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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3 출시에 부쳐-액션 게임은 어떻게 게임을 망쳤나

1.
게임의 개념을 구성하는 기본은 규칙이다. 바둑돌이 흰색과 검은 색이 아니라 붉은 색과 노란색이라도 상관없다. 장기판의 말을 체스말로 바꿔도 장기를 둘 수 있다. 하지만 바둑판에 대각선 줄을 넣거나, 장기에 퀸을 도입하면 바둑이 아닌 것이 되고 장기가 아닌 것이 된다. 규칙이 있으면 따르기 마련으로, 우리는 규칙을 그저 감상하지 않고 그 규칙에 따라 게임 안에서 행위를 한다. 게임은 음악이나 건축에 비유할 수 있을 텐데, 게임의 규칙을 악보나 건축물로 본다면 실제 게임을 하는 행위는 음악을 연주하거나 건축물을 사용하며 생활하는 일이라고 비유하는 식이다. 이 때 그 행위의 대상은 언제나 게임 자체이며 승부의 상대는 게임의 규칙일 수밖에 없다. 상대가 누구든 내가 흑돌을 쥐면 내 적은 백돌일 뿐이다.

 

게임의 수단이 컴퓨터라도 위와 같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컴퓨터의 연산능력으로 더 정교한 규칙을 적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픽과 사운드는 이 룰에 따르는 과정과 결과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요소다. 그런데 더 정교한 규칙과 더 화려한 장식은 게임의 역사를 바꾸었다.

 

2.
둘 다 컴퓨터를 이용한 게임이지만, 콘솔 게임과 PC 게임은 전혀 다른 역사를 가진다. 최초의 콘솔 게임은 탁구를 모방한 게임이었다. '아타리 쇼크' 이후 일본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콘솔게임의 대부가 현실의 게임인 화투를 만들던 '닌텐도'라는 사실 역시 의미심장하다. 정리하면 콘솔 게임은 게임만을 위하여 설계된 컴퓨터인 콘솔을 이용하여 현실의 게임을 재현한 것이었다. 스포츠 게임이나 비행 시뮬레이션, 주행 시뮬레이션 게임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컴퓨터 게임에서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성격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이런 게임의 목표는 더 그럴듯한 그래픽과 사운드와 물리엔진으로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며, 규칙은 현실의 그것을 콘솔의 연산능력 등에 따라 적당히 줄여놓은 것이다.

 

반면 PC 게임의 시작은 RPG였고, RPG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D&D' 덕후들이었다. 'D&D'는 여러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서 각자 하나씩 역할을 맡고, 'D&D'라는 규칙책을 이용해 일종의 연극을 하는 놀이 중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다. 지금이야 RPG, 즉 롤플레잉에서 role이라면 탱커/힐러/딜러 식으로 접근하지만, 본래 role은 연극이나 영화에서 말하는 역할에 더 가까웠다. 예를 들어 각자 힘이 세지만 일자무식인 군인, 성격은 괴팍하지만 속정 깊은 난장이, 세상 물정 모르지만 믿음은 깊은 수도사라는 식으로 역할을 맡고 모험을 떠나는 연극을 하고, 이 과정에서 사회자가 'D&D' 규칙책을 활용해 진행을 돕는 식이다.

 

'D&D' 덕후들은 사회자 역할을 컴퓨터가 맡으면 복잡하고 지루한 과정을 빠르게 해치울 수 있고, 뒤집어 말하면 훨씬 정교하고 복잡한 규칙책을 가지고 'D&D'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래 D&D에서는 5개의 서로 다른 주사위로 모든 행위의 결과를 결정하는데, 예를 들어 길을 가다 사과를 주워 먹었는데 이 사과가 독이 들었을 확률과 그 독을 먹고 어떤 병에 걸리는가 따위를 사회자가 주사위로 정한다. 그런데 이 과정을 컴퓨터가 정하면 훨씬 빠르게 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독이 있는지 벌레가 있는지 그저 썩었는지 등등 다양한 상황과 그에 맞는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애초에 PC 게임의 기원인 RPG의 목적은 더 정교한 규칙과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역할연극이었다. 이상적인 RPG 게임은 더 정교해진 규칙은 게임 플레이어가 상상할 수 있는 행위보다도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대비하는 게임이었다. 그것은 게임 플레이어가 현실의 규칙을 대신한 게임의 규칙 안에서 게임이 부여한 역할에 심취하여 다양한 행위를 시도할수록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었다. 게임의 자유도라는 개념은 이미 컴퓨터 게임이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고, 게임의 자유도와 자유도를 증명할 규칙과 게임 플레이어와의 상호교류라는 길이 PC 게임의 기원이었던 셈이다.

