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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44회)

~들리세요? (44회)

 


1


읽는 라디오 ‘들리세요?’의 마흔 두 번째 방송을 진행하는 오늘
참 더운 날입니다.
이날 저는 밭에서 일을 했습니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이 싫지가 않더군요.
이게 농부의 마음일까요?


농부의 마음이라... 글쎄...
꺄르르르르르


안녕하세요. 저는 꼬마인형이랍니다.
시작을 성민이 흉내를 내면서 해봤는데
깜짝 속았죠? 아닌가? 헤헤헤헤


지난 방송에 이어 이번 방송에도 깜찍한 제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반가우신가요?
이렇게 제가 다시 등장한 것은 성민이에게 또 낚였기 때문이랍니다.
지난번에는 오래간만에 한 번 방송 해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아주 고정으로 하제네요.
이건 뭐,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럴 수는 없다고 매몰차게 얘기하려는데
미안해서 성민이 얼굴을 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성민이 혼자 이런저런 얘기 술술 풀어내더니
어느 순간 제가 낚여 버린 거 있죠.
그래서 이렇게 다시 방송을 하게 됐어요.
뭐, 처음에 방송 시작할 때도 별 고민 없이 성민이한테 낚이다시피 해서 했는데
사건치고 복귀하는 것도 비슷하네요.
히히히, 쑥스럽네요.


사실 오늘 제 기분이 별로거든요.
작은 일 하나가 좀 꼬였는데 그걸 풀려고 하다가 기분만 잡치고 말았거든요.
그래서 기분 풀려고 방송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이건 뭐야? 무슨 화풀이 방송이야?” 하시는 분들 계세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기분이 좀 꿀꿀할 때, 신나는 목소리로 방송 진행하다보면 조금 풀리거든요.
여자들 스트레스 풀 때 수다 떠는 거랑 비슷해요. 헤헤헤헤


제가 정식으로 복귀를 하는 오늘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첫 곡은
조금 쇼킹한 곡이예요.
가사가 하나도 없는 일렉트릭 연주곡이거든요.
저의 지금 꿀꿀한 기분을 업 시켜주기에는 딱인데
읽는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소개하려니 조금...
그래서 성민이한테 이런 노래는 어떻게 소개하냐고 물어봤더니
뭐라고 뭐라고 얘기는 하는데
결론은 방송 보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강요하면서 자기 기분대로 지껄이래요. 하하하하


여러분, 여러분의 상상력을 믿어볼까요?
지금부터 신나는 일렉트릭 음악에 같이 빠져보는 거예요.
나 혼자 신나서 지껄인다고 미친년이라고 해도 상관없지만
저랑 같이 벌거벗은 임금님 기분으로 놀면 재미있을 거예요.
이디오테잎의 melodie, 갑니다!

 


다가닥 다가닥 다가닥 다가닥 다가닥 다가닥 다가닥 다가닥 다가닥
놀자 놀자 놀자 놀자 놀자 놀자 놀자
풀자 풀자 풀자 풀자 풀자 풀자 풀자
기분 풀어 단추 풀어 머리 풀어 정신 풀어
기분 풀어 단추 풀어 머리 풀어 정신 풀어
기분 풀어 단추 풀어 머리 풀어 정신 풀어
기분 풀어 단추 풀어 머리 풀어 정신 풀어
다 풀어서 맘껏 놀아


멜로디 따라서 가볍게 흔들고~오~
드럼에 맞춰 심장을 치고 치고 치고
키보드 소리에 집중해서 마음 속에서 점점 뭔가 올라오면 따라서 가 봐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 번 가보는 거야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말고 좀 더 가봐 좀 더 올라가봐 조금 더 조금 더
다 왔으면
그냥 신나게 흔들어


우~ 우~ 우~
허, 허, 허, 허
헉, 헉, 헉, 헉
우~ 우~ 우~
허, 허, 허, 허
헉, 헉, 헉, 헉
우~ 우~ 우~
허, 허, 허, 허
헉, 헉, 헉, 헉


자~아~ 다 놀았으면 이제 안녕

 


2


한지은님이 오래간만에 사연을 보내주셨어요.
들어보실래요?

 


외국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작년부터 나름대로 준비해왔었는데
안 좋은 일도 있고 그래서 대출 좀 받고 내질러버렸습니다.
무려 한 달이나 되는 장기여행이라서 약간 걱정되기는 했었는데
막상 떠나고 보니 한 달이 흐르는 물처럼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많은 곳들을 돌아다니기 보다는 세 곳에 머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행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낯선 곳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낯선 이국의 해안과 산길을 거닐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수없이 휘청거리면서도 잘 견디면서 열심히 살아온 제 자신을 많이 달래줬습니다.
많이 울 줄 알았는데 여행하는 동안 눈물을 흘린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나를 위로하면 살아온 길을 돌아보니 이런 저런 사람들이 떠오르더군요.
좋은 사람들도 떠올랐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둘러싸거나 스쳐간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이 조금 불편했지만
그 사람들도 나처럼 힘들게 살아가겠거니 하고 생각하니 훨씬 편해졌습니다.
나중에는 중학교 때 은근히 저를 괄시 했던 수학선생님도 생각이 나더군요.
그때는 그 선생님이 너무 싫어서 사고로 죽어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어느 순간 머리 속에서 사라져버렸다가 오래간만에 떠오른 것이었습니다.


