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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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사랑> 소설을 모티브로 한 영화라던데 감독의 상상력이 상상 그 이상이다. 하지만 '쌍둥이'의 과잉이라는 느낌도. 내년에는 영화도 종종 봐야지 하는, 새해 소원을 담아 마을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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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치유의 숲. 시오름. 빵공장. 그리고 마지막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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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자도는 포기. 바람이 세서 걷기 힘들 것이고 배가 안 뜰 수도 있다는 충고에 꼬리를 내렸다. 섬에 다시 다니기 시작해야 하는데. 여행을 떠나는 일이 너무 낯설어지기 전에. 길을 나서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기 전에. 내년에는 '굳이' 여행 해야지. 

# 이덕구산전에 갔다. "아무런 이유 없이 억울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 죽어서 아무런 이유가 없어져버린 것이 억울한 것이다." 이거였다. 시의 일부라고 한다. 문정현 신부님이 새긴 서각이 깨어진 무쇠솥 앞을 지키고 있었다. 나 역시 4.3에 관해 잘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나마 내가 아는 편인 것은 아닐까? 한국 근현대사의 여러 사건 중 과소기억되는 사건. 해방 전후의 사회주의 운동과 닿아있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또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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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는 순간 이건 일이구나 싶었고, 결국 두 군데 숙소를 답사하고, 머릿속은 복잡해져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캔맥주를-제주위트에일을  사고 싶었기도- 사서, 식탁에 앉아 머리만 굴리다가. 갑자기 일정 하나를 바꾼다고 하니 그거 때문에 다른 걸 조정하느라 애쓴 기억도 스치고 괜히 짜증이 나고. 어차피 일인데, 마음먹고 왔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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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도 일찍 내려가야 하나 싶어 항공권을 열심히 검색하다가 그만뒀다. 큰딸이라 그러는 것 같아서. 막상 오후에 내려가니 엄마한테는 많이 미안했지만, 고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별 일 아니었다. 

# 많이도 읽었다는 <82년생 김지영>. 드라마가 될 수 없는 드라마(허구를 방불케 할 만큼 큰 긴장이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가 르뽀가 아니라 소설로 등장해서 파란이 일었던 것 같다. 책에서 인상적인 건, 여성들이 '하지 못하는' 이유가 달라졌다는 것. 등장하는 남성들이나 부계가족은 할머니가 재현하는 시대와 다른 방식으로 가부장질서를 작동시킨다. 섬뜩하기도. 책을 읽는 나는 어디쯤에서 공명하거나 거리두고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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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집단 대 집단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말들을 정리해보고, 집단 대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례나 이야기들을 준비해야겠다. 다른 여러 경우에 비해 남성과 여성에 관해서는 파이를 분배하는 것처럼 이해되는 배경도 짚어봐야겠다. 그만큼 적극적 차별시정조치의 경험이 공유되었기 때문이기도. 

.25.

여유는 만들기 나름이라고, 시간이 훌쩍 가는 게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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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우리가 좀 덜 힘드니까".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더 힘들겠구나 싶어, 할 수 있는 말은 없고, 조용히 응원을.

# 마주해야 할 것들이 보이는데 마음의 준비는 안 되고, 피하고 싶은데 그런 준비도 안 되고. 어쩔 줄 모르겠으니 괜히 스트레스만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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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 걱정 안해도 되면 뭘 하고 싶은지. 나는 책을 읽고 싶다. 혼자서도 읽고 같이도 읽고 읽고나서 끄적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재미난 것들도. 올 겨울 쓸쓸한 이유 중 하나는 책이 손에 잘 안 잡힌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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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 컨셉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여러 사람이 묻기 시작한 주. 그리고 말하기 시작한 주. 

# '일 없이' 만나는 자리. 이렇게 한 살 먹어간다, 우리. 깜짝 선물도 반가왔다.  

.21.

역량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의 20대 역량 분포를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비슷비슷하게 밀집해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나이든 사람들이 쉽게 말하듯 힘든 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쟤보다 힘든 일 하고 싶지는 않을 그 마음이 짐작이 됐다. 개개인의 선택에 꽤나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 될 듯한, 흥미로운 통계. 

.20.

# 차별 또는 평등은 집단 대 집단의 문제로 연상하게 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 양성평등에서 성평등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성소수자 때문만은 아니라는 거. 

# 묘하게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에 혼자 심란했는데, 정말 나만 심란한 건지, 그냥 다들 견디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과 동시에 알기도 지치다는 느낌이 스쳤다. 

.19.

