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미술, 현대미술, 하도 입에 달고 살아서 말을 꺼낼 때마다 이마에 주름이 진다.
'동시대미술'이라 번역하기가 좀 멋대가리가 없었는지, '현대적'이라는 수식어에 기대 한 끝이라도 뭔가 있어보이려고 했는지, 왜 굳이 그렇게 두리뭉실한 '동시대'라는 용어로 명명하기까지 있었을 과정을 싹 무시하고. '현대미술'이라고 한 장르인 양 고유명사화했는 지는 알 듯 말 듯 물증이 없어 모르겠지만, 어쨌든 본의 아니게 누군가 나에 대해 물을 때마다 맨날 이 말을 질리도록 쓴다. 그 때마다 나는 '넌 구식이야'라고 말한 게 되는 것인가? 이래서 명명의 권력이 참 음흉한 것이다.
어쨌든 그것은, 그것은 단지 지금 내가 매일 생각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그 말을 쓰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게 되는 건
'현대미술'이라는 담론이 그냥 그만큼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립이란 표현을 쓸 것도 없다. 듣도 보도 못한 잡소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내가 억울할 건 없다.
'동시대미술'이라고 치면, 사실 그냥 미술한다고 말하면 되는 것이다.
무슨 과냐 물으면 서양화과라 대답하고, 유화를 그리냐고 물으면 그림을 안 그린다 말하고,
왜 그림을 안 그려요? 물으면 글쎄요. 하면 되는 것일 거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산 입으로 나에게 묻는 당신과 나는 동시대 사람이잖아.
그래, 굳이 이해받으려고 애쓸 것이 없는 문제다.
이 모든 과정이 귀찮아서 현대미술이라고 툭 던질 이유가 없다.
당신은 남에 의해서, 나도 모르는 어떤 번역가에 의해서, 전-현대로 규정되어 버린 것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