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기관지 『질라라비』특집 2004. 10. (통권 20호)

개악안 통과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특집팀

 

 

파견법의 확대, 기간제단시간법안의 제정이후 한국사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 그리고 일단 시장에서 한번 퇴출된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만 진입하게 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는 비정규개악안이 각 산업별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제조>

 

○ 제조업 파견 허용된다

개정되는 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대하여는 출산, 질병, 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그리고 일시적, 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최장 6개월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직접생산공정에 한해서만 6개월 기간이 한정될 뿐, 간접부서와 지원부서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 물류, 포장, 공무, 기계, 영업, 서브업무 등등 - 에는 다른 업종과 다름없이 최장 3년까지 파견이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직접생산공정’이 분명한 개념이 아니기에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은 제조업에 무제한적 파견이 가능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각본이 최근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업무, 직접생산공정을 슬림화하고 있는 추세이기에 직접생산공정으로 분류되는 업무는 계속해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과 노동의 직접생산업무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 될 것이고, 결국 힘의 역관계속에서 경계가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을 통해 직접생산공정을 간소화하고 파견을 도입하는 시도를 개별 사업장 노조의 힘으로 방어해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진통은 있겠지만, 노동조합의 힘이 약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해서 제조업 전반에서 파견제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파견법이 확대된 이후 도요타를 비롯한 완성차까지 파견이 확대된 것이 선례가 될 수 있겠다.

 

○ 모듈화 / 외주화를 통하여 비정규직 확산된다

자동차업계 구조조정의 핵심인 ‘모듈화’는 제조업의 파견확대와 더불어 비정규직화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모듈화를 통해 완성차 공정의 라인자체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직접생산공정을 대폭적으로 줄일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면적인 전환배치를 통해 핵심공정에는 정규직을 쓰고, 다른 공정은 순차적으로 모두 외주화하거나 용역화한다. 현대자동차에서 제출한 불법파견 개선계획서에서 보면 정규직 비정규직의 혼용작업은 시키지 않겠다, 정규직의 일시적 결원은 파견으로 대체하겠다고 한다. 이는 시나리오 수준이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흐름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하청의 재하청격으로 용역화한 곳의 고용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영세한규모의 외주업체에서는 물량변동에 대응할 만큼 자본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고 외주업체 내에서도 정규직보다는 계약직, 일용직 등 비정규직 사용이 일반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 기술직도 안전할 수 없다

단순노무직이 아닌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노동자 스스로 정규직으로의 한정된 고용보장을 받을 수 있는 근거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법개악안은 이 같은 인식 역시 근거없는 기대일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은 전문적 지시, 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계약직 3년이라는 기간제한 없이 사용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화섬 노동자들은 IMF이후 전문, 숙련을 요하는 작업에까지 용역화가 가속화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왔다. 이제 개악안 통과 이후,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는 업무에 있어서의 비정규직화는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기간제한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면서, 숙련직 정규직노동자들 역시 비정규직으로 쉽게 대체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신규채용 더 이상 없다

정규직으로의 신규채용은 더 이상 없다. 한라공조는 8년간 신규채용이 없었고, 화섬쪽에서는 조합원 평균연령이 이미 40을 넘어섰다. 법개악이후 정규직 업무의 비정규직 대체가 가능한 상황에서 누가 정규직을 사용하려 하겠는가. 강제적인 방식의 구조조정이 아니라해도 신규채용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면서 자본은 원하는 효과를 다 얻을 수 있다. 정규직의 고령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화섬사업장에서 보여지는 노동자 고령화 현상, 이제 전업종에 걸쳐 드러날 것이다.

고용조정이 이루어지는가 아닌가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의 악화, 노동강도의 강화, 노동조합의 힘 약화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하는 짐으로 노동자의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공공>

 

○ 공공부문 일상적 구조조정 통해 분할사유화 가능해진다

공기업에 대한 사유화정책과,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적자구조를 개혁하겠다던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분할사유화와 흑자경영이라는 두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왔다. 발전분할사유화, 철도공사화에 이어 과학기술분야는 04년까지 기간산업과 망산업은 2007년과 2008년까지 흑자경영구조만들기에 나섰다. 철도에서는 8900명에 대한 인력감축계획과 함께 12000여명에 대한 인력증원방안을 함께 내놓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지하철공사는 신규노선에 대해서는 현재 정규직 업무까지 모두 용역화 계획을 세우고 있고, 역사민간위탁 검수원수의 삭감, 중정비분야의 용역화, 레일 역사의 용역화까지 다각도로 구조조정계획을 수립해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악안을 통한 파견허용은 이러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것이다. 이제는 한부서 전체의 외주용역화, 파견노동의 도입 등 일상적 구조조정을 통해 분할사유화의 효과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연결해 차별을 고착화시킨다

