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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한
환쟁이의 통찰력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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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닫아야지 닫아야지 하면서, 늘 이번이 마지막이야 마지막이야 하면서 결국 못 참고 글을 더 써버린다. 천개 되면 딱 닫아야지 했는데 그 이후로 벌써 24개를 썼다.

 

 이번에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쓴다. 하지만 무책임하게 지르고나서 튀려는 건 아니다.

 

 원래 뒷북을 잘 친다. 고맙다는 인사도 1년을 미뤄 은인을 잃기도 한다. 인간이 돼먹기를 게으르고 무심한 탓이다.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생각을 많이 하는 성질로 버티려다보니 생겨난 반대항이기도 할거다. 지금 쓰려는 얘기와 아무 상관은 없지만 고마운 일이 미안한 일이 되어버리고, 부담감으로 사람을 질리게 하는 일은 너무 슬프다.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화가 나면 대부분 싸우기도 잘 하고 따지기도 하지만 관계가 있는 사람, 특히 호감이 있는 사람한테 화가 나면 말을 하지 않는다. 이어질 결과가 두렵고 이 사람을 잃을 것이 두렵고, 화를 내서 상처입히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인한테는 별 걸 다 얘기하고 잘도 화내고 따지고 표현한다. 내 화를 숨겨서 그것이 깊어지고 관계가 변질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더더욱 말할 수 없을 때는 내가 결코 그 사람이 원하는 말을 해줄 수 없을 때다.

 

 그 사람이 원하는 태도를 취해줄 수 없을 때다. 그게 감정적인 종류라면 더더욱 그렇다.

 

 느낀 것을, 생각한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있어도, 느끼지 않은 것, 생각하지 않은 것을 말할 수는 없다. 그건 사기와 위장이다. 하지만 그것을 느끼거나 생각하지 '않아도' 그 반대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데, 언제나 상대방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나를 적대시한다.

 

 처음엔 사소한 오해라고 생각했고, 오해를 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고, 이미 블로그를 놓고 싶어진 터라 그런대로 블로그를 확인하긴 했지만 그렇게 주의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사실 블로그 주소를 입력해서 갔기 때문에 바리님과 녀름의 블로그 외의 블로그에서 어떤 일이 있는 지는 나중에 얼핏 듣고 확인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그 때 당시에는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 참 이상하다고 느꼈고, 결국 절망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닫혀 있던 글도 지금 보았다. 헉 했다. 화가 났지만 최대한 잊어보려고 한다. 내가 말을 하지 않는 게 최대한의 배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도 혼란스럽지만 어쨌든 그건 아닌 것 같다.

 

*

 

 그 때 글을 쓰려고 생각했던 것은, 글과 덧글을 쓴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기 난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설명하자니 변명같고, 변명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고, (자신들을 분명히 명기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런 넘겨짚음은 얼마나 뻘짓들을 낳던가. 나도 나를 겨냥했다고 판단하고 정말로 지랄을 해서 부끄러워졌던 일이 세 번 정도 있었다. 심증이 가더라도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실 비판을 하려면 분명히 그 사람을 지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임이 맥락상 분명해지는 상황이 되었을 때, 나는 조금 벗어나 있는 위치에서 그 맥락 이야기를 하면 더 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알엠님이 시누이의 논평격으로 받아들인 글 중에 내 글이 포함되어 있는 지, 아니면 그저 내 글인지, 그것도 아닌지 밝히지 않으셨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전제에서 이야기한다면 그러한 나의 의도는 아무 소용 없었고, 행동은 그저 타는 불에 기름 붓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도 그렇게 느낀다. 하지만 더 이상 내가 어떻게 좋게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감정적이고 부드럽고 조곤조곤하게 글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앞 뒤 따지고 딱 자르듯이 글쓰는게 익숙한 사람도 있고,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을 가진 사람도 있다. 처음엔 그냥 물음표라서 감정 표현을 꺼렸지만, 나중엔 감정을 표현하면 더욱 상처 받을까봐 그런 감정적인 언어는 최대한 피했던 것같다. 내가 느낀 것은, 간단히 말해서 그냥 황당했다. 느낀 것을 표현한다면 '에? 왜 그러세요? 그런 게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처 받아서 여길 떠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뱉을 수 없다. 토론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에 동의해서 열심히 생각을 정리해서 썼지만, 같은 얘기로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녀름의 블로그에 익명으로 달린 덧글 몇 개들은 정말 배려할 가치가 조금도 없었고 할 말이 굴뚝같았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마치 애물단지처럼 여겨졌고, 당사자가 아닌 이상, 촉발될 수 있는 논쟁이라기보단 개싸움을 포괄할 수 없기 때문에, 꾹 참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결혼을 생각하는 지 안 하는지, 육아를 원하는 지 원하지 않는지, 비혼인지 아닌지(이건 말 안해도 너무 당연시되지만), 아이를 좋아하는 지 안 좋아하는 지, 그런 이야기들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 물타기라고 생각해서였다. 누가 결혼과 육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 지가 문제가 아니잖아. 지금 그걸 문제삼아서 문제인 거잖아. 마치 그것부터 고백해야 이야기에 끼어들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선 안 돼. 호감을 사고 장벽을 낮추고 싶어서 그런 얘기를 너무나 하고 싶기도 했지만 하지 않았다. 잠시 우리 엄마 얘길 썼었지만 내려버렸다.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엄만 이런데 당신들은 왜 그래? 하는 식으로 받아들여지면 너무 끔찍할 것 같아서였다.

