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lterhttp://blog.jinbo.net/bideologue/안녕하세요^^2014-01-15T18:37:03+09:00Textcube 1.8.3.1 : Secondary Dominant힘과 삶에 대한 두 가지 생각닉네임http://blog.jinbo.net/bideologue/1952014-01-07T20:30:55+09:002014-01-07T20:30:55+09:00<blockquote>
<p>"일단 내가 살아남아야 하고 힘을 가져야 해. 일정한 직급에 올라가면, 그때 가서 우리 회사를 이렇게 바꿀 거야’ 하고 미친 듯이 달려왔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가 변하는 건 생각하지 못한 거죠. 제가 요즘 이런저런 운동을 하고 싶다고 하면, 정말 도와줄 줄 알았던 선배 중에 ‘네가 대학교수 정도는 돼야 어디 얼굴이라도 나오지’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렇게 기존 문법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모두들 상상력을 잃어버렸어요. 끊임없이 자기 상상력을 반납하면서 기존 페이스를 따라간 거죠."</p>
<p style="text-align: right;">- 이진순, "386의 무용담은 사절입니다.", [<a href="http://www.hani.co.kr/arti/SERIES/379/586913.html">링크</a>]</p>
</blockquote>
<p> </p>
<blockquote>
<p>"세상을 사는 데는 힘이 있어야 되요. 내가 힘이 없으면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지만, 내가 힘이 있으면 남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당당하게 살 수 있습니다."</p>
<p style="text-align: right;">- EBS 다큐멘터리, [화풀이 ] 10화, 사랑이 필요한 영선씨 중, [<a href="http://www.ebs.co.kr/replay/show?prodId=110032&lectId=10181964#">링크</a>]</p>
</blockquote>
<p> </p>
<p>최근 힘과 삶, 살면서 힘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두 가지 통념을 잘 요약해 주는 문장이 있어서 옮겨 놓아 보았다. 첫 번째 문장은 수단으로서의 힘을 쫓다 목적으로서의 뜻한 바를 저버린 삶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오염과 타락이다. 특히 386세대나 사회운동 진영 내부의 모순에 대한 성찰들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다.</p>
<p> </p>
<p><span style="line-height: 1.6em;">두 번째 문장은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평생 화를 삭이기만 해온 중년 여성분에게 화풀이 치료를 하면서 정신과 의사 분이 하신 말씀이다. 첫번째</span><span style="line-height: 1.6em;"> 문장이 수단으로서의 힘의 중독적 성격에 대한 경고로 쓰일 수 있다면, </span><span style="line-height: 1.6em;"> 두번째 </span><span style="line-height: 1.6em;">문장은 그것의 불가피성에 대한 인정으로도 읽힐 수 있다. </span></p>
<p> </p>
<p>하지만 나는 다른 이유로 두번째 문장에 마음이 좀더 끌렸다. 이 문장에 힘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힘의 목적은 외향적이기보다는 내향적이다. 옳은 자신과 그른 타인과 사회의 우위를 전제하고 '내가 힘을 얻으면 모든 것들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어'라고 말하는 이야기와는 다르다.</p>
<p> </p>
<p>여기서 힘은 그런 적극적인 것이 아니다.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타인이 아무렇지 않게 한 말과 행동에 혼자서 상처받고, 또 그러면서도 타인이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도 알기에 또 상처받고, 그것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 또 상처받고, 이렇게 연약한 자신을 또 경멸하며 또 상처받지 않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힘이다. 남이 나에게 언제 몇 번 웃어줬는지 기억하지 않아도 될 힘이고, 남이 나에게 함부로 대해도 '언젠가 복수하겠다'라고 스스로도 믿지 않는 맹세는 하지 않고, '그래 그게 네 인생인가 보구나'하고 흘려보낼 그럴 힘이다.</p>
<p> </p>
<p>내게 부족했던 것은 한 번 더의 성찰이 아니라 이런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이 포스트 자체 역시 그런 힘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고 그저 한 번 더의 성찰일 뿐이라는 것은 행동하지 않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사는 나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아이러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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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어떤 대화 도중에 조금 숙고해야 하고 당장 그 자리에서는 지금의 나로서는 좋은 답을 하기가 어려운 이야기가 나왔었다. 사회운동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무척 짧은 순간이었고 전반적으로 그 순간으로 인해서 대화가 좋지 않은 분위기로 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뭔가 아는 것처럼, 어떤 직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답을 하려고 했다가 죄책감이 들어 멈칫하였다. </p>