 

3.
이상적인 RPG 게임을 구현하는 첫 길은 던전이었고 그 주인공은 '위저드리'였다. 던전은 공간으로서 그 자체로 규칙을 구현하고, 다양한 퍼즐과 괴물은 게임 플레이어가 하는 모든 행위에 따라 끊임없이 상호교류하면서 다양한 규칙의 변동 폭을 보여줬다.

 

공간축으로서 규칙을 드러낸 게 '위저드리'의 던전이라면 시간축으로서 규칙을 드러낸 것은 퀘스트였고 그 최고봉은 '울티마'였다. 이 퀘스트는 그저 괴물 10마리 잡고 돈 100원 버는 게 아니었다. 퀘스트를 진행하면 게임 플레이어는 게임에 몰입할 동기를 얻었고, 게임이 규칙으로 구현한 세계에 몰입하며, 그 속에서 퀘스트를 해결하고자 자유롭게 노력한 끝에 게임과 상호 교류하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쌓았다.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소한 퀘스트들은 어느새 쌓여서 거대한 게임의 새로운 세계를 드러내고 게임 플레이어를 초대했으며, 이런 과정을 퀘스트를 얻고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제작자가 게임 플레이어에게 전하려는 주제의식에 도달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 주제의식은 게임 플레이어가 직접 규칙과 승부하면서 해결을 모색한 과정 끝에 나온 것이어서 게임을 만드는 순간까지는 '울티마'의 제작자인 리처드 게리엇의 것이었지만 게임의 엔딩이 나올 때마다 게임 플레이어의 문제의식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폴아웃'은 '울티마'만큼이나 뛰어난 퀘스트 구조를 갖출 뿐 아니라 게임의 기본인 규칙을 극단으로 몰고 간 게임이었다. 지능이 떨어지면 그저 지능이 요구되는 전투마법이 약할 뿐 아니라 글도 못 읽고 말도 할 줄 모르며 돈 계산도 못해서 아이템을 사고 팔기도 어려웠다. 힘이 약하면 그저 몸싸움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짐도 들지 못하고 체격이 작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했다. 항상 적과 싸워서 죽이는 게 아니라 설득해서 내 편으로 만들 수도 있고 몰래 음식에 독을 타서 죽일 수도 있고 적의 뒤를 봐주는 더 강한 적과 친해져서 협박할 수도 있었다.

 

4.
이 긴 글을 쓰는 이유는 짐작하다시피 오늘 발매된 '디아블로3' 때문이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최악의 RPG 게임이 결코 아닌데 왜냐하면 '디아블로'는 RPG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울펜슈타인'과 '둠'이 가져온 FPS 충격은 패드가 없는 PC가 오히려 콘솔게임보다 액션게임에 더 적합할 수 있다는 비밀을 폭로했다. 이제 PC게임은 콘솔의 길, 즉 시뮬레이션의 길을 걸었고 오히려 콘솔보다도 더 열심히 걸었다. 1인칭 시점은 그 어떤 게임 장르보다도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요구한 반면, 다양한 주변상황에 대한 이해와 그것들과의 상호교류를 위한 시야를 좁히는 것이었다. FPS 액션을 위해 고안된 인터페이스는 던전의 복잡한 퍼즐과 다양한 상황변화에 대처하기를 포기한 일이었다. 극도로 단순한 던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적을 총으로 쏘는 일 말고는 아무 것도 필요 없는 FPS에서 치밀한 퀘스트와 복잡한 규칙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프라이프'는 FPS와 기존 전통의 사이에서 FPS의 정점을 찍었고, '퀘이크' 시리즈는 FPS의 극단까지 몰고 갔다. 게임의 규칙과 그 규칙이 세운 게임 속의 세계와 게임 플레이어가 서로 교류하는 일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오직 더 화끈한 그래픽과 화끈한 액션만을 원했다.

 

FPS 게임의 영향은 다른 게임에도 미쳤고, PC 게임 전통의 본령인 RPG에도 영향을 미쳤다. '발더스 게이트'와 '디아블로'는 죽어가던 대작 RPG를 살렸다지만 정확하게는 RPG의 부활이 아니라 RPG의 좀비 개조였다. 둘의 공통점은 줄곧 적을 죽인다-아이템을 먹는다-내가 더 강해졌다-적을 더 많이 죽인다의 반복이라는 점이었다. 던전은 그저 몬스터를 죽여서 아이템을 줍는 공간이고 그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둘의 차이점이라면 '발더스 게이트'는 뭘 고르든 큰 차이 없는 대사지문 서너 개 중 하나를 고르는 걸 퀘스트라고 내놓았다면 '디아블로'는 아무도 퀘스트와 스토리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제 RPG에서 게임의 규칙은 얼마나 더 강한 공격을 퍼붓고 얼마나 더 강한 아이템을 만드냐에 관한 것뿐이었다.

