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토스카노씨도 나름대로 맥락은 있는 셈이지요. 예컨대, 시몽동 같은 경우는 들뢰즈나 비르노 같은 사상가들이 중요하게 다루는 철학자고, 아무래도 바디우의 역자이다보니 메시아론이나 정치신학에 관심이 없을 수는 없을테고, 인지자본주의나 경제사회학에 대한 관심은 자율주의 흐름에 젖줄을 대고 있다보니 생겨난 것 같구요.(블로그를 보시면 알겠지만, 마오주의나 문화대혁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건 아마도 바디우의 영향이겠죠.)
문제는 이런 폭넓은 관심이 자신의 틀 속에서 얼마나 '소화'되고 있느냐인데, 이건 잘 모르겠어요. 섣부른 판단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몇몇 토스카노의 글들은 '그다지..' 였거든요. 물론 아직 창창하니 언젠가 이들을 자양분 삼아 멋진 이론을 펼쳐줄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긴 하지요.
좀 늦은 덧글이지만 덧붙이자면, 국내에서 소개되는 바디우의 작업은 80년대 중반 이후의 작업들은데, 그것도 주저들(<존재와 사건>와 <세계의 논리> 등)은 번역이 안되어 있죠. 뭐, 사실 영문판도 나온지 얼마 안 됬지만...그나마 제 생각에는 바디우의 책 중에서, <무한한 사고>가 번역되면 바디우의 이론적 골간이 좀 더 쉽게(그리고 짧게) 파악될 것 같고, <메타정치 소론>은 올해 여름 쯤에 나온다고 하니까, 짧지만 정치적, 이론적인 개입도 좀 더 명확해 질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는 이 양반(과 마오주의자들)의, 80년대 초반 이전 작업들이 소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주체의 이론>(영문판도 없는 걸로 아는데)이 번역되면, 80년대 중반 이후 철학적인 후퇴(?) 보다는 보다 논쟁적인 내용들이 많이 알려질 것이고, 이런 논의들이 한국 사회에 여러모로 함의가 깊을 것 같아요. 바디우가 조금 더 잘 팔리면(?) 혹시 누가 할지도 모르겠네요. 매우 급진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불가능하겠지만. 여하튼 당연히, 이 당시 바디우는 매우 레닌적이라고 합니다. 물론 레닌으로 한정되지는 않지만(특히 라캉과 마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디우가 알튀세르의 제자란 점이죠^^;; 다행히, 최근에 영문으로 <주체의 이론>이 일부 소개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읽다 말았는데, 느낌은 "문건"같다고나 할까...포스가 느껴지더군요. 실린 저널은 positions 13:3 Winter 2005이고, 몇몇 글이 실려 있습니다. 정리를 해야하는데 시간이...ㅎㅎ^^;; ps: 혹시 파일이 필요신 분들은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렇군요. 사실 본문에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바디우의 글에 나오는 문화대혁명에서 충돌했던 두 입장(즉 둘이 하나가 되느냐/하나가 둘이 되느냐의 입장 차이)에 대한 설명 역시,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들의 팜플렛에 그대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1960년대 파리의 마오이스트들이 돌려 읽었을 팜플렛의 문구를 바디우가 99년에 그대로 살려서 쓴 것이죠. 뭐랄까.. 이것도 사건에 대한 충실성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말씀하신대로 저도 바디우의 좀 더 정치적인 저작들을 우리가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안타까운 것은, 사실 그런 논의조차도 "바디우"라는 프랑스 철학가의 후광을 등에 입고, 지나가듯 소비되지 않을까하는 점입니다. 저도 토스카노의 소개를 통해 마오이즘에 대한 바디우의 입장을 개괄적으로 접할 수 있었는데, 사실 그 정도의 평가는 한국에서도 극좌파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발견될 수 있는 내용이었거든요. 한국 운동사에 존재했던 레닌과 마오를 둘러싼 많은 논의들은 어느새 이론가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지젝이나 바디우 같은 이들을 통해 레닌과 마오에 대한 재평가를 들어야 한다는 게 어딘지 서럽네요. 아마도 술을 마셔서 그런가 봅니다.;;; 아. 그리고 파일 보내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술 자주 마시는 거 아녀요? 살쪄요. ㅎㅎ 그렇지 않아도 어제 오늘 한국사회의 실천과 지적인 단절을 수다거리로 삼았는데,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90년대 초반 이후로 추락 경향이 보이 잖아요. 이것 자체가 해명되어야 할 대상이지만, 개인적으로 예전에 자료나 논의를 보면, 한편으로 치열함과 그 수준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괴감과 안타까움을 느끼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바디우를 읽던 70년대 학번 학출 선배가 마치 선도투쟁론 같다라는 재미있는 평을 하더군요. 물론 그 때와 조건이 너무나도 다르지만 무엇보다도 현재의 나를 너무 초라하게 한다고나 할까요. 그러한 성과들의 어깨 위에 올라 설 기회가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희박해 진 세태는 정말 찌질하고요. 근데 이런 정서는 90년대 중반 이후 세대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더군요 ㅎㅎ 그리고 파일은 엠팔 메일로 내일 보내 줄께요. 자료 보관하는 서버가 점검 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