<p> </p>
<p>개별 대화 상황 하나하나는 작은 무대다. 그 대화를 통해서 뭔가 더 알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화의 무대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니까 재미있어야 한다. 잘 웃겨서 재미가 있던간에 아니면 심각한 이야기를 통찰력 있게 해서 재미가 있어야 한다. 주로 후자 쪽이 최소 지난 몇 년간 내가 가졌던 강박이었던 것 같다. 재미있어야 한다. 상대가 심심해서 나로부터 시선을 거두기 전에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 호탕하게 웃던가 시니컬하게 비꼬던가 있어보이는 문장을 내놓던가.</p>
<p> </p>
<p>사랑이 넉넉한 사람들을 상상해 본다. 그 사람들은 이런 강박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까?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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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많은 외적인 동시에 내적인 모자람에도 불구하고 나를 좋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은 적어도 대학생 시절 이후에는 항상 있어왔던 것 같다. 때로는 그런 분들을 실망시켜드리고 그걸 넘어 큰 배신을 하기도 했다. 다 생각하면 한심하고 부끄러운 기억이다. 사람의 호의를 말만이 아니라 생활에서도 고맙고 소중하게 다루는 일은 항상 어려운 것 같다. </p>
<p> </p>
<p>여하튼 오늘은 그런 분들이 있다는 것에 일단 말으로라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좋은 날들이 있었더랬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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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이것이 오늘 느낀 나의 교활함이다. 매일 매일 이렇게 조금씩 나 자신의 교활함에 대해서 메모를 해두어야 겠다. 한심한 사람들이 외롭지 않도록...</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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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ol>
<li>사람 관계에 있어 감정의 균형 맞추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보통 감정의 교류는 한쪽이 더 아쉬우면 한쪽은 더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li>
<li>
<p>감정의 투자에 있어 비대칭적인 관계는 당장 아쉬움과 부담을 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관계의 지속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그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p>
</li>
<li>
<p>하지만 균형을 지키지 못하고 상대에게 무언가를 더 요구하게 되는 상황, '명분'이 되는 상황들이 있다. 애인과 헤어졌다거나, 직장에서 짤릴 것 같다거나. 우리는 당장은 그 상황들은 이해하고 비록 나 자신의 감정적 이익은 적더라도 상대를 위해 그 비대칭적인 감정교류를 받아들인다.</p>
</li>
<li>
<p>여기에서 '정상인'과 '학대하는 사람'이 갈린다. 정상인은 자신이 보다 많은 감정적 이익을 얻는 이 관계를 일시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또 그 일시적인 상황을 감수해 준 것에 대해서 고마워할 줄 안다. 그렇지만 학대하는 사람은 계속 명분을 댐으로서, 그러니까 징징댐으로서 자신이 보다 많은 위로를 얻는 이 상황을 이용하려고 한다.</p>
</li>
<li>
<p>물론 학대하는 사람이 징징대는 것은 '힘든 척'이어서가 아니고,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정말 힘들다고 징징대는 것을 비교해 봤을 때 후자가 전자가 훨씬 편한 선택임은 명확하다. 결국 게으른 것이고, 또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p>
</li>
</ol>
<p> </p>