지난 5월 정부에서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핵심을 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구분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 홀수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자리, 짝수는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 일자리

핵심업무

(1) 정규직 또는 장기계약직(3년)

(2) 1년 단위 계약직

(3) 단기계약직

(4) 단기계약직 또는 시간제

주변업무

(5) 1년 단위 계약직

(6) 1년 단위 계약직 또는 시간제

(7) 외주용역화

(8) 외주용역화

 

표에서 보여지듯이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비정규직을 없애는 방식의 대책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업무별로 구분해서 고용형태를 나누는 것이다. 일시적 업무와 주변업무에 파견직 사용, 상시업무와 핵심업무에도 계약직 사용을 명시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운용방안에서 보면, 계약직을 더 이상 채용하지 않는 대신, 결원은 파견직과 일용직으로 채우겠다는 내용을 비정규대책으로 내놓고 있는 모습을 본다. 정부는 비정규직 대책을 통해서 “정규직-장기계약직-단기계약직-아르바이트-파견-용역” 등으로 업무에 따라 노동자들을 나누고 각각마다 위계를 두어서 노동자들을 자발적으로 경쟁시키는 것이다.

이번 개악안 역시 차별금지조항을 도입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차별금지의 전제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다. 노동부 설명자료에 나와있듯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구분을 명확히 한다면 차별을 한다해도 문제될 리 없다는 논리이다. 바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고착화하는 것,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서 보여졌던 정부의 관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 고령자대책, 실업대책을 통한 일자리, 100% 비정규직이다

이제 정부의 실업대책을 통한 일자리 창출, 50세 이상의 노동자는 100% 비정규직이다. 개악안에 따르면 정부의 복지정책, 실업대책 등으로 일자리가 제공된 경우 3년의 기간제한 없이 기간제 사용이 가능하다. 사회복지시설 한 사업장의 예를 들자. 여기서 일하는 66명의 노동자 중, 정규직이 46명, 일반계약직이 1명, 여성부 여성일자리갖기와 노동부 사회적일자리창출 실업대책 TO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가 19명이다. 정부대책으로 일자리를 갖게 된 사람들의 계약기간은 1년을 넘지 않는다. 이 노동자들은 정부의 취업알선이라는 명목하에 공공근로자보다 못한 임금으로 힘겹고 불안한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준고령자로 분류되는 50세 이상의 노동자는 현재도 주로 청소, 경비,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에 분포되어 있어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저임금속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개악안 통과 이후는 파견직으로든, 계약직으로든, 기간제한 없는 고령 비정규직의 무제한적 사용이 가능해진다.

현재 실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실업대책, 고령자 일자리창출이라는 명목으로 불안정한 일자지를 가용해왔던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개악안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앞으로도 정부 실업대책을 통해 양산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규모는 해마다 수십만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젠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하겠다는 것, 이것이 정부의 실업대책, 고령자 정책, 비정규직 대책의 실상이다.

 

○ 공공부문 정규직 업무, 더 이상 없다

그런데 이는 현재 비정규직업무로 분류되어진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규직 업무라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간접, 보조업무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지하철의 9800명 노동자 중에서 공사에서 정규직업무, 핵심업무로 여기고 있는 것은 승무 2000명 정도라고 하지 않던가. 병원에서도 이제는 의사업무를 제외한 간호사업무마저 보조업무로 돌리려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항공사에서는 핵심업무인 조종사 업무마저도 외국인 조종사를 파견직으로 고용하고 있지 않은가. 연구소의 핵심인력인 연구원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개악안에서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을 위해 기간제로 고용한 노동자는 3년의 기간제한 없이 무제한적으로 사용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공공부문에서 더 이상의 정규직업무는 없다.

