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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23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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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최근에 생긴 사랑이 친구입니다.
이전 방송에서 이 친구에 대한 얘기를 한 번 했었는데
오늘 방송에서는 사랑이랑 친구 사이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집이 없어 주변을 떠도는 친구인데 편의상 이름을 ‘우정이’라고 붙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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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는 배가 고프면 이렇게 사랑이 사료을 먹으러 옵니다.
우정이가 사료를 먹는 동안 사랑이는 우정이 냄새를 맡거나 주위를 살펴줍니다.
처음에는 우정이가 암컷인줄 알았습니다.
사랑이는 수컷만 보면 으르렁거리면 싸우려들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최근에 가까이서 살펴봤더니 우정이가 수컷이더군요.
왠일로 사랑이가 수컷에게 자기 밥까지 양보하면서 친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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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랑 산책을 하다가 우정이를 만났습니다.
멀리서 사랑이를 발견한 우정이가 사랑이에게 달려오면
서로 꼬리를 흔들며 냄새도 맡고 달리기도 하면서 기분좋게 놉니다.
우정이는 아직 저를 경계하기는 하지만 사랑이랑 놀때는 1~2m 정도로 가까이 다가옵니다.
둘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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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이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한 마리는 우정이고, 또 한 마리는 사랑이의 전 여자친구입니다.
편의상 전 여친의 이름을 ‘행복이’라고 붙여보겠습니다.
행복이는 근처에 사는 개인데 주인이 풀어놓고 기르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 사랑이랑 사귀기 시작해서 서로 뜨겁게 사랑을 나눴고
그 이후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사랑이랑 헤어졌습니다.
그런 행복이를 오래간만에 봤는데
이런! 우정이랑 데이트 하는 모습을 보게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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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를 발견한 우정이가 반갑다며 달려왔습니다.
행복이는 뒤에서 멀뚱이 바라보기만 하고 있고요.
우정이가 사랑이 냄새를 맡으면서 좋아하는데
사랑이는 우정이보다는 전 여친인 행복이에게 눈길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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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가 행복이에게 다가가서 세 마리의 개가 한데 모였습니다.
셋다 서로 꼬리를 흔들며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데
사랑이는 행복이를 바라보고
우정이는 사랑이를 바라보고
행복이는 사랑이를 데면데면하게 대합니다.
사랑이가 행복이를 터치하려면 행복이가 몸을 빼는데
제가 반갑다고 쓰다듬으려하면 제게는 터치를 허락합니다.
그렇게 세 마리 개와 한 명의 사람 간에 묘한 관계가 형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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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근거리는 사랑이가 귀찮아진 행복이가 슬슬 자리를 피해버리자
눈치를 보던 우정이는 행복이 뒤를 따라 가버리고
사랑이는 그 뒤를 따라가고 싶어서 줄을 당겨보지만
제가 놓아주지 않아서 애처로운 눈길로 둘의 뒷모습만 바라봅니다.

 

매정한 행복이의 태도가 야속하기도 하고
사료를 양보해줬는데도 여자만 따라가버리는 우정이가 얄밉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사랑이를 풀어주지 못하는 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집이 없어도 배 고프지 않게 즐거울 수 있는 우정이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고
출산 이후 힘든 시기를 보낸 행복이가 새 친구가 생긴 것도 축하할 일이고
사랑이가 좋아하는 산책길에 이렇게라도 즐거운 일이 덤으로 주어진 것도 기쁩니다.

 

요즘 개들이 사람을 물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때라
돌아다니는 개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세 마리의 개들이 오랫동안 이 주변에서 밀고당기며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2

 

김영진님 : 그런일을 쉽게 얘기 할 수 없었을텐데 그분도 용서를 했을겁니다.

 

Kil-Joo Lee님 : 일단 용기를 내어 고백했는데 좀 더 용기를 내어 당사자에게 용서를 구함이 어떨까 합니다. 다수에게 용기를 내는 것보다 그 한사람에게 용기를 내는게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지난 방송에 김영진님과 Kil-Joo Lee님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방송 내용이 무거워서 댓글 다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정성스러운 글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댓글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것이 많겠지만
그냥 읽기만 하겠습니다.

 

그래도 아무말 없이 지나가기에는 좀 그래서
선문답 같기는 하지만
신영복 선생의 글 하나를 소개합니다.

 


성찰 省察

 

불치병자가 밤중에 아기를 낳고
급히 불을 켜 아기를 살펴보았습니다.
혹시 아기가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3

 

오늘 방송은 내용이 서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하나의 흐름이나 공통된 분위기도 없습니다.
의도한 건 아닌데 그냥 주어진 상황들을 정리하다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방송을 마치며 들려드리는 노래도 오늘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걸로 골랐습니다.

 

Renaissance라는 프로그래시브 록그룹의 ‘Scheherazade and Other Stories’라는 앨범 전곡을 들려드리려 합니다.
그 유명한 ‘Ocean Gypsy’가 수록된 1975년 앨범인데요
신비롭고 경쾌한 ‘천일야화’의 분위기가 철철넘칩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45분 동안 음악의 바다에 빠져보실 분들은 들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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