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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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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는 비교적 포근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고생했다지만 이곳에서는 미세먼지도 별로 심하지 않아서 포근한 겨울을 즐기기에 그만이었습니다.
그리 춥지 않아서 새벽 명상과 운동도 잘 되는 편이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집니다.
풍성한 겨울채소들로 밥을 먹다보니 아침에 보는 똥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낮에는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간단히 일을 하기도 합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도 재미가 있어서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하루에 두 번 하는 사랑이와의 산책시간도 즐겁습니다.
가느다란 거미줄같던 관계들을 정리해버려서 제 삶이 더 고요하고 여유로워졌습니다.
항암치료중인 아버지는 생각보다 잘 견뎌내고 있어서 지켜보는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이렇게 지내다보니 밤에 잠도 잘잡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가 일찍 떨어져서 빨리 어두워진 저녘에 하늘을 봤더니
달이 화사하게 올라와있더군요.
그 모습이 편안하고 좋아보여서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 달을 잠시 바라보고 있노라니 머리 속에서 한 곡의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전진희의 ‘달이 예쁘네’)

 

달이 예쁘네
내 하룬 형편없었는데

 


첫 소절의 짧은 가사만으로 모든 것을 다 전달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 대해서 이렇쿵저렇쿵 얘기할게 많지는 않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달을 바라보는 그 순간
누군가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고 누군가는 우울함을 느끼고 있겠죠.
그나마 달이 예뻐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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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몸이 찌뿌둥해서 목욕하러 나선 길
버스를 탔는데 해안도로를 달렸습니다.
오래간만에 바다를 보니 좋더군요.


이렇게 멋있는 바다를 보았으니 시 한수 읊어봄이 어떠리오.

 


파도타기  -  서상만

 


어려서는 파도소리에 잠들었고

 

커서는 파도를 꿈꿨고

 

어른이 되어서는 소용돌이치는 파도에 휩쓸렸고

 

늙어서는 파도에 떠밀려

 

어느 바닷가 외로운 돌무덤이 되었느니

 

아아, 그런가?!

 


멋있는 바다에 멋있는 시까지 어우러졌으니 풍월도 울려볼까요?

 


(이상은의 ‘새빨간 활’)

 

덜컹거리는 마을버스를 타고
잔잔한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인생에 대한 시를 읊조리고
묘한 기운이 풍기는 노래를 듣노라니
음...
지난 밤에 달이 예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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