 

*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왜, 사무실에서 빈발하는 엄마들의 전화가 괴롭다는 얘기가, 그게 너무 당연시되어서 괴롭다는 글이, 아이를 너무너무 기르고 싶지 않다는 덧글들이, 왜, 엄마들을 모욕하는 것이 되었냐는 것이다. 아니, 그것까지는 짐작할 수 있다. 전화가 싫은 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고, 그게 아니라고 아니라고, 엄마가 아니라 사주쟁이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열심히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우려되는 건 그게 왜 엄마들의 블로그를 싫어하는 게 되냐는 거다. 왜 이렇게 있지도 않은 혐오와 악감정이 생겨나고, 하지도 않은 말이 생겨나고, 금시초문인 무시가 생겨나고, 한 적도 없는 조롱과 깔깔거림이 생겨나고(그건 정말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그것이 '여기'로 수렴되냐는 것이다. 그 말은 거꾸로 '여기'에 '너희', '너희 같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 싫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나중에 조금 이해가 갔다. 직업을 가진 '엄마' 들은 일과 육아로 부대끼다보면 으레 사무실에서 일을 못 놓은 상태에서 아이들에게 전화를 많이 하나보다. 엄마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나보다. 그게 짜증난다고 하는 걸 견디기 어려웠나보다. 하지만 그 전화가 다른 사람에게 짜증이 되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걸 인정하면 안 되는 건가. 짜증나는 사람이 있고 짜증 안 나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스펙트럼은 다양할 거란 것,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왜 무작정 모멸감으로 이어져야 할까. 정말, 전화가 문제였다면, 왜 그런 전화를 하는 지 말하거나, 결혼과 육아를 조롱하는 것같아서 기분이 나쁘다고, 그걸 선택한 나 같은 사람들을 비웃는 거냐고 직접적으로 분노했으면, 훨씬 더 빨리 원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왜 영문도 모르고 분위기만 살피다가 나쁜 년들이 되어 있는 자신들을 발견해야 하는 것일까.

 

  '엄마들'이라고 지칭한 것, 부른 것이 문제라면. 전화가 짜증스러운 이유가 '엄마들'의 문제로 모아져서 참을 수 없는 것이라면. 사실, 나도 어떤 남성 블로거가 '제발 여자들아 여자들아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써놨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생지랄을 했을 것같았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 블로그를 닫지는 않았을 것 같더라.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하고 더 많은 글을 썼겠지. 왜 자괴적인 뉘앙스와 함께, 스스로를 차단하기로 결정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여성/비여성, 남성/비남성, 으로서의 성별 구도가 비혼/기혼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같다면 무엇이 같고 차이가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고민이 되었다. '엄마들'이라고 부르는 '비-엄마', '기혼'과 '비혼'이라는 언어의 상호배타성은 어디에 있는 걸까, 필연적으로 정체성 간의 대립을 낳아야만 하는 것일까, 따위의 것들에 대해 고민을 했고 생각을 더 쓰고 싶었지만... 이 일이 감정적인 일로 정의되고나서 포기했다. 무슨 말을 해도, 지지와 위로가 아닌 이상 상처만 늘릴 것이다.

 

 하지만 왜, 서로 별 왕래도 없는 블로그에서, 엄마들을 싸잡아서 말하는 당신같은 사람들, 그게 블진에 오르는 것 때문에 떠나고 싶다며 암시적으로 게시하고, 세련된 척하는 이기적인 페미니즘의 발로로 분류하고 비난해야만 했을까. 한번도, 진작 대답할,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서, 더 나아가 사과를 원하며 침묵을 비난하는 것일까. 왜 그렇게 서둘러서 말할 가치도 없는 사람으로 결론지어야 했을까. 정작 본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문 듣고 찾아와서 무작정 사과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정말로 '누군가'를 '매도'한 것은 누굴까. 더 이상 사과할 수 없을 정도로 판단하고 비난해놓고서. 스스로의 선입견으로 무장해가고, 조금도 말 걸어보지 않은 채. 그리고 절대로 안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 '블럭'은 사실상 존재하지도 않고, 나는 그들이 어떤 마음인지도 모르고, 존재한다면, 최근까지 깔깔거리기는 커녕 **위랍시고 모여서 우울증 걸리고 탄식하고 답답해하고 집에 가서 우는 일밖에 없었으니까.

