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2017년 8월

.31.

처음 듣게 된 이야기. 어떤 미움일까. 그 마음을 꺼내놓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껏 살피지 못했거나 이야기하지 못한 데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던 걸까. 어쩌면 이번 워크숍에서 들은 가장 귀한 이야기. 워크숍의 목표와는 많이 떨어져있는 듯도 하지만. 

.30.

생각을 내려놓으려는 노력은 효과를 본 듯하다. 다가올 시간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다가온 시간에 충실하면서 내 마음을 살피기. 이야기를 하다마는 듯한 아쉬움도 있고, 제안이기보다는 명령하는 듯 들려서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덕분에 조금씩 편안해질 수 있었던 것도 사실.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를 조금 더 믿고 긍정하게 되기도 했다.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다시 보게 되기도 했지만 아쉽기보다는 안타까웠다. 마음이 전해졌으므로.  

.29.

# 젠더의 수행성에서 '여자로 보이지 않기'와 '여장하기'만 전략일 수 있다는, 즉 '남자로 보이지 않기'는 전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남성'이 보편적 존재로 획득한 위치가 무엇인지를 잘 드러내준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는 남성성도 젠더의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당연한 듯하지만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제안을 하는데, 이 제안이 현실의 권력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지 탐색해봄직하다. 젠더 억압은 성별과 무관하게 작동하지만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데 실패한 여성'과 '남성으로 만들어지는 데 실패한 남성'이 처하게 되는 위치가 같지 않다는 점도 짚어보면 흥미로울 듯하다. 

# 지독한 난독증에서 안타깝게도 내가 발견한 건 누군가의 모습. 그래서 그들이 호소하는 억울함이 이해되면서도 회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대화가 불가능할 것임을 직면하게 되기도. 

.28.

어제 하루 잘 잤다. 자기에 너무 좋은 날씨였달까. 휴가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자는 것처럼 잤다. 두 사람을 만났는데 달콤하게 자고 나서 만나기에 좋은 사람이었다. 

.26.

# '보편적 인권 의제'라는 말에 담긴 위험. 소위 '당사자운동'이 관련 의제에만 몰두하는 걸을 우려할 수는 있지만 '보편적'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노동운동을 같은 관점으로 비판하지 않는 것만 보더라도 이와 같은 문제제기는 부당하다. 보편성은 의제로부터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투쟁으로부터 획득되는 것. 

# 목포신항에 다녀왔다. 세월호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왔다. 긁힌 자리, 잘려나간 자리들. 곁을 지키던 가리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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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들이 불편해하는 후배가 되는 걸 두려워말고, 후배들이 불편해하는 선배가 되는 걸 두려워하자. 

# 혜경 어머니의 시집을 소개하는 한겨레 기사는 당사자가 낸 첫 책이라고 썼다. 단원고 희생교사 전수영 님의 어머니가 쓴 책이 작년에 나왔는데, 한겨레 역시 그 책을 소개했는데도 이렇다. 세월호 참사로 죽어간 이들을 모두 기억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평등한 애도를 만들어가는 일이 이제부터 시작되어야 할런지도. 

# 주최 단체들의 이름을 보고 덜컥 수락한 강연이었는데, 오며 가며 쉼을 얻어온 듯하다. 백두대간의 산자락들을 구불구불 돌아 가는 길이었다. 산을 넘쳐흐르는 나무들의 풍만함에 편안해지는 시간. 

# "어떤 소재가 가슴에 들어와 덜컥 살림을 차리는 것". 덜컥 가슴에 들어온 문장. 

.24.

비에 졌다. 어떤 이야기들이 담겼을지 궁금한 다큐였는데 안산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지더라. 

.23.

문서를 꾸역꾸역 만드는 데 자꾸 못다한 이야기들이 떠올라 마음이 꾸덕꾸덕해졌다. 

.22.

해보고 싶은데, 책임지지 못할 것 같아 차마 더 얘기하지 못하는 회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데, 뭔가 책임져야 할 것 같아서 더 얘기하게 되는 회의.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 자리. 책임감의 차이기보다는 위치의 차이. 그런 건가. 

.21.