<p>솔직히 이 블로그에 와주시는 분들 중에서 내가 이런 식으로 민폐를 끼치지 않았던 분이 어디 있을까? 아니 그런 뒷사정을 볼 필요 없이 이 블로그 자체가 민폐 덩어리다. 그래서 저 글을 보고 그냥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배를 갈라서 이 배에 낀 지방이라도 주욱 짜내고 생애 한 번이라도 내가 TV에서 보는 사람들처럼 날씬한 상태에서 죽자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하루 하루 더 살 때마다 징징대는 전화 한 번 더 할 뿐이며, 장래를 볼 때 성공해서 이런 민폐에 보답할 날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p>
<p> </p>
<p>이 포스트만 봐도 뻔할 뻔자다. 스스로의 민폐성에 대한 비판을 핑계로 또다른 민폐를 끼치고 있지 않는가? 정말 최악의 인간이다. 이렇게 혼자 생각하고 있자면 스피노자가 오라녜 공작을 죽인 네덜란드 대중들에게 했다는 말 Ultimi Barbarorum 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최악의 야만인들.</p>
<p> </p>
<hr />
<p> </p>
<p>하지만 이렇게 부끄러움, 수치심, 죄책감을 거의 매일 수시로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나는 역시 이렇게 배설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나르시스트("봐! 내가 아직도 이렇게 쌀 수 있어! 내 항문은 아직 살아있어!")거나 사고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기꺼워하는 관념의 인간이다. 이게 다 축구를 안 해서 그렇다.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축구를 꼭 가르쳐야 겠다. 봐라. 사실 나는 결혼도 자녀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면서 이렇게 농담아닌 농담으로 본질을 피해가려고 하고 있다. 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자녀에게 자녀 자신의 문제가 아닌 내 문제의 해결을 바란다는 점에서 현재를 언젠가-도래할 미래의 준비로만 정의한다는 점에서 지젝이 비판하는 의미에서의 칸트주의자, 관념적인 메시아주의자이다.</p>
<p> </p>
<p>이 자리를 빌어 나 자신과 그리고 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몇몇 분들이 혹시 속을지 몰라 혹자는 '자학'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래도 과도한 자기학대를 통한 자기방어가 우려되어 '반성'이라고 부르는 것의 구조에 관해 써보려 한다.</p>
<p> </p>
<p>내 반성의 구조는 2000년 초중반 도서출판b를 통해 번역된 지젝의 위시한 슬로베니아 학파의 라캉주의 정신분석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텍스트로는 알렌카 주판치치의 [실재의 윤리]와 슬라보예 지젝의 [전체주의가 어쨌다구?], [까다로운 주체], 브루스 핑크의 [라캉과 정신의학]이 있다. 철학 개념 하나를 봐도 대학생활 문제에 연결시키지 못하면 이해가 안 되었던, 속칭 '깔대기' 기질이 심했던 나는 통칭하여 '지젝주의'를 그 책에 쓰인대로 정치이념과 학술투쟁의 맥락에서 바라보지만은 않았다.</p>
<p> </p>
<p>이는 학부 초년생 거의 모두의 문제이겠지만 내 경우에는 정도가 좀더 심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 지젝은 이론적이고 정치적인 문제거나 최근의 컨퍼런스와 문예지에서 다루듯이 실용적이고 미용적인 문제가 아닌 윤리적이고 실존적인 문제였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본 지젝이 가정하는 적들만이 등장하는 혈투장을 그렸다는 데에서) 이론적-정치적이었고, (그걸 가지고 다른 사람들, 특히 주위 사람들을 명확한 현실인식 없이 '비판'하고 자존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실용적-미용적 문제였고, (그걸 연애라던가 스스로의 소심한 성향을 해석하는 데 활용했다는 점에서) 윤리적-실존적 문제였던 것 같다. 이게 더 솔직한 답이다.</p>
<p> </p>
<p>그리하여 반성의 구조는 이렇다. 어제 했던 반성을 예로 들어보자.</p>
<p> </p>
<ul>
<li>우선 잘못을 저지른다. 사는 게 너무 괴롭다고 주변 사람에게 하소연을 자주 한다. <br />
-> 타자와의 대화(dialogue)가 아닌 자신의 가치체계 속에서 독백(monologue)하는 주체, 현대 철학에서 비판하는 데카르트적 자아이다.<br />
</li>
<li>1차 반성을 한다. 이것이 감정에 있어 이기주의며, 폭력이고 '학대'도 될 수 있다는 점을 반성한다.<br />
-> 타자의 시점을 도입함으로써 스스로의 폭력성을 자각한다. 지젝이 가정하는 레비나스적 자아이다.<br />
</li>
<li><span style="line-height: 1.6em;">2차 반성을 한다. 하지만 이런 반성이야말로 타자의 공격을 선취하여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전략이 아닌지 고민한다. 즉 나를 공격할 자격이 있는 것도 타자가 아니라 나로서 자리매김함으로써, 스스로의 반성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br />
-> 정확한 레퍼런스는 기억이 안 나지만 마조히즘적 주체야말로 진정한 나르시스트라는 모 라캉주의 서적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아마도 브루스 핑크의 저술일 것이다.</span><br />
</li>
<li><span style="line-height: 1.6em;"><span style="line-height: 1.6em;">2차 반성을 다른 방향에서도 해본다. 내가 1차 반성을 하면서 우울함을 느낀 것은 마치 '내가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는 것을 나 자신에게 설득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의심해 본다. <br />
