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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이즈 본, 헐리우드에서 온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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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영화를 기대했다.
남녀의 로맨스와 음악이 결합했으니 ‘원스’같은 감미로운 영화이기를 기대하기도 했고
고전영화를 리메이크했으니 ‘라라랜드’같은 잘빠진 영화일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를 볼 때 기대를 갖고보면 대부분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기에 사전에 하나씩 내려놨다.
고전영화의 뻔한 사랑이야기이니까 스토리에 대한 기대는 먼저 내려놨다.
레이디가가의 노래실력이 어느 정도이지는 모르지만 감미로운 노래에 대한 기대도 내려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헐리우드 영화에 어울리는 볼거리가 있기는 하겠지만 블록버스터도 아니니 볼거리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냥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영화를 기대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공연장에서 노래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사운드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노래도 그런데로 괜찮았다.
그렇게 시작해놓고는 아주 전통적인 방식으로 우연히 두 남녀가 만나게 이끌었다.
그리고 두 남녀는 한눈에 이끌려서는 만난지 몇시간만에 키스까지 해버렸다.
어릴 적 헐리우드 영화를 볼 때 마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남녀간의 초스피드 연애가 아주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진행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은 아주 급속히 타올라서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한 무대에 올라서 노래를 불렀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 둘의 사랑의 시작을 공감할 수 없으니 그 둘의 사랑노래가 귀에서만 맴돌뿐 가슴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도 귀에 맴도는 노래가 나쁘지는 않았으니 그냥 그 정도로 노래나 감상해야지 생각하며 영화를 봤다.
이야기는 역시나 전통적인 사랑이야기 공식대로 계속 나아가는데 그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는거다.
너무 뻔한 이야기가 신파조로 흘러서 짜증이 나는 것도 아니고, 음악을 위한 겉치장 정도로 앙상하지도 않았다.
남녀의 미묘한 심리변화와 갈등이 생생하게 묘사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둘의 마음이 오고가는 대사들이 살아있었다.
살아있는 대사의 힘이 이야기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둘의 사랑에 푹 빠져든 것은 아니었다.
감독은 사랑이야기와 사랑노래를 잘 버무리는데 집중을 했지 사랑 자체에 집중하지는 않았다.
너무도 뻔한 갈등이 벌어졌고, 그 갈등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그 갈등을 고조시키는 외부의 자극이 주어지기도 했다.
역시나 아주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지만 신파적이지는 않게! 음악과 대사가 잘 어우러져서!


그리고 아름다운 비극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됐고 그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사랑 노래가 엔딩을 장식했다.
보통 그런 엔딩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쯤 나와줘야 하는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대신 아주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2시간 20분 정도되는 시간 동안 귀 호강을 했다.
사랑이야기와 사랑노래가 가슴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눈과 귀에서는 머물렀다.
애초에 미리 내려놨던 기대들은 다 들어있는 영화였다.
‘원스’처럼 감미롭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은 노래들이 시종일관 귀를 즐겁게 했고
‘라라랜드’처럼 스텍터클하지는 않지만 고전스러움과 세련됨이 잘 어우러진 공연을 보는 듯 했고
화려한 볼거리는 많지 않았지만 레이디 가가의 가슴을 강조하는 의상들과 0.1초 정도 스치듯 지나는 레이디 가가의 전라의 모습도 볼 수 있었고
너무도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지만 그 스토리가 힘이 있고 대사들이 살아있어서 예상 외로 스토리가 주는 즐거움도 느꼈다.
온통 이기적인 사랑이야기만 넘치는 시대에 고전적이고 이타적인 사랑이야기를 감상하는 맛도 괜찮았다.
한마디로 이것저것 다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였다.
그래서 어느 것 하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거나 가슴으로 스며들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를 난잡하지 않게 잘 버무리는 기획력과 연출력은 인정해줘야겠다.


(사족) 이 영화는 레이기 가가를 위한 영화여서 레이디 가가의 특징을 살리는데 모든 것이 맞춰져있었다.
그런데 영화초반 레이디 가가가 “사람들이 내 목소리는 좋은데 외모가 별로라고 한다”고 하는 대사를 듣고는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브라 스트라이젠드가 이런 대사를 했다면 100% 공감하겠는데 레이디 가가가 이런 대사를 하다니.
마치 이효리가 “핑클에서 효리 목소리는 좋은데 유리만큼 이쁘지 않다고 해서 고민이다”라고 말하는 것같았다.
레이디 가가를 뛰워주는 건 좋은데 좀 오버하는 건 그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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