은전의 칼럼을 뒤늦게 읽었다. 앎에 대한. 세상을 아는 방법은 두 가지라며 책을 읽거나 현장에 있거나. 책으로 세상을 아는 게 얼마나 안전한 것인지, 나는 어떻게 세상을 만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강연 준비를 하면서 느꼈던 빈약함이 그것일지도. 

.20.

서울역 구역사에서 연극을 봤다.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 기억교실의 책걸상들을 옮기던 연극배우들이 품었음직한 질문들, 나눴음직한 이야기들을 연극으로 만들어준 것에, 그래서 교실이 이전된 것으로 끝이 아님을 일깨워준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배우들이 실로폰 조각을 팔찌처럼 묶어서 책상을 옮기던 때 울렸던 소리를 다시 들었다. 그때는 울지 않았던 것 같은데. 눈을 감고 울어버렸다. 그 소리가 너무 아프고 괴로웠다. 때 늦은 울음일까, 이제 와 감당해야 하는 고통일까. 무엇이 괴로웠을까? 진실을 알고 모든 것을 잃은 오이디푸스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스핑크스의 질문 자체임을 보여줬을 때 감탄하며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연극은 더 나아갈 실마리를 주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도리를 말하는 안티고네로 뛰어넘고, 지킬 것을 지키며 살고 있느냐고 묻는 절규가 이어질 때, 정작 교실에 대한 질문은 사라져버린 느낌. 책상이 폴리네이케스일 수는 없지 않은가.(그러나 나는 여기서 자꾸 머뭇거려진다.) 세월호참사의 경험을 반추하지 않으며 연극을 본다면 어떨지 여운은 남겨놓기로. 1925년에 지어졌다는 공연장의 멋스러움을 한껏 살린 연출도. 

.19.

꿀잠 개소식 들렀다가 민주노조운동의 전망 토론회.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이 시끌벅적하지 않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기도. 6월항쟁만큼 역사화되지 못한 씁쓸함. 

.18.

# '개헌'이라는 정세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정치인들이 권력구조의 개편에만 골몰할 것이라는 예측은 개헌의 한계라기보다 개헌의 본질. 촛불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개헌 국면에서 정치개혁을 어디까지 밀고 갈 것인가는 우리에게도 핵심 과제일지도. 사회 전반에 잔존한 극우보수세력이 재생산될 조건을 차단하는 것.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개헌으로 체제가 개설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면 체제를 변혁할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운동의 과제여야. 기본권의 강화는 기본권 조항의 강화보다 기본권 조항의 실질화를 이루는 데서 방법을 찾아야 할 테고. 

# 지독한 두통의 원인이 어제 마신 막걸리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데. 꺼내지 못한 채 쌓이고 쌓인 이야기들이 독이 되었나. 결국 ㅎ을 붙들고, 왜 이런 거냐고, 왜 이래야 하냐고, 답 없을 게 뻔한 '왜'를 붙들고. 

.17.

타로카드를 뽑으면 지팡이/불이 많이 나왔다. 내가 그 지팡이를 들고 싶지 않을 때 누군가 들어줬으면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그런 기운 때문인 것이겠지. 누구도 들지 않는 것 같을 때 불이 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건가. 

.16.

우울이 병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낀 건 처음(일까?). 근본적으로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뭔가 나아지기 힘들 것이라는 깨달음이 쉼이 준 선물이라니 잔인하다. 회의에 가는 발걸음이 내키지 않았던 건 회의 때문이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내키지 않은 마음이 엉뚱하게 평가회의로 이어졌다. 너무 즐겁고 소중한 경험이었는데 내내 마음이 꽁 했던 거, 아쉽다기보다 억울하다. 

.15.

의욕 또는 집념. 원하는 걸 이루려는 사람의 모습인가. ㅈ의 이야기를 들으며 멋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흠칫 무섭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그건 어떤 느낌일까. 무언가 '이루고 싶다'는 느낌이 내게 참 낯설었는데, 그게 낯설다는 걸 발견한 것 역시 놀라운 일. 무언가 이루고 싶은 게 낯선 인권운동가라니...

.14.

잡지를 뒤적거리다가 만난 문장. "아내의 병을 고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남편이 정작 아내의 말을 듣지 못하듯이, 어떤 목표에 사로잡히면 사람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떠오른 한 사람이 있었지만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내게도 물어볼 일이다. 