-> 지젝은 [전체주의란 무엇인가]에서 우울증적 주체를 원래 가지고 있지 않았던 대상을 마치 '상실'한 것처럼 가정함으로써 사후적으로나마 대상은 아니더라도 '대상의 부재'라도 소유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한다.</span></span><br />
<br />
</li>
<li><span style="line-height: 1.6em;"><span style="line-height: 1.6em;"><span style="line-height: 1.6em;">3차 반성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2차 반성이야말로 반성 능력의 과시를 위함이 아닐까 고민한다. 결국 나는 타자의 시점을 도입해 나 자신을 반성하는 척 하면서, 메타-반성이라는 반성의 질적 도약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의심한다. 스스로의 무능력 또는 의미없음을 아직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br />
-> 이것도 레퍼런스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모 라캉주의 서적에서 항상 마침표를 찍으려는 주체에 대해서 비판한 적이 있다. 지젝은 데카르트적 주체에 대한 현대 철학의 비판을 재비판하면서 라캉의 주체이론에 기반한 칸트 헤겔 독해를 통해 주체라는 개념은 타자라는 개념에 의해 대체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강의 요지는 주체는 그 자신이 텅 비어있으며, 그 텅 빔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주체의 주체다움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칸트는 그 것을 물 자체(ding an sich)라고 불렀으며 그것은 주체의 인식론적 한계가 아닌 주체의 주체이게끔 하는 구성적 공백이다. 칸트는 이 영역을 발견했지만 이를 주체의 구성적 계기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헤겔은 이를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윤리적 주체의 문제는 이 환상을 통과하여 이 공백을 어떻게 대할지에 달려 있다. </span></span></span><br />
</li>
<li><span style="line-height: 1.6em;"><span style="line-height: 1.6em;"><span style="line-height: 1.6em;">결국 4차 반성을 한다. 결국 나는 학대한 상대방에게 사과는커녕 비슷한 일의 재발도 막지 않으며, 1차 반성과 2차 반성 중 무엇이 더 진실된 것일까, 아니 더 잘못된 것일까를 고민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결국 잘못의 본질이라는 문제제기는 윤리적 우유부단함을 통해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은 더 윤리적일 수 있을까"라는 형이상학적이고 이기적이며 무엇보다 비-윤리적인 문제로 이동한다.<br />
-> 지젝은 나름의 윤리적 주체론에 길게 이야기하면서도 [Revolution at the Gates] 이후에는 이 문제틀 자체를 (일단 말로는) 벗어나려고 한다. 레비나스주의, 탈식민주의 등 "윤리"를 중심적인 문제로 제기하는 많은 현대 이론들이 사실 '정치'에 대한 회피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전체주의란 무엇인가]의 서문을 비롯한 여러 저작들에서 지적한다.</span></span></span><br />
</li>
<li><span style="line-height: 1.6em;"><span style="line-height: 1.6em;"><span style="line-height: 1.6em;"><span style="line-height: 1.6em;">그래서 어떻게든 행동에 결론을 내려는 조급함이 들지만 이런 실천적 성급함 역시 문제적인 것이 아닐까 고민한다. 그리하여 5차 반성이 행해진다.<br />
-> 지젝은 [시차적 관점]에서 바틀비를 인용하며 이 시대 진정한 정치적 선택은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닌 "나는 하지 않기를 선호합니다(I would prefer not to)"라고 말한다.</span></span></span></span></li>
</ul>
<p> </p>
<p>이렇게 하여 학부생 시절 독서경험과 그것을 살면서 마주치는 일들을 통해 반추함으로써 반성의 구조를 형성하였다. 매번 잘못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러니까 남과 마주치는 매 순간마다 이 구조를 반복적으로 돌리고 있다. 이 단계의 어떤 국면에서도 나는 최악의 나쁜놈이다. 그래서 "죽고 싶다" 이상의 이론적으로 완벽한 결론이 떠오르지 않는다. 정신이 편안히 앉아있을 곳이 없다. 그걸 또 탈경계인이니 뭐니 하면서 자랑으로 여기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 곳은 이미 안식처가 아니다.</p>
<p> </p>
