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2017년 12월

.10.

김포공항에 닿으니 피로가 쏟아졌다. 술을 많이 마셨고 잠을 별로 못 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여행보다 욕심은 컸던 것 같은데 욕심을 부리지는 않은, 좋은 사람들과 잘 쉬다 온 기억으로 남을 여행인 듯한데, 그 와중에도 계속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싶었다. 

.9.

#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지 궁금한 건 우정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괜히 상대를 걱정하거나 지레 돌봄을 자임하거나 하는, 적어도 조정하는 역할을 하려는, 관계를 상당히 수직적으로 고착시키는 맥락에 있을 수도 있다. 나를 잘 살펴야겠다. 가까워지면서 더 멀어지는 건 아닌지.  

# 텔방이 그리 바쁘지 않은 건, 집회가 꽤나 기세있고 즐겁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하면서 흘깃거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다. 이렇게 차별금지법제정운동 2라운드의 첫해가 간다. 

.8.

마지막 여행의 첫째날. 타로가 열어주는 이야기들. 스프레드천을 빌려오길 잘했다. 하지만 이런 일정에 이런 속도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게 쉽지는 않다. 

.7.

# 보건소에 갔다. "금연클리닉 등록하시겠어요?" "네" 금연상담사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분이 상담해줄 줄 알았는데, 진료실로 가라는 말밖에 안해서 허탈. 금연전도사는 아니니까, 음. 나이 지긋한 의사는 약이 저절로 담배를 끊게 해주는 게 아니라 담배를 끊으려고 할 때 약이 도움되는 것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흡연충동을 참는 데 5~10초면 된다고 했는데 그게 참 와닿았다. 줄여가는 것보다 바로 끊는 게 낫다면서 그 이유는 금연을 결심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시나 절절하게 와닿는 말. 

# 예상보다, 마음을 정하고 나온 ㅇ. 복잡한 마음. 

.6.

ㅎ과 밥을 먹었다. 사무실이 지척에 있고 오며가며 볼 일도 많은데 밥 한 끼 먹는 게 처음인 듯했다. 올해는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통하는 고민이 많아 반가운 때도 많았고, 차차 더 나눌 이야기들도 많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아쉽다. 그걸 아쉬움 이상의 복잡한 감정으로 느껴야 하는 그의 상황이 참 속상하다. 

.5.

나이 차이가 별로 중요한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나이대가 다른 사람을 충분히 존중하는 방식이 못 된다. 나이 어린 사람을 존중하는 건 '괜찮아'가 아니라 '너는 그렇구나'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세대'라는 관점을 다시 보게 됐고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ㅇ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란 건, 나이 자체보다 내가 그녀의 경험을 충분히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 후회는 언제나 뒤늦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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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잠 보고 온,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한 날. 

# 스프레드천을 빌렸다. 

.3.

때를 놓친 책들. 책이 손에 안 잡힌 지 꽤 됐다. 시간이 없어서 못 읽다가 막상 시간이 나도 손에 쥐지 않게 되는. 그러고 보면 책을 읽을 때 시간이 나서 읽었던 건 아니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질문들이 희미해진 것. 닥쳐서 해결해야 할 일들에 너무 붙들렸던 것. 

.2.

어제 ㄹ와 나눈 이야기에 이어 오늘 ㅈ와 나눈 이야기. 결국, 인권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김영삼 정권 시대부터 되짚어보는 인권운동사 세미나도 큰 도움이 된다. 문재인 정권 시대 혹은 촛불 이후는? 그/녀들의 질문 또는 고민을 들으며 답을 찾아가는 길이 조금은 든든해졌다. 

.1.

어제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든 가브리엘의 목소리에서 그의 마음이 짐작되었다. 오늘 디셈버퍼스트 행사장에서 그의 마음도 멀찌감치서 짐작해본다. 에이즈인권운동이 시작된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한국의 에이즈인권현실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극심한 혐오 속에서도 우리가 한 발 나아간 곳이 있다면, 그 곳이 지금 투쟁을 시작하는 자리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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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6:28 2017/12/0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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