.13.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 옆 '완벽한 날들'. 김종숙 화가의 <그 꿈들> 그림이 전면에 걸려있는 걸 보면서부터 반하기 시작. 동화와 그림책을 정성껏 책장에 배치한 작은 북카페.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한다니 언젠가 한 번 꼭 묵어보고 싶다. 강릉으로 넘어가서 만난 사람들과 맛난 음식들 먹으며 여행의 끝과 시작을 지었다. 

.12.

속초에서 황상기 아버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며, 형제자매들과 함께라서 더 그렇게 들렸을 수도 있지만,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희생학생 부모들이 진하게 겹쳐보였다. 벤젠의 허용기준에 대해 말할 때에는 선박 전문가가 되어버린 부모들이 떠올랐고, 내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을 때 가장 힘들었다는 이야기에서는 농성 초기의 부모들이 떠올랐다. 믿더라도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거나, 삼성이 얼마나 무서운 권력인데 덤비려느냐는 '충고'를 들을 때는 또 비슷한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지칠 때에도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건, 말하면서, 끊임없이 말하면서라고 하실 때에도, 마찬가지. 형제자매들 역시 부모님들을 떠올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으면서 목포신항을 다녀올 때면 말리기도 했지만 그 마음을 알 듯도 하다고. "이 일이 끝나면 어떤 삶을 살고 싶으셔요?" 황상기 아버님은 달리 바라는 삶 없다며 그저 택시운전을 계속 할 거라고 하셨다. 그/녀들의 부모들도 그렇겠지. 하지만 우리에겐 그게 언제쯤일지 가늠할 능력이 없다는 것, 그것이 우리를 계속 걷게 하겠지. 내게는 그 질문보다 그 질문을 자신의 부모에게도 해보고 싶었다는 마음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야기가 힘이었다고 하신 말을 되새기며, 자신은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나아질 수 있었다는 한 친구와, 자신은 아직도 다른 사람과는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고민하는 한 친구의 마음도. 우리는 조금씩 더 두터워지고 뽀송뽀송해지고 있는 것이겠지. 

.11.

무엇이든, 무언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 그러나 무언가 제안하지는 않거나 못하는 상황. 곰곰이 생각해봐야지. '우리'에 대한 이 기대는 무엇일까? 아직 내 것은 아닌. 

.10.

# '슈퍼우면'이라는 말을 이제서야 떠올리다니. ㅇ가 가족에 대해 짊어진 부담이 내게로도 넘어오는 것 같아 늘 마뜩치 않았던 것 같다. 평범하지만은 않은 ㅇ의 애착 또는 분리불안을 내려놓아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을 '문제'가 되게 만드는 것은 ㅇ의 심리가 아니다. 한 사람이 해내기 힘든 두 개의 역할을 해내도록 만드는 환경의 문제다. 물론 둘 중 ㅇ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 조건을 조직해내기를. 

# 질펀한 수다. 그 와중에도 정신줄을 놓지 못하는 나를 보며 씁쓸한. 

.9.

ㅎ과 이야기하다가 목이 멘 것은 세 번. 너네는 잘 지내는구나. 내가 바보같아서 이런 건가. 지금은 뭔가 얘기하질 못하겠다. 손탁커피에 가서 토론자료들을 읽었다. 그게 마음이 차라리 편하다. 

.8.

새벽에 눈을 떴으나 다시 자기로 마음을 먹었다. 누웠지만 번잡한 상념들에 잠이 쉬 오지는 않았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으로 잠들었다가 느즈막히 눈을 다시 뜨고 나니 몸도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글쎄다. 여전히 불안정하다. 많은 것들이 귀찮은데 놓기도 귀찮다. 

.7.

안식주의 시작이지만 회의에 나가기로 한 후 이런저런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오늘자로 메모해두었다. 정말 소소한, 문자메시지 한 통 보내는 것까지. 다이어리 칸이 부족할 정도였으나 하루가 뻑뻑했던 건 그것들 때문은 아니다. 워크숍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도대체 이 이야기가 응축한 시간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막막함 혹은 답답함. 마루타가 된 느낌이라는 건 진심이었는데 그 말이 들리긴 한 건지 궁금하기도. 신뢰의 부족이 문제인 것인지 과도한 기대가 문제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 하루의 끝에 너는 왜 내게 성을 냈을까. 누구도 어쩌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다만, 서러움이 북받치려는 밤이었다. 