<p>두 가지 생각만 더하고 싶다. 이런 구조를 내가 형성하게 된 것은 내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에 앞서 지젝주의의 도덕주의적인 스타일의 덕/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젝주의는 내용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문체에 있어 굉장히 도덕주의적인 담론이다. 그것은 (남들이 말하는) 도덕과 (내가 말하는) 윤리 사이에 첨예한 구분선을 긋도 후자에 도덕적 우위를 부여한다. 이는 현대 철학의 윤리적 전회를 비판하며 정치의 회복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구체적인 정치적 프로그램이 제시되지 않은 담론으로서의 '정치'는 학술장에서의 새로운 도덕 기준에 불과할 뿐이다. 반-도덕의 도덕으로서의 윤리, 반-윤리의 윤리로서의 정치가 성립되는 것이다.</p>
<p> </p>
<p>하지만 이런 성향이 반성의 구조로까지 나아간 데에는 무엇보다 내 성격 탓이 클 것이다. 나는 타자를 두려워 한다. 공이 날라오면 무서워서 피하느라 구기를 못하고, 술 없이는 남들에게 화를 내지도 못한다. 자신을 떳떳하게 주장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동시에 타자를 갈구한다. 나는 매력, 이종영 선생님 식으로 말하면 사랑의 시장에서 보다 많은 재화를 획득할 능력이 없음을 슬퍼한다. 슬퍼하지 않는 법을 배우기보다는 슬픔을 향유하는 방향을 택하고, 또 그 슬픔을 향유한다는 데에서 죄책감을 느껴서 오래 그러지는 못한다. 그러다 가끔씩 타자와의 접촉이 행해지면 매우 기뻐하다가 그렇게 크게 기뻐한 만큼 또 엄청 실망한다. 역시 혼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까지 나 자신을 용인해 주는 사람들에게 또다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매우 칭찬하거나 쓸데없이 시비를 건다.</p>
<p> </p>
<p>최악이다. 최악의 거머리다. 스스로를 최악으로 생각하면서도 고칠 생각을 안 하는 지독한 인간이구나. 아 정말이지 나는 최악이다.</p>
<p> </p>
<p> </p>
<p> </p>
<p> </p>
<p># 2013.10.03 작성</p>
<p># 2013.10.04 1차 수정</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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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1) 첫째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게 부담스러워여서이다. 요즘 길을 걸을 때도 앞을 잘 못 본다. 부끄럽고 염치가 없어서다. 미래를 위해 재정적이거나 직업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그렇다고 근 몇 년간 도덕적으로 옳게 살지도 못했다. 내가 잘 해주는 사람들에게는 상처주었으며 내가 잘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저주를 하였다. </p>
<p> </p>
<p>2) 둘째 그러자면 편의점 같은 곳에서 먹을 것을 구해야 하는데 다이어트를 하면서 고르자면 선택이 제한된다. 라면의 나트륨이 많을 경우 일일 섭취 권장량의 80%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다. 각종 삼각김밥 즉석밥 류가 그나마 나아 보이지만 다이어트와 동시에 외형적이고 성적인 측면에서의 향상을 부수효과로서 바라는 비겁한 청년 남성으로서 단백질 함량이 충분치 않다. 바나나 훈제계란도 많이 사먹지만 익숙한 맛을 원하는 혀의 진부한 쾌락을 남들 다 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노동의 보상으로서 바라는 사회 새내기에게는 부적절하다. 기본적으로 냉동식품이니 좋을리는 없겠지만 단백질 함량도 비교적 높고 뭔가 뉴스에서도 건강에 있어 악영향을 가장 덜 본 냉동만두로 눈을 돌린다. </p>
<p> </p>
<p>기본적으로 갈아서 음식이니만큼 얼마나 좋은 게 들어갔을까 싶지만 그래도 그나마 골고루 들어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봉지를 뜯고 물을 조금 붓고 전자레인지에 권장조리시간보다 1분 더 돌린다. 함께 받은 나무 젓가락을 들고 모니터 앞에 앉아 한 점씩 입 안 가득 넣고 씹는다. 국물도 안 나와서 뒷정리도 쉽다. </p>
<p> </p>
<p>냉동만두 한 봉지에 담긴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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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끊긴 인연에 죄책감을 느끼고 부끄러워 하고 수치스러워 하며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그 인연에 미련이 있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 미련의 크기가 내 것이든 상대의 것이든 상처를 덮기에 충분히 큰지에 대해서는 거의 확신이 없다. </p>
<p> </p>
<p>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하고 괴로워하고, 또 생각하고 괴로워하는 것 뿐이다. 인연이 끊기냐 마냐의 기점에서도 정신줄 놓고 헬렐레하던 나를 (적어도 아직까지는) 참아준 사람들에게 난데없이 고마운 마음이 들어 뜬금없이 연락을 걸어본다. 일시적 기분에 취해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보고 나한테 혹시나 감사한 게 있지는 않을지 혼자 기대에 부풀어 본다. 그도 아니면 혼자 술을 먹는다. 혹은 자기계발을 한답시고 푸쉬업을 몇 번 해본다. 그러다 시간이 되면 오늘도 아무것도 쌓은 게 없음에 슬퍼하면서도 생각없이 잠들 시간이 됐음을 깨닫고 감사하며 눈을 감는다.</p>