 

<사무금융> - 노동과세계 참조

 

○ 전업무에 걸친 전면적인 파견사용 가능해진다

사무금융업종의 경우 파견제 합법화 이후 계약직, 촉탁직, 파트타이머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과 파견직이 복잡하게 얽혀 확대되었다. 사측이 임의로 계약직을 파견직으로 전환하기도 하고 거꾸로 파견법을 회피하기 위해 장기근속 파견직을 임시직, 아르바이트로 전환하기도 한다. 현행 파견법 허용업무 중에는 가장 비중이 높은 “비서, 타자원 및 관련사무원”의 업무를 비롯하여 “컴퓨터 보조원의 업무”, “전화 외판원의 업무”, “관리비서 및 관련 준전문가의 업무” 등 사무금융업종과 관련되는 것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콜센터, 채권추심업무, 창구업무 등 기업의 핵심업무에 광범위하게 그리고 탈법적으로 파견직이 활용되고 있다. 분사 등을 통해 전체가 비정규직 직원들로만 구성되는 프랜차이즈 점포, 본사의 영업부서 등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문제는 지금도 이렇게 일상화된 사무금융의 모든 업종에 파견이 합법화되고 난 뒤의 상황이다. 현재도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파견업무가 공개적이고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관리노동을 제외한 전반 업무 비정규직으로 교체, 고용불안 심화된다

금융권의 광범위한 계약직 노동자들은 파견노동자들이 교체되듯이 3년에 한번씩 주기적 해고에 직면할 것이다. 전반적인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노동자들은 회사에 확실한 줄서기에 들어갈 것이다. 노동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 ‘실적관리’는 정당한 해고 명분에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개악안에는 전문적 지시, 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그리고 사업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3년 이상 무제한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바로 사무금융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를 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증권의 경우 비정규직의 비율이 10%정도 되는데, ‘투자상담사’라고 개인사업자등록을 내고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한 사람들이 많다. 정규직에 비해 보수가 많아서 이런 계약직을 선호하는 노동자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굿모닝 증권에서는 ‘정규계약직’이라는 것이 생겨서 약 70~80명 정도가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과의 차이는 1년 계약자라는 점과 사주를 마음대로 팔수 있다는 것, 회사측은 이를 계기로 연봉제를 전면화하려 하고 있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경우에는 이처럼 양극화현상이 뚜렷하다. 은행권의 경우 비정규직화는 노동조건의 현저한 저하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반해 증권업계에서는 비정규직, 특히 계약직제가 지위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 80만원 받는 파견직부터 고연봉을 보장받는 계약직까지,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관리직을 제외한 정규직 노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대체할 것이다.

 

<민간서비스>

 

○ 유통업계 파견판촉노동자에 대한 합법파견 가능해진다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업종의 핵심노동력을 구성하고 있는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경우에도 파견, 용역화가 진행되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 등에는 ‘파견판촉사원’이라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정규직의 2~4배에 달한다. 파견판촉사원은 인력파견업만을 하는 회사가 아닌 입점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현재 파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최근 자본은 파견판촉사원의 관리의 편의를 위해 용역화를 추진하려 하면서 파견허용업무에 판매업무를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들 파견판촉사원들은 실질적으로 대형소매업체의 핵심노동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악안이 통과되면 각종 판매업무에 불법파견의 소지가 사라지고 파견직의 활용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지면서 민간서비스분야의 파견노동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직접고용 줄고, 파견업체 통한 간접고용 늘어난다

한편 유통업계나 백화점 뿐 아니라 호텔업종의 경우도 룸메이드, 조리, 주차관리 등 업무 전반에 걸쳐 파견, 용역화가 진행되고 있다. 민간서비스분야의 경우 비정규직 고용이 워낙 일반화된 사업장이기에 비정규직화에 대한 긴장감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파견법의 확대는 용역화를 가속화시켜 직접고용 비정규직마저도 파견직으로, 더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 것이다.

 

 

산업별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근본은 다르지 않다. 전 노동자의 비정규직화, 일상적인 고용불안, 차별의 고착화, 그로 인한 노동기본권의 박탈, 노동자간 경쟁과 위계화의 심화, 노조무력화...... 상상속에서 노동현장의 모습은 처참하기만 하다. 이제 우리의 선택만이 남았다.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일 것인가. 투쟁으로 막아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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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2 18:39 2005/12/1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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