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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55회)

~들리세요? (55회)

 


1


날씨가 너무 좋아서 화창한 가을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여행을 떠났습니다.
멀리 가지는 못하고 경의선 전절을 타고 파주로 갔습니다.
처음에는 헤이리 예술마을에 가볼 생각이었는데, 차창 밖으로 벼가 익어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중간에 내려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무작정 논길을 따라서 걸었지요.


뭉게구름이 군데군데 떠 있는 파란 가을하늘 밑에서
노랗게 익어가는 벼들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아! 이게 가을의 정취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모습과 행복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살짝 흘러나와버렸습니다.


성민이님과 꼬마인형님은 이 가을을 어떻게 즐기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잠시나마 가을을 느껴보라고 짧은 사연을 보냅니다.

 


오늘 방송은 한지은님이 보내주신 사연으로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꼬마인형이에요.


해마다 때가 되면 돌아오는 게 계절인데
올해 가을은 이상하게 끌리나 봐요.
성민이도 그렇고, 한지은님도 그렇고, 제 주위에도 그렇고
가을을 즐기려는 분들이 유난히 많네요.
지난 여름이 힘들어서 그런가?
뭐, 그렇게 더운 여름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암튼, 무채색으로 칠해진 칙칙한 가을보다는 알록달록한 이런 가을이 좋기는 하지요.


우리 방송에 사연을 주로 성민이 메일로 보내지는데요
서로 의논해서 제가 사연을 소개하게 되면 성민이가 사연을 제게 보내주거든요
근데 이번에 한지은님 사연을 보내면서 사진을 한 장 같이 보내왔어요.
성민이가 사는 근처에 있는 과수원 같은데 귤이 매달린 귤나무들이 있는 사진이에요.


아, 이렇게 맹숭맹숭하게 소개하면 안 되죠.
한지은님 톤으로 다시 말하면요


초록 잎들 속에 노란 귤을 주렁주렁 매단 귤나무들이 띄엄띄엄 서 있고
한쪽에는 깔끔하게 성묘가 된 무덤이 하나 있는데요
무덤 주위로는 검은 현무암으로 돌담이 둘러져 있습니다.


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되세요?
제가 표현력이 떨어져서 이 이상으로 소개하기는 어려운데
제주도 갔었던 분들이라면 그림이 그려지실 거예요.
지난 여름에 제주도 갔었던 저도 당연히 그림이 그려지죠. 하하하


근데요, 성민이는 이 사진을 왜 보낸 거죠?
“나 이런 곳에서 가을을 즐기고 있어”라고 자랑하고 싶어서?
이~씨, 그렇겠죠?


노래 들려드릴게요.
제목은 ‘꿈의 가로수길’이고요 가수는 김목인입니다.

 


그는 밤의 가로수 길을 따라 걷고 있었지,
그 곳이 큰 길의 도로변인 줄도 모른 채.
겨우 올라탄 좌석버스 안의 내게 다가와
술 취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지.
“원래가 서울이 고향이신지?”


그는 오래 전 헤어진 한 사람 얘길 꺼냈지.
그녀의 고향이 나의 고향과 같다면서.
사실 그 곳은 나의 고향과 아무 상관없는데,
그의 목소리는 이미 그 곳에!
그 곳에 가면 정말로,


그는 그녀가 들려주었던
가로수 길 얘길 했지.
같이 가보기 전에 헤어진 사람.
사실 그 곳은 나의 고향과 아무 상관없는데,
그의 목소리는 이미 그 곳에.
그러나 생각해보니,


나는 오래 전 그 도시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지.
커다란 가로수가 양쪽으로 펼쳐진.
순간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 곳이 나의 고향인 듯 말했지.
그 곳에 가면 정말로,


커다란 가로수들이,


길을 따라 아름답게 펼쳐져 있지요.

 


2


힘겨운 시기를 벗어나 이제 겨우 숨을 쉬게 됐는데...
아직도 외줄을 타는 듯이 불안 불안하기만 한데...
의지할 곳도 얘기할 곳도 없습니다.
다시 행복해지고 싶은데
아직은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미쳐 날뛰는 마음을 달래기가 힘든 밤입니다.
술에 의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익명으로 보내주신 사연이었습니다.
마음이 미쳐서 날뛰면 정말 정신이 없어요.
미친 말이 되거든요.
저는 그 미친 말에 치여서 17살 때 약 먹고 뒤져버렸거든요.