<p> </p>
<p>여전히 내 허벅지는 두껍고 뱃살과 가슴은 늘어졌으며, 영어는 고만고만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학적 관심도 사회 문제에 굳건하게 착근한 긍정적인 태제가 아닌 한심한 사람들을 보며 안심을 하는 부정적인 안티테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답답하고 미칠 거 같지만 그래도 잠들 시간이 되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잠을 미루고 할 일들, 혹은 내가 하고 싶다고 상상하는 일들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정말로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p>
<p> </p>
<p>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낮과, 혼자는 아닌 밤을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 하며 오늘도 이렇게 잠을 청한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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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생일에는 자아가 부풀어 오른다. "오늘만은...."이라는 생각이 든다. 별볼일 없고 남에게 떳떳하게 보일 소속이나 명성 하나 없는 평범한 나지만 "오늘만은 중심이고 싶다"는 욕심이 시선에 대한 부담감과 죄책감을 압도한다. </p>
<p> </p>
<p>하지만 오전까지다.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을 별도로 하지 않는다면 그리 많은 사람으로부터 축하의 메세지를 듣지는 못할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에게 우회적으로 알려야 하나, 아니 지금 와서 대접해 달라고 하기 전에 내가 그 사람들의 생일을 챙기긴 했었나, 결국에는 자업자득 아닐까. 이제라도 잘 챙겨야 하나, 난 왜 이리 사람 관계 관리를 잘 못하나 등등. 이러다 보면 쓸데없이 괜히 안 해도 되는 생각 "뭐하러 태어났나..."같은 생각이 든다.</p>
<p> </p>
<p>생일이 없거나 나도 또 남도 모르는 날이면 차라리 편하겠다 싶어진다. 자아가 쓸데없이 부풀지 않을테니, 쓸데없이 상처받을 일도 없을 것 아닌가. 생일날 축하의 의미에 대해서 재정의하게 된다. 나 자신의 기쁨을 더하기 위함이 아닌 나 자신의 우울을 멈추기 위함이다. 생일을 맞게 된 사람에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p>
<p> </p>
<p>베푼 것도 없고, 그럴싸한 명성도 없는 이에게 생일이라는 이유로 기대할 수 없는 대접이 주어질 수는 없다. 우리는 근대인이다. 생일에 대한 신학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슨 일이 있었고, 또 무슨 일이 없었던 간에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고, 오늘은 그 하루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게 전부다. 생일이라고 특별히 우울해 할 필요는 없다. 평소에 우울했던 만큼 딱 그만큼만 우울하면 될 일이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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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쓰면서 드는 생각이 그동안 머리에 꺼놓았던 고민의 스위치를 하나 더 올린 것 같다. 그러니까 하나 끄고 하나 올린 게 아니라 하나 더 올린 거 같다. 연구계획에 대한 선행연구가 있다는 것은 둘째치고 생물학적 출생년도가 비슷한 사람들의 성과 아닌 성과를 확인하면서 멘붕이 온다. 축구가 싫어서 락음악을 들었듯이[<a href="http://blog.jinbo.net/bideologue/114">링크</a>], 나는 어쩌면 학점과 스펙 공부에 자신이 없어서 추상적이고 비판적인 지식들의 학습에 열을 올렸을지도 모른다. 마이너한 영역에서의 우등생 되기가 주는 자존감으로 그렇게 살아왔을런지 모른다.</p>
<p> </p>
<p>최연소에 대한 소회[<a href="http://blog.jinbo.net/bideologue/162">링크</a>]에서 마치 모든 맘 다 내려놓은 마냥 말했지만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나. 쥐뿔도 자랑할 게 없는 데다가 심한 고립감을 느끼고 탈출구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냥 정신이 아득할 뿐이다.</p>
<p> </p>
