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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77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일흔 일곱 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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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는 이 사진과 같은 상태로 보내야했습니다.
미세먼지는 좀처럼 걷히지 않는데
바로 옆에서는 공사가 이뤄져서
몸과 마음을 뿌옇게 만들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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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널어놓고
옆밭의 유채꽃을 감상하며
한라산을 바라봤던 게
불과 보름전입니다.


보름 사이에 너무나 달라져버린 현실이 믿겨지지 않지만
이게 지금 이곳의 모습입니다.
자본의 탐욕으로 숨을 쉴수 없는 세상이 됐지만
탐욕스러운 자본은 멈출 줄을 모릅니다.

 

2


공사장 소음이야 어쩔수 없다하더라도 분진방지를 위한 펜스를 쳐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공사장 관계자는 ‘얘기해보겠다’는 말만 남긴 채 나타나지 않고
읍사무소에 민원을 넣었지만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그렇게 공사는 계속되는데
바람 많은 섬에
미세먼지만 몰려오더군요.


이 문제로 신경을 쓰다보니까 괜히 예민해지기만 했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참고 넘길까”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펜스를 설치하는 게 얼마나 된다고 그걸 안하고 버틴단 말야”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아는 사람에도 물어도 보면서 대응방법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투쟁욕구가 솟아 올라오는 게 싫지는 않지만
싸움을 한다는 건 필요 이상으로 과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일이라서
마음이 편치않습니다.


3


곳곳이 공사장이고 쓰레기는 넘쳐나고 지하수는 오염되는데
공항을 하나 더 만들어서 더 많은 관광객들을 데려오려 합니다.
이 숨막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사람들이 나섰고
그 흐름에 저도 발을 살짝 들여놨습니다.
제2공항 문제를 생각하는 모임이 있어서 참석하게 된 거지요.


오래간만에 세상사람과 만나 얘기를 나눈다는 건
기본적으로 즐거운 일입니다.
그런데 거침없는 성민이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거침없습니다.
밑질게 없고 얽매인게 없는 자유로움이 그렇게 발산하는 건데
돌아서고 나면 피로가 몰려옵니다.
“니가 뱉어내는 말들을 주워담을 수 있겠어?”
“세상사람들이랑 어울릴 자신있어?”

 

4


피로를 풀려면 명상과 운동을 해야하는데
미세먼지와 공사장 소음은 그 둘을 방해합니다.
운동을 못하면 새벽에 명상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명상도 제대로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법
인터넷으로 명상유도 영상을 찾다가 우연히 요가니드라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리에 누워서 들려오는데로 가만히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건데
집중을 하는 명상보다 훨씬 쉽게 따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40분쯤 하고나니 몸도 마음도 개운해지는 겁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길 권해봅니다.


 

 

5


어수선하고 심란한 가운데도
나름대로 마음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던 중
치아 하나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몇 년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아서 마음의 준비를 하던 것이어서
그리 놀라거다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치과에서 가서 이빨을 뽑았더니 치료비가 5천원이 나왔습니다.
새로운 치아를 해넣으려면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었던 최소 100만원이랍니다.
덤덤하게 임플란트 시술 날자를 예약하고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통장 잔고를 확인했더니 160만원이 있더군요.
내 통장에 100만원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조카들에게 맛있는 걸 사주려던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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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가족들이 모여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조카들에게 맛난 걸 사주는 대신 이렇게 맛난 걸 같이 먹었습니다.
아, 이날 저녁은 제가 준비한 것은 아닙니다. 헤헤헤


그다지 화기애애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가족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저녁을 먹었지요.
얘기들 속에 한주 동안 제 머리 속에 자리잡은 것들도 가볍게 꺼내놓았더니
이런저런 얘기가 가볍게 오고갔고
그러다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지난 주에는 콩이랑 열무 상추 배추 같은 것들도 씨를 뿌렸습니다.
이제 새싹이 올라오는 걸 지켜보는 재미를 느끼면 됩니다.
4월 중순에는 여름에 먹을 과일과 채소들 모종을 심어야 하니
뜸뜸이 밭을 정비해놓아야겠네요.
이래저래 어수선한 때이지만 마음을 차분하고 즐겁게 가지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장범준의 ‘엄마 용돈 좀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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