.6.

노순택 사진전 마지막날. 일단 집을 나서기로 하고 아트선재센터에 갔더니 12시부터 연다고. 동네 구경이나 좀 해야겠다 싶어 어슬렁거리며 걸었는데 구경할 동네가 아니게 됐다는 사실만 깨닫고 말았다. 시간 맞춰 다시 가니 몇몇 사람들이 벌써 들어가있었다. 노순택의 사진은 글자 많은 텍스트 같은 느낌. 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비상국가. 그의 카메라가 담은 국가폭력의 현장과 작년 촛불의 광장은 연결돼있으면서도 분명히 달랐다. 발터 벤야민의 문장처럼, 억압받는 이들에게 닥친 비상사태와, 진정한 비상사태의 차이일까. 하지만 그렇게 읽기엔 아직 작년의 촛불을 모르겠다. 전시의 막바지쯤 사진 속 나를 마주쳤다. 마침 같은 티셔츠를 입고 갔던 나는 풉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이 되는 어떤 풍경과 사진이 되지 못하는 어떤 일상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집에 돌아와 잠시 책상 앞에 앉았다가 노트북을 챙겨 근처 카페로 갔다. 에어컨은 더이상 편의나 편리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물론 내가 월요일 회의를 앞두고 어려운 입장글의 초안을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편리의 문제로 남았을지도 모르고. 

.5.

# 날이 너무 더워 동네 카페에 갔다가 고민정의 에세이집을 봤다. 그리 흥미롭지는 않았는데 '존경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됐다는 말이 길게 남았다. 존경'받을 만한' 사람보다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어려운 건 아닐까. 

# 지난 촛불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권력의 상징이랄 수 있는 두 인물이 구속되었다. 박근혜와 이재용. 둘이 구속되기까지, 세월호와 반올림의 깊은 원한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들의 구속 이유에는 세월호도 반올림도 없다. 뿌듯하면서도 착잡한 마음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졌다. 

.4.

# 영어 통역을 거쳐야 하는 강의라 집중하기 쉽지는 않았으나 3년 여에 걸친 진상규명 활동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진상조사의 목적 중 '교훈을 얻기'에 대해 얘기할 때는 놀라기도 했다. 조사를 잘 마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교훈은 얻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조사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중요한 것이었다. 진상조사의 목적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중요하겠구나. 1기 특조위가 어려웠던 점 중 하나. 강의가 끝나길 기다려 건넨 질문에 강사는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익숙한 길과 미답의 길 사이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의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한 때다. 

# ㅈ를 만났다. 8년, 9년만인가.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것 같다며 사람 많은 곳에 나온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했다. "그때 일 어떻게 생각하세요?" 언젠가 같이 모여서 얘기 나누는 시간이 있어도 좋겠다. 그때는 사람들 마음을 두루두루 살핀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저마다 숨겨야 했던 상처까지 헤아리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일이 잘 해결되기만 바랐던 것은 아닐까, 내 마음은 어땠는지 모르겠다. 

.3.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나, 집에 있을 만하다. 선풍기를 틀지 않고도. 

.2.

# 어떤 사람에 대해서 생각 중이다. 나이가 적당히 많은, 깊은, 예술의 사유를 사랑하는. 특정인을 떠올리지 못하는 게 좀 아쉽다. 

# 연대체의 참여 자격 여부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데 자꾸 겹쳐보이는 상황. 함께 하기 힘든 이유와 함께 할 수 없는 이유 사이의 간극. 

.1.

커피 두 잔과 이어진 수다. ㅎ과 만나 여유 있게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수 개월 동안 내 고민은 엇비슷한 자리를 맴돌고 있다. 조급해지다가도 느긋해지고, 귀찮아지다가도 의욕이 솟고, 이래. 진단과 고민이 비슷한 사람과의 수다는 즐겁고 편안하다. 하지만 뭔가 한 발 더 떼야 할 때인 듯도 하다. 그래서 ㅇ을 만났는지도 모르겠는데, 서 있기도 버거운 내 처지를 다시 확인. 고마운 위로와 격려. 

 

걷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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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3 15:31 2017/08/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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