<p>내가 더 잘나보이기 위한 공부란 건 사회는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아무 의미가 없다. 현대 이론의 이름들을 케첩마냥 아무렇게나 뿌려 먹이는 모 문화비평가는 훌륭하다 못해 완벽한 반면교사다. 그 분이 계신 대학교가 국립대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세금이 아까울 뻔했다. 뻔뻔함이 삶의 방식일 수 있다는 걸 덕분에 배웠으나 아직 염치가 남아 있어 그렇게는 못 살겠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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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하지만 그닥 발전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차분히 한국 사회의 일상적, 비판적 의미에서의 공익을 위해 해야되는 것인 동시에 내가 ('잘'까지는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혹은 훈련을 통해서 할 수 있게 될) 연구 주제가 생각나기는커녕 생각해볼 의지도 별로 들지 않는다. 그저 내가 그나마 대강이라도 알고 있는 것, 독서 경력들 중에서 심사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아이템이 뭘지 뒤져보고 있다.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뒤를 지저분하게 뒤져보는 공부다. 치졸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학계는 이런 건 안 되니깐 저런 식으로 '타협'을 혼자 머릿속으로 하며 이미 세월을 앞지르고 있다. 차마 눈뜨고 볼수가 없는 정신상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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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아무래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지금 이게 맞을 리가 없다. 뭘 하고 싶은지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살고 싶었던 건 아니었던 거 같다. 다음에 웹 상에 뭘 만들면 지적 갱년기 극복 프로젝트가 아니라 고등교육 중독자 재활센터 그런 식으로 뭔가 해보면 어떨까 싶다. 세상에 참 뜻높은 사람도 많고 능력있는 사람도 많은데 여튼 우리는 그렇진 못하구나 그러면서 또 그래도 당장 끊을 수 없으니 활자를 보고 사는 그런 모임....</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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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도 그리 즐겁게 읽히지 않는다. 책을 읽은지 오래 되었다보니 뭔가 알았던 것들에 더 붙여가는 재미도 없고, 지금 내가 읽은다 한들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소용이 없다는 것은 지금 써먹을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애당초 내가 읽은 것들은 써먹을 수가 없는 종류의 지식들이었다. 물론 내가 그것을 조금 나중에 알았다 할지라도.</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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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먹을 수 없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다. 하나는 단기적인 맥락으로 내가 이걸 나중에 내 지식들에 갖다 붙일 때까지 과연 기억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나중에 읽는 게 맞지 않나 싶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장기적인 맥락으로 말이나 글로서 생업을 꾸리거나 무언가를 하겠다는 결의가 꽤 많이 무뎌진 상태에서 이런 글들을 읽는 게 의미가 있을까, 설사 읽더라도 예전처럼 관심사가는대로 읽는 게 아니라 그 종류와 분량을 골라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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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책을 보는 게 아예 싫은 것은 아니다. 온갖 눈앞의 또는 다음날 아침의 고민으로 괴로울 때 책을 읽고 있노라면 현실과 조금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아주 가끔은 그런 것들을 느낀다. 닥치는대로 읽을 때의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 식의 지루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정신이 환기되는 것을 느낄 때도 있더라. 돌이켜보면 이런 청량감은 마구 읽을 때는 못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거나 책이 이런 기능도 있구나 하고 감탄할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이건 그냥 최소의 청량감일 뿐이다. 요즘 좀 그만큼 지쳐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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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것 말고도 항상 쓰고 싶은 것들이 있다. 내가 대체 어디까지 왔는지 앞인지 뒤인지 옆인지 위인지 어찌 됐건 좌표가 어디인지 재보려면 하는 수 없다 글을 써봐야 한다. 