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블로그에 워낙 뜸하고, 반드시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글들도 김이 빠져버려서 방치하고 있다가, 별로 주의 기울이지 않았던 녀름의 포스팅이라든지, 거기 달린 덧글이라든지에 분개하고 블로그를 닫기까지 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도 너무 익숙한 블로그들.
처음엔 이건 오해다, 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내가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아닌 입장에서, 오해라고 말하기도 우습고, 갈등 상황에서 제3자가 관점없이 오해 운운하는 게 경험적으로 좀 아니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근데 뭐랄까 좀 이상하고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여성밖에 없는 사무실에서 종일 일하면서, 엄마들이 대다수이고 선배나 상사인 환경에, 같은 패턴의 긴 통화가 빈발하는 게 괴로운가보다. 했다.
나도 그런 것 가끔 느낀 적 있다. 좀 다르지만, 뭐랄까 소위 '극성 엄마'라고 분류될 수 있는 분들이 아이한테 너 시험은 몇 점 맞았어, 뭐는 몇 점이고 뭐는 몇점인데, 뭐를 못하네, 공부는 뭐 했어, 무슨 공부 얼마나 했어, 내가 하라고 했는데 왜 안 했어, 이 공부는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했어 안 했어, 뭐는 하지 말고 뭐를 하라고 했잖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가는 길이 같았기 때문에 오래 들은 적이 있다. 무척 짜증이 났고 괴로워서 도망치고 싶었는데, 사실, 그건 내용상 너무 괴로운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너는 내 아이야, 너는 나에게 복종해야해, 너는 내 가치를 따라야 해, 너는 나를 만족시켜야 해, 이건 너무 당연한 거야, 뭐 그런 느낌의 반복이랄까. 의지는 무시당하며 존재의 무가치감을 느꼈던 어린 시절도 신체적으로 복기되면서.
(엄마가 아이하고 통화하는 것을 대중 교통이나 등등의 장소에서 두세 번 정도 들은 적 있는데, 별로 신경도 안 썼거나, 재미있게 귀기울이기도 했지만, 시험 몇 점 맞았냐는 말이 나오면 정말 괴롭더라.)
화가 난 글들을 보면서 생각 나는 것들도 있었다. 가끔 볼 일이 있거나 퇴근할 때 같이 나오려고 엄마 회사에 간 적이 몇 번 있는데, 지금은 그만 둔 남자 부하직원이 그걸 가지고 엄마한테 욕을 했다는 거다. 또 내가 병원에 입원했던 동안 엄마가 혼자 쓰는 사무실에서 많이 울었는데, 그것 가지고도 공사 구분을 못한다면서 정말 눈이 뒤집어지도록 화를 냈었다는 거다.
그게 뭐가 문제지?
공사는 구분되어야 하는 걸까?
하물며, 공사가 왜 그런 치사한 방식으로 구분되어야 해?
왜 회사는 공적 영역이고 나는 사적 영역이야?
기업은 자기 이익 내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집단이잖아.
뭐 그러면서 나는 그 직원이 마초이즘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역정을 냈었다. 그러면서 남자들이 그렇게도 매달리고 좋아하는 '공사' 구분이란 게 대체 뭔놈의 짓거리고 무슨 의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더랬다.
어쨌든, 각설하고.
덧글은 익숙한, 이미 한두번 듣고 했던 얘기였다. 결혼과 아이 얘기밖에 안 하는 사주쟁이들, 심지어 질 넓이가 어쩌구 너는 맛이 어쩌니 하는 소리를 하는 성폭력적인 치들까지, 가부장적인 편견으로 무장하고서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만이 자신의 숙명의 전부이자 결과인 것처럼 말하는 점쟁이들에 대한 뒷담. ("너의 어깨 위에 애가 셋 얹혀 있다!"였던가.) 그런 놈들이 우리 인생을 스토리텔링한다는 것에 대한 어이상실. 그리고나서 동시에 몰려오는 것들. 기타 등등.
맥락 없이 보면 기혼 육아 여성의 삶이나 선택 자체를 부정하거나, 비하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거나, 그 사람의 입장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래도 잘 상상되거나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페미니스트라는 전제 때문에 더 거북한 것일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짜증과 비난이 겨눠지는 대상은 분명히 기혼 육아 여성이 아니라 쩔도록 가부장적인 문화가 습관화하고 당연시하면서 여성/남성을 막론하고 내재되어버린 강요와 위계관습따위였다.
근데 무엇이 누구를 그렇게 화가 나게 하는 걸까?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아이한테 하는 전화를 계속 듣는 게 짜증나면 안 되는 걸까?
엄마들이여, 엄마들이여, 하면서도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그 느낌이, 기혼 육아 여성을 매도하는 것일까?
내가 거기서 읽은 것은 참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답답함과 혼란스러움이었다.
육아 일기나 동영상을 재밌게 봤고, 전화짜증에도 공감했던 나는 그냥 배알이 없는 건가?
아무 생각이 없는 걸까?
설마 나는 남자인걸까?
여기 괜히 끼어서 하나마나한 얘기 보태는 게 내가 잘하는 짓일까?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