다르다. 소리바다가 P2P 방식의 MP3 음악파일 교환 프로그램으로서, 이용자 상호간에 이루어지는 MP3 음악 파일의 공유를 '지원'하는 것이라면, 벅스뮤직은 업체 자체가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되, 소리바다와 달리 파일을 다운로드,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리밍 방식으로 단지 '듣기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리바다의 경우, 이용자의 '개인적이고 비영리적인 파일 교환'이 저작권 위반인가, 그리고 만일 이용자의 파일 교환행위가 불법일 경우 소리바다가 이에 기여책임이 있는가하는 것이 쟁점이라면, 벅스뮤직의 경우는 온라인을 통해서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할 때 지급해야할 사용료 징수 방법에 관한 문제이다. 어쨌든, 양자 모두, 음반 제작자가 주장하듯, 타인의 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무법자들이 야기하는 문제라기 보다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발전에 따른 문화의 유통, 향유 방식의 변화와 이에 적합한 질서를 찾아가는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소리바다 논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음반제작자들이 저작권과 인터넷 트랜드에 대해 여전히 오해(혹은 무지)를 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들이 야기한 문제, 즉 기존 음반 유통구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음반제작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 즉 저작인접권을 마치 소유권과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저작인접권을 포함한 저작권은 유체물의 소유권처럼 권리자가 절대적인 통제권을 갖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권리자라고 해서, 저작물에 대한 모든 결정이 그들의 마음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 소유권조차도 공공성을 근거로 제한되기도 하지 않는가? 저작권은 한 사회의 문화 발전을 목적으로 하며, 저작권자나 인접권자에게 주어지는 배타적 권리 항목도 이에 종속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던져진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즉, 디지털 네트워크의 발전에 따른 문화 생산물의 유통, 향유 방식의 변화 속에서, 과거 오프라인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음으로서 가능했던 문화 생산 전반에 있어서 자신들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며, 그 통제력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문화 소비 패턴의 변화, 싱글 앨범 부재 등 음반 시장의 문제점, 음반 유통 구조의 불합리, 댄스 음악 위주의 음악 생산 등 소리바다 논쟁 당시 네티즌들이 제기했었던 많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눈을 감을 채, 기존 오프라인 음반 시장 위축의 원인을 모두 인터넷으로 돌리는 한편, 음제협과 음반회사협의회 등으로 이해관계에 따라 음반제작사들이 분열(물론, 이들이 단결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되는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들이 비판했던 인터넷 음악 서비스를 직접 시작하려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는 것 등이 그 증거이다. 이와 같은 음반 제작자들의 권력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에 실연자인 가수들이 손을 들어주며 나선 것도 기존의 왜곡된 구조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결국 문제의 해결책은 합리적인 사용료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단지 저작권자 뿐만 아니라,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해 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사업자나, 저작물 자체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방향은 실제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과 이용자의 향유권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저작권법상 법정 허락(즉, 저작권자와의 협상이 아닌, 법적으로 정해진 보상금을 권리자에게 지불하고, 자유롭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주어질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서비스의 유료화나 기존 음반 유통 질서의 기득권은 전제되어서는 안된다. 음반 제작사에게는 (설득될 것이라고 별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기존의 기득권을 버리고, 오프라인 유통 질서의 합리화와 온라인에서의 공정한 사업 경쟁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것을 권고하고 싶다. 또 한편으로는 지나친 시장 중심의 문화 생산이 아니라, 문화 생산에 있어서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소프트웨어 영역에서의 카피레프트 운동과 같이 공유와 나눔에 기반한 시민사회의 자율적인 문화 생산 모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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