글이 사회를 바꾸는지 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생각'이라는 것에 물리적인 위치를 측정하게 해주는 좌표의 기능을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글의 이러한 기능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쓰지 못하면 촉박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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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도 쓰고 싶었다. 근데 평상시에는 그게 정말 안 되더라. 매일 운동하기로 마음먹고 헬스장 1년치를 끊었다가 3일 나가는 사람처럼, 글을 어쨌건 평생 쓰며 살아야 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죄책감의 이자만 불리며 그러고 지내고 있다. 이렇게 뭔가 쓰는 것도 정말로 쓰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죄책감을 잠시나마 덜기 위해서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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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이버릿이라도 모아 놓겠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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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하지만 항상 그 말만으로는 논쟁이 온전히 형성되지 못하는 쟁점들이 있다. 폭력, 고통, 꼰대, 피해자. 이 말들은 매우 주관적인 기준을 가지며 오히려 그러하기 때문에 성립된다. 가해자는 스스로가 가해자임을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가해자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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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폭력임을 인정하는 상황은 그 이전에 합의로 이어질 수 있기에 논쟁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피해자의 고통이 객관적으로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피해자는 항상 자신이 고통받았다고 믿기에 정당함을 호소하며 이 과정에서 가해자의 동의는 필요없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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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종류들의 논쟁은 항상 1인칭에서 시작되고 또 1인칭에서 진행된다. 시작은 필연적이지만 후자는 꼭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이런 쟁점의 대화는 억울할지라도 상대 입장이 '가능'하다는 걸 잠정적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가해자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무지로 인해 가해자가 되었으나 그 정체성의 객관적 정당성을 피해자가 주장하는 고통에 근거하긴 어려운 상황. 그렇다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게 애초에 그게 안 되니 이런 상황에 도달하지 않았나.</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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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말만이 아닌 힘이 개입해서 상황을 조정한다. 당사자의 비동의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짓거나 압력을 통해 당사자가 특정 정체성을 받아들이기를 유도한다. 헌데 내가 생각하기에 민주주의 시대의 장점, 그리고 인간의 고유함은 말을 힘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가졌다는 것이다. 가장 제도적인 것으로는 법이 있고 가장 일상적인 것으로는 비판, 설득같은 다른 말들이 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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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 쓰다만 일기같은 일기다. 다시 보며 내 고질적 콤플렉스를 떠올린다. 무엇이든 완성하지 못함. 무엇이든 하다가 말았던 시절들. 그것들은 내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때마다 내가 핑계를 대었듯이 상황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둘 다일까. 어찌되었건 간에 다시는 자괴감에 다시 빠져들지 않게, 나보고 항상 무책임했다고 핀잔을 주었던 누군가에게 느꼈던 야속함과 분노를 당당하게 돌려줄 수 있게 끝까지 하는 무언가를 해볼 수 있을까. 하고 싶다. 그런 거.</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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