 

그렇다. 나는 이 글을 '발더스 게이트'가 대박을 친 후 '발더스 게이트'의 그래픽만 바꾼 게임인 '스타워즈 구공화국' 시리즈,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 '매스 이펙트' 시리즈를 만든 '바이오웨어'를 까기 위해서 썼고, '디아블로' 시리즈를 까기 위해 썼다. '바이오웨어'의 게임의 구성은 둘로 나뉜다. 착한 대사와 나쁜 대사, 개그 치는 대사 등 서너 개로 역할이 나뉘는 대사를 고르는 대화 장면과 적을 죽이는 액션 장면. 주로 착한 대사를 고르면 착한 애인을 꾀고 나쁜 대사를 고르면 성격 독한 애인을 꾀는 차이만 있고, 퀘스트가 모여 게임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과정은 단순해서 굳이 퀘스트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그저 각 액션마다 하나의 임무를 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적을 죽이는 액션 장면에서의 즐거움은 당연히 전문 액션 게임의 반의반도 되지 않는다. 섹스하고 적을 죽이는 단 두 가지 역할을 주는 게임에 롤플레잉이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디아블로'는 더 심각하다. 퀘스트도 던전도 규칙도 없으니 게임이 주는 문제의식이나 규칙과의 상호교류 따위는 전혀 없다. 오로지 적을 죽일 뿐인데, 패드가 없는 컴퓨터에서 액션의 즐거움은 뻔하디 뻔한 수준이다. 자판기 버튼을 누르듯 마우스로 화면의 적을 콕콕 찍어 누르다 보면 적이 죽고, 자판기에서 음료가 나오듯 적이 아이템을 준다. 게임의 즐거움은 내가 가진 아이템의 공격력 숫자가 얼마나 더 높냐는 것뿐이다.

 

5.
그나마 남은 희망을 '엘더스크롤' 시리즈였다. '엘더스크롤3 모로윈드'에서 NPC와 대화하면 대화지문 중 중요한 키워드마다 링크가 걸려있고, 각 키워드를 누를 때마다 키워드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대화할 수 있었다.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당장 아무런 퀘스트도 얻을 수 없다. 그렇게 게임 속 세상과 끊임없는 적극적인 교류 끝에 얻어내는 작은 퀘스트들이 모여서 '엘더스크롤'의 세계와 예언의 자기실현적 모순이라는 이야기로 플레이어를 끌어냈다. 아직 던전은 충분히 훌륭했고, 폴아웃만큼은 아니지만 규칙도 다양한 영역을 다루었고 자유도 또한 높았다.

 

하지만 가장 최신작인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은 변했다. 대화는 '바이오웨어' 수준이고,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인 퀘스트 역시 엉망이었다. 사이드 퀘스트는 온라인 게임 수준으로 많지만 모두 따로 놀았고, 게임의 설정과 문제의식에 깊이 녹아들지 않았으며 게임 플레이어의 행위와도 연관을 맺지 못했다. 던전은 작을 뿐 아니라 퍼즐은 너무 단순한 것들로만 서너 종류 뿐이다. 하지만 그나마 남은 RPG 게임이라면 '고딕' 시리즈도 완전히 망한 지금으로는 '엘더스크롤'과 '폴아웃 뉴 베가스', 'Risen' 뿐이니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폴아웃 뉴 베가스' 꼭 하자. 두 번 하는 걸로는 부족하고 보통 네 번은 해야 한다고 하더라.

 

6.
게임의 개념들도 변했다. 게임의 규칙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온갖 자유로운 시도를 행하면서 점차 깨닫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완전히 계산 가능해서 내 캐릭터가 최강임을 완전히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됐다. 게임의 던전은 그 자체로 규칙을 체현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저 괴물이 득실거리고 아이템을 주워가는 배경 텍스쳐가 됐다. 게임의 공간인 던전이 일직선으로 구성되었으니 시간과 이야기를 담당하는 퀘스트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는 서로 다른 다양한 퀘스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거대한 서사구조를 완성시키는 조각이 아니라 단일한 구조로 그저 앞을 향해 나가다보면 어느새 조건이 만족되어 다음 퀘스트를 받고 있는, 그나마도 그 내용은 그저 괴물을 죽이고 아이템을 모으라는 단순한 것으로 바뀌었다. 규칙 안에서 게임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위하며 서서히 규칙을 깨닫고 게임 자체와 상호교류하며 퀘스트 구조를 파악하고 던전을 탐험한다는 자유도는 'GTA'에서나 볼 수 있고, 그나마도 더 다양한 액션을 더 다양한 대상에 행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해서 오로지 액션에만 한정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게임이 다 그렇다. '헤일로'와 '콜 오브 듀티' 시리즈 같은 FPS는 퀘이크가 이미 정점을 찍은 FPS의 길마저 액션 수준이 너무 어려워지자 더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저 앞으로 가며 총을 쏘면 된다. 공간은 오로지 일직선이며 옆도 뒤도 없이 앞으로만 가면 되고, 퀘스트는 일직선 공간을 전진함에 따라 주어지기만 할 뿐이며, 규칙은 현실의 총격전을 극도로 단순화했을 뿐이다. 자유도의 화신이라는 'GTA' 역시 자유도의 대상을 액션에 한정지었고, 액션이 아닌 분야에서의 자유도는 그저 가벼운 액세서리로 취급해서 시뮬레이션적 성취도를 높이는 일에 활용할 뿐이다. '어쌔신 크리드'는 액션을 제외한 모든 점에서 'GTA'의 마이너 버전이다.