# ㅇ랑 둘이 만나 수다떨며 시간을 보낸 적이 처음인 듯도 했다. 알던 사람인데 모르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한, 조금은 깊게 만날 수 있었던 시간. 솔직하고 분명해서,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얘기하든 알아서 듣겠거니 싶은. 잘 들리게 하고 싶은 욕심이 대화를 이어가게 하는데, 어차피 듣는 건 상대의 몫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면 편안해지는, 그런. 

# 날짜를 잡다보니 송년회 시즌이라, 내 인생의 버스 하나씩이라도 꼽아보고, 긴긴 기다림의 소감도 나눠보고 그럴 걸, 이렇게 만나게 될 일이 웬만해서는 없을 텐데, 돌아오는 길 내내 후회가. 꼭 한 번은 더 만나야겠다. 

.18.

타로 심화 강좌를 안 들었으면 큰일날 뻔. 2015년 연말에 올해의 타로 덕분에 바닥을 치고 올라와 새해를 맞을 수 있었다. 작년 한창 힘들 때에도 문득 떠오른 카드가 시간을 받아들일 힘을 주었고, 그래서인지 올해는 일부러 떠올리며 용기를 얻었더랬다. 부작용은, 내년과 내후년의 카드를 미리 떠올리며 걱정이 한가득이었다는 거. 강좌 덕분에 계산식을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해가 간다고 무작정 숫자 하나씩만 더하면 안 된다는 거. 악마에서 연인으로. 극적인 반전 아닌가. 이렇게 작은 걸로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데 왜이리 힘들게 살고 있나. 

.17.

금연, 책임, 다시봄. 이렇게 세 가지 단어를 꼽아보았다. 저녁을 먹고 나서 차를 마신 건 참 잘한 일인 듯. 

.16.

# 덕분에 개헌특위 자문위 보고서를 읽었다. 

#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색하고 말하는 나. ㅁ과는 연초에 따뜻한 밥 한 번 먹어야겠다. 

.15.

# 열심히 들어준 사람들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인권'으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던 시간. 또 하나의 레퍼토리. 

# 그랬구나. 그랬구나. ... 그랬구나. ㅇ은 나와 달라서 무거운 감정들 사람들과 잘 풀면서 비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그렇다고 쌓이는 게 없기야 하겠냐만 그래도 훨씬 유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많이 무겁고 힘들었을 텐데, 나는 내 힘든 얘기만 해왔네. 정작 외롭기는 ㅇ이 더 외로웠겠구나 싶더라. 그런데,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참 난감하더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은 일단 끝내야 하겠다만. 

.14.

# 경험이 많다는 건 속사정을 더 알게 된다는 것, 그래서 더 잘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러나 방향을 세우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걸 잊지 말자. 

# 토론 제안을 받은 덕분에 오랜만에 '인권교육'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어제 이력서에 '인권교육 및 강의'라고 적은 걸 보고 혼자 웃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인권교육운동에 대해 말하는 것과 '들'과 함께 고민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 고민을 시작하니 10주년 앞두고 괜한 조바심까지 생겼다. 

.13.

아침에 뽑은 타로에 교황이 나오길래 무슨 꼰대짓을 할까 걱정했더니, 하루종일 토론문 쓰고 강의안 만들고 하며 사무실에 있더라. 

.12.

# 언젠가 잘 얘기하고 싶은데, 똑같은 얘기를 계속 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떠올리는 순간 화가 나서 얘기를 못 꺼내는. 그래도 마음에 옹이가 질 때 거리를 두고 보는 근육이 생긴 것 같아. 그리고 이것도 기억해두기. "도움이 된다고 믿어서다. 본인을 포함해 독설 듣고 잘되는 사람은 없다. 옳은 말 하지 마라. 사람을 살리는 것은, 무너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내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하는 것은 옳은 말이 아니라 다정한 응원이다." (이명수, 지금 마음이 어떤가요)

# 연차나 경험이 다른 활동가들과 일을 같이 한다는 걸 줄곧 신경은 쓴 것 같은데 서로 어떤지 얘기 한 번 나누지 못하고 1년이 갔다. 그래도 힘들기만 하지 않고 서로 배우는 시간이었다 해서 참 다행이다.  

.11.

'오해', 억울한 마음에 길을 내주는 말. 그러나 지울 수는 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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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은 게 아니라, 죽어서 이유가 없어진 거야." 4.3항쟁의 이야기만이 아니겠다. 죽여서 까닭을 설명할 필요가 없게 만들거나, 죽어서 누구도 이유를 찾아 싸워주지 않으면, 이유 없는 죽음. 