 

*  

 

 하지도 않은 잘못의 용서를 빌 수는 없다. 한 국면을 모든 일에 확대해석하면 모두 괴로워지기만 한다. 나는 사실 분노하고 블로그를 닫는 분들의 블로그를 좋아했고, 내가 읽어본 얼마 안 되는 글들 몇 가지를 감동적으로 기억한다. 육아에 있어서 네트워크가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도 한다. 그 분들의 결혼과 육아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 분들이 이번 국면에서 하신 말씀들은 나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 호감이 지지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내가 감동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그 분들에 대한 평가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내 사적인 호감의 역사와 맥락에 대해서 줄줄이 고백하고 싶지도 않다. 사적 관계와 감정이 전제 되지 않으면 말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니까.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면 관심도 안 가졌을 테지만 안타까워서 말을 보탰던 것인데, 그것이 논평이 되고, 시누이의 잔소리가 되어 마음을 더 굳히게 했다면 나로서는 정말 슬픈 일이다. 그리고나서 또 이런 글을 쓴다는 것도 조금 서럽고, 찝찝하다. 분명 또 상처 받으실테니까. 하지만 그 분만 상처받은 게 아니다.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실 그 사람이 그렇다면 그냥 그런 것이다. 상처를 받았고 너무 아팠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하지만, 그 이유가 내가 '공감'하고 '지지'한 게 아니어서, 딱딱하고 나무라는 '듯한 태도', 또는 '공격성' 때문이었다고 하신다면 그럴 수 없다. 공격은 하려고 한 적도 없었거니와, 그건 그저 나 자신에 대한 비난이니까. 내가 나라서 미안하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

 

 얼마 전에 사상 최대로 애인이랑 싸우다가 애인이 '그래서 내가 (당신이 한 일에) 짜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냐고, 누구도 그럴 권리는 없다'는 말을 했다. 그 때 나는 길바닥에서 이미 1리터는 울었고, 뻐꾸기처럼 꺽꺽거리며 정말 처절하게 싸우는 와중이라서 얄밉기 그지 없었지만 그 말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렇고, 그 말을 계속 곱씹게 된다. 나는 그 때 '안 돼'라고 해서 전화가 끊어질 뻔했지만, '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발 끝까지 들어라'라고 절규하고나서 조금씩 진정됐고, 나중에 내가 그 짜증을 왜 그렇게 섭섭하게 느낄 수 밖에 없었는 지, 애인이 눈으로 확인한 뒤에 '사과'가 있을 수 있었고, 나 역시 대뜸 몰아세운 것에 대해서 '사과'를 했다. 심정적으로는 안 된다고 느끼지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싸워도 결론은 없다.

 

 어차피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데, 자신을 부정한다고 느끼면 싸울 수밖에 없다. 박터지게 싸우고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으려면 감정적으로 퍼붓기보다는 쟁점을 분명히 하고 감정의 근원에 대해서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거기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더 부드러운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미 누군가 분노한 상황에선 결국 한 쪽이 참아야 하는 일이 된다. 세상엔 갈등과 분란을 두려워하고 심지어 진보가 분열로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진보는 분열로 망하는 게 아니라 분열을 두려워해서 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분열과 차이가 없으면 연대 역시 있을 수 없다. 일치단결은 군대와 학교에서 주로 요구하는, 억압의 용어다.

 

 한동안 참 무섭다고 느꼈는데,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중에 가장 웃긴 생각은, 아이를 기르는 블로거들이 내 블로그에 깔아놓은 마를렌 뒤마의 그림들을 아동 성폭력이라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최소한 그런 느낌 때문에 내 블로그를 보기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또 그런 느낌이 만약 있다면 그건 우스운 일이 아니었다. 나도 여자 연예인의 반신 사진을 메인 이미지로 걸어놓은 블로그에 얼씬도 하지 않았으니까. 만일 누가 그런 문제를 제기한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누드가 반드시 폭력이라고 생각하냐고 되물어야 할까, 예술 표현의 자유를 떠들어야 할까, 이건 자전적인 이미지라고 변명해야 할까. 하여튼, 오만 걱정이 들었다.

 

 실제로 가해지지 않은 적대와 멸시때문에 글쓰기를 중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시선에 둘러 싸여 있다는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일 것 같다.

 그렇지만 느닷없이 사과해야 하는 사람으로 몰려야 하는 것도 끔찍한 일이다.

 

 이틀 동안 글을 쓴다,

 

 몇번을 고쳐 쓰고 지우고 더 쓰고 열까 말까 망설였지만

 사실 할 말은 미친 듯이 더 많지만

 

 정말로

 여기까지다.

 

 왜 다들 슬퍼하는 지 몰랐는데, 지금은 슬프다고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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