망각의 장점이 이런 것일까요?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 또렷하게 떠오르지만
세월의 격랑 속에서 앞만 보며 열심히 노를 저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나쁜 감정과 기억들이 시나브로 세월의 흐름 속에 흘러가버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시간이 약이다’라고 했던 것이겠지요.


이제 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나쁜 기억과 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시 앞을 보면서 열심히 노를 저어가야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잊혀져가겠지요.

 


여러분은 한지은님의 사연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어요?
저는 좀...


제가 가족들은 아직도 저를 잊지 못해서 많이 힘들어하거든요.
그런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저도 힘들기는 해요.
한지은님 얘기처럼, 제 가족들도 나쁜 기억과 싸우지 말고 앞만 보며 열심히 노를 저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어느 순간 시간이 흘러서 저도 조금씩 잊혀질까요?


그런데 그 반대도 있어요.
어느 날 제가 자살하게 만들었던 애들 중 한 명을 봤거든요.
대학생이 돼서 예쁘게 차려입은 그 애는 남자친구랑 손을 잡고 즐겁게 데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그 애의 머리 속에서는 제 기억이 사라져버렸나 봐요.
제 머리 속에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는데 말이죠.


뭐, 그렇다고 그때의 기억들이 아직도 저를 무겁게 짓누르지는 않아요.
그냥 덤덤하게 그때를 돌아볼 수 있기는 한데
제 가족들이나 그 애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좀 그래요.


시와의 ‘오래된 사진’ 들을게요.

 


바닥에 기대어 침대 밑을 보던 때
숨겨둔 이야기
많은 이야기


말할 수 없는 말이 더 많았어
찾아내지 말아야 할 사진들처럼
그렇게 묻고
그렇게 찾고
그렇게 삼키고
그렇게 살고
그렇게 웃고
그렇게 약속하고
그렇게 걷고
그렇게 달리고


그렇게 묻고
그렇게 찾고
그렇게 삼키고
그렇게 살고
그렇게 웃고
그렇게 약속하고
그렇게 걷고
그렇게 달리고

 


3

 
다음은 성민이가 ‘착한 엄마의 밥상 비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마트에 갔더니 오징어채가 싸기에 사다가 어머니에게 볶음 만드는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보통 기름을 두르는데 기름 없이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깔끔한 오징어채 볶음이 됐습니다.


먼저 오징어채를 물에 살짝 담갔다가 가볍게 짜주면 물기가 살짝 묻게 됩니다.
프라이팬을 살짝 달군 후 오징어채를 넣고 양념간장, 다진 마늘로 양념을 해줍니다.
너무 오래 볶지 말고 깨와 참기름을 넣어서 마무리를 해줍니다.


요즘 감자도 싸기에 감자조림도 만들었습니다.
감자와 당근과 양파를 잘 씻어서 사각형으로 썰어줍니다.
감자와 양파를 껍질을 벗겨야 합니다.
프라이팬에 물을 조금 넣고 물이 끓으면 감자와 당근과 양파를 집어넣습니다.
양념간장을 조금 넣어서 익을 때까지 잘 저어주면 됩니다.

 


4


인터넷에서 어느 스님의 명상법 강의를 듣게 됐습니다.
생활 속에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명상법을 소개하고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 ‘청소명상’이라는 아주 간단한 명상법이 끌리더군요.


스님의 얘기로는 마음 속에 부정적 생각이 있으면
그 부정적 에너지가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공간 속에 묻어 있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청소를 할 때 몸으로는 생활공간을 닦으면서
마음으로는 ‘마음을 닦는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하게 되면
부정적 생각의 먼지까지 같이 닦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어서 한 번 해봤는데요
귀찮아서 후닥닥 해치우는 청소가 아니라
여유와 리듬을 갖고 천천히 하는 청소가 되고
그 짧은 시간이 조금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명상법을 응용해서
잡초를 뽑을 때도 ‘마음의 잡초를 뽑는다’라고 생각하면서 해보기도 하고
산책을 할 때도 ‘마음의 길을 걷는다’라고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명상에 대한 훈련이 잘 안된 상태에서 이것저것 막 해보는 꼴이지만
괜히 쫓기듯이 빠른 호흡으로 가는 것보다는 여유가 있어서 좋더군요.
물론, 그 여유로운 호흡이 금방 끝기기는 하지만...


여러분도 한 번 시도해보세요.
청소명상을 하고 나서 이런 음악을 듣는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시인과 촌장입니다.
‘새벽’

 


당신의 눈썹처럼 여윈 초생달
숲 사이로 지고
높은 벽 밑둥아리에 붙어서
밤새워 울고 난 새벽


높은 벽
높은 벽
높은 벽
높은 벽
높은 벽
높은 벽 아래
밤새 울고 난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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