# 김포공항에 닿으니 피로가 쏟아졌다. 술을 많이 마셨고 잠을 별로 못 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여행보다 욕심은 컸던 것 같은데 욕심을 부리지는 않은, 좋은 사람들과 잘 쉬다 온 기억으로 남을 여행인 듯한데, 그 와중에도 계속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싶었다. 

.9.

#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지 궁금한 건 우정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괜히 상대를 걱정하거나 지레 돌봄을 자임하거나 하는, 적어도 조정하는 역할을 하려는, 관계를 상당히 수직적으로 고착시키는 맥락에 있을 수도 있다. 나를 잘 살펴야겠다. 가까워지면서 더 멀어지는 건 아닌지.  

# 텔방이 그리 바쁘지 않은 건, 집회가 꽤나 기세있고 즐겁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하면서 흘깃거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다. 이렇게 차별금지법제정운동 2라운드의 첫해가 간다. 

# 전세계의 관광지가 몸살을 앓는 큰 배경은 저가항공의 발달이라고 한다. 접근성은 좋아지지만 모든 걸 준비해와서 그냥 다녀가기만 한다는. 현지에서 돈을 많이 안 쓴다는 얘기를 들으면, 모두의 것인 자연을 특정 지역의 경제 문제와 연관시켜 말하는 게 적절한가 의문이었는데, 이번 여행을 거치며 조금 새롭게 보게 되었다. 동백동산도 그렇고. 모두의 것인 자연도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키울 수 있게 된다면, 가까운 데서 벗이 되어준 사람들에게도 돌봄의 대가가 돌아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8.

마지막 여행의 첫째날. 타로가 열어주는 이야기들. 스프레드천을 빌려오길 잘했다. 하지만 이런 일정에 이런 속도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게 쉽지는 않다. 

.7.

# 보건소에 갔다. "금연클리닉 등록하시겠어요?" "네" 금연상담사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분이 상담해줄 줄 알았는데, 진료실로 가라는 말밖에 안해서 허탈. 금연전도사는 아니니까, 음. 나이 지긋한 의사는 약이 저절로 담배를 끊게 해주는 게 아니라 담배를 끊으려고 할 때 약이 도움되는 것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흡연충동을 참는 데 5~10초면 된다고 했는데 그게 참 와닿았다. 줄여가는 것보다 바로 끊는 게 낫다면서 그 이유는 금연을 결심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시나 절절하게 와닿는 말. 

# 예상보다, 마음을 정하고 나온 ㅇ. 복잡한 마음. 

.6.

ㅎ과 밥을 먹었다. 사무실이 지척에 있고 오며가며 볼 일도 많은데 밥 한 끼 먹는 게 처음인 듯했다. 올해는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통하는 고민이 많아 반가운 때도 많았고, 차차 더 나눌 이야기들도 많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아쉽다. 그걸 아쉬움 이상의 복잡한 감정으로 느껴야 하는 그의 상황이 참 속상하다. 

.5.

나이 차이가 별로 중요한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나이대가 다른 사람을 충분히 존중하는 방식이 못 된다. 나이 어린 사람을 존중하는 건 '괜찮아'가 아니라 '너는 그렇구나'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세대'라는 관점을 다시 보게 됐고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ㅇ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란 건, 나이 자체보다 내가 그녀의 경험을 충분히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 후회는 언제나 뒤늦은. 

.4.

# 꿀잠 보고 온,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한 날. 

# 스프레드천을 빌렸다. 

.3.

때를 놓친 책들. 책이 손에 안 잡힌 지 꽤 됐다. 시간이 없어서 못 읽다가 막상 시간이 나도 손에 쥐지 않게 되는. 그러고 보면 책을 읽을 때 시간이 나서 읽었던 건 아니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질문들이 희미해진 것. 닥쳐서 해결해야 할 일들에 너무 붙들렸던 것. 

.2.

어제 ㄹ와 나눈 이야기에 이어 오늘 ㅈ와 나눈 이야기. 결국, 인권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김영삼 정권 시대부터 되짚어보는 인권운동사 세미나도 큰 도움이 된다. 문재인 정권 시대 혹은 촛불 이후는? 그/녀들의 질문 또는 고민을 들으며 답을 찾아가는 길이 조금은 든든해졌다. 

.1.

어제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든 가브리엘의 목소리에서 그의 마음이 짐작되었다. 오늘 디셈버퍼스트 행사장에서 그의 마음도 멀찌감치서 짐작해본다. 에이즈인권운동이 시작된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한국의 에이즈인권현실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극심한 혐오 속에서도 우리가 한 발 나아간 곳이 있다면, 그 곳이 지금 투쟁을 시작하는 자리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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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6:28 2017/12/0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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