 

비슷한 일은 다른 장르에서도 일어난다. '듄'에서 시작한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 외교나 전략적 보급선 등의 다양한 요소를 도입해서 풍부한 규칙 적용을 통한 자유도의 확장과 게임 규칙과 게임플레이어의 상호교류를 꾀할 수 있었지만 선택은 '스타 크래프트'였다. 실제 랠리 경주처럼 다양한 변수 속에서 세밀한 그래픽 묘사를 포기하고 주어진 3차원의 공간에서 스스로 길을 찾는 레이싱 게임 대신 선택은' 니드 포 스피드'나 '번아웃'이었다.

 

게임이 이 모양이 됐으니 게임이 음악이나 건축처럼 문화나 예술의 어느 한 구석에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마치 30년대나 요즘 할리우드 영화처럼 갑자기 불어난 자본과 신기술에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르고 거대한 규모만 자랑하는 뮤지컬이나 CG 장면으로 떡칠하는 영화를 쏟아내는 것과 같은 꼴이다. 게임만의 개념적 특성에 충실한 게임이 없으니 자신의 자리를 얻지 못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이제 게임을 하는 일은 야동을 보는 일과 애니를 보는 일 다음으로 덕후들이 하는 부끄러운 일이고, 게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일이라고는 화끈한 그래픽을 보는 일만을 기대하며, 게임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원하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을 기대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그저 오락거리일 뿐이다.

 

7.
그래도 '디아블로' 같은 단순한 자판기 게임이 좋은 건 나쁜 일이 아니다. '디아블로'가 나쁜 게임이지만 애초에 게임을 오락거리 이상으로 다룰 이유가 없는 사람으로서는 재미있으면 그만이기 때문이고 굳이 좋은 게임을 원할 까닭이 없다. 모든 사람이 베토벤을 듣고 윤동주를 읽고 고야를 보는 건 아니니까.

 

이런 사람을 위한 조언을 해보자. '디아블로3'를 하는 이유로 화끈한 액션을 원한다면 '갓 오브 워' 시리즈를 해보라. 지금까지 나온 콘솔 액션게임의 정수를 모아놓은 게임이다. 콘솔이 없다면 '배트맨 고담시티'를 해보라. 'GTA'처럼 거대한 도시를 활보하면서 적과 내 캐릭터인 배트맨과의 위치에 따라 거의 영화 '본' 시리즈에 나오는 것 같은 액션신이 랜덤으로 나온다.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켜서 더 강해지는 게임을 원한다면 '킹 오브 아말러'를 하라. 최근에 나온 것으로 나는 한 적 없지만 훨씬 화려하고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는 '디아블로'식 게임이다. 조금이라도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원한다면 '위쳐2'를 하라. 퀘스트 구조는 일직선이라 스토리와 게임플레이가 전혀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지만, 스토리텔링 자체는 티리엘이 어쩌고 하는 얘기보다는 훨씬 재미있다. 화려한 그래픽을 원한다면 최신 게임 중 무엇을 해도 '디아블로3'보다는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던전시즈' 최신작이 나왔을 때 아직도 탑뷰에서 구려터진 그래픽으로 게임을 만드냐고 불평하던 사람들 다 어디 갔나.

 

혹시 싱글플레이 RPG 게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을 하고, '폴아웃3', 'risen'과 '폴아웃 뉴 베가스'를 한 다음 점차 옛날 게임으로 회귀하면 되겠다. '폴아웃 1', '폴아웃 2'나 '울티마 6' 정도까지는 지금 해도 재미있다.

 

그런데 사실 나도 게임을 잘 모른다... 내가 이 글을 왜 썼지... 아무튼 '디아블로3' 제발 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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