사연을 보내주신 분, 이런 제가 조언을 하나 해드릴게요.
미친 말이 날뛰면 도망가거나 멀리 떨어지세요.
술을 먹는 게 도망가는 방법이라면 술을 먹으세요.
술기운에 미친 말을 진정시키려고 하지는 말고요.
미친 말은 어떤 얘기도 듣지 않거든요.
그냥 미친 말이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세요.


미친 말이 쓰러지면
아주 조금은 괜찮아질 거예요.


김동희가 부른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들려 드릴게요.

 


그대 어깨위에 놓인 짐이 너무 힘에 겨워서
길을 걷다 멈춰진 그 길가에서 마냥 울고 싶어 질 때
아주 작고 약한 힘이지만 나의 손을 잡아요
따뜻함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어루만져 줄게요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때론 내가 혼자뿐이라고 느낀 적이 있었죠
생각하면 그 어느 순간에서도 하늘만은 같이 있죠
아주 작고 약한 힘이라도 내겐 큰 힘 되지요
내가 울 때 그대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앞서가는 사람들과 뒤에서 오는 사람들
모두 다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3


이어 성민이가 ‘착한 엄마의 밥상비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오늘은 수제비 만드는 방법을 얘기하겠습니다.


먼저 반죽을 해야 하는데요, 밀가루에 미지근한 물을 넣으면서 너무 질지 않게 반죽을 만듭니다. 이때 오래 주물러줘야 쫀득쫀득 해진다고 합니다. 약 10분 정도 주물러주세요.
반죽이 만들어지면 납작하게 만들고, 손에 식용유를 바른 후 비닐에 넣어서 냉동실에 집어넣습니다.
냉동실에 최소한 하루 이상 넣어둔 후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사용하면 됩니다.


다시 국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멸치가 필요한데요, 먼저 멸치 머리를 따줍니다.
그래야 쓴맛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물이 끓으면 멸치를 조금 넣고 중불에서 30분 정도 끓인 후에 멸치를 건져냅니다.
멸치를 건져내면 해동한 밀가루를 손으로 떠 넣고는 국간장으로 간을 합니다.
밀가루를 떠오를 때에 미리 썰어놓은 애호박을 넣어서 애호박이 익으면 수제비가 완성됩니다.

 


4


어느 스님의 얘기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목이 말라서 맑은 도랑물을 먹으려고 했는데
마침 우마차가 지나가며 흙이 튀는 바람에 도랑물이 탁해져 버렸습니다.
목이 마른 그는 도랑물에 들어간 오물을 건져내기 위해 손을 수시로 집어넣어봤지만
도랑물은 그럴수록 더 탁해지기만 했습니다.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이
“가만히 오물이 가라앉기를 가다려라”고 얘기합니다.
노인의 얘기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물을 바라보기만 한 그는
잠시 후 다시 맑아진 도랑물을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심란해졌을 때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지 말고
마음이 스스로 진정되기를 기다리라는 얘기였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산속에 사시는 스님이니까 이런 속편한 얘기를 하지...”라며 무시해버렸을 텐데
이제는 이 얘기가 귀 속으로 들어와 마음속에 자리 잡는 걸 보니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마음이 스스로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게
참 쉬워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건 알지만,
그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는 오물이 수시로 튄다는 것입니다.


무작정 기다린다고 물이 맑아질 것 같지는 않고
오탁방지막을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깨끗한 산 속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세상을 바꿔야 물이 맑아질까요?
아니면 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할까요?


범능스님의 노래 듣겠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가라
좋은 벗 있으면
둘이서 함께 가라
가라
좋은 벗 없으면
버리고 홀로가라


달빛엔 달처럼
별빛엔 별처럼
바람불면 바람처럼 가라


내가 너에게 등불이 되어
그대 홀로 등불이 되어


함께 못 가도
같이 못 가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가라
나의 맘 고우면
나누며 함께 가라
가라
나의 맘 탁하면
버리고 홀로가라


꽃길엔 꽃처럼
물길엔 물처럼
천둥치면 천둥처럼 가라


내가 너에게 등불이 되어
그대 홀로 등불이 되어


함께 못 가도
같이 못 가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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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입니다.
부모님이 4남매를 키우던 집이 자식들이 하나 둘 씩 떠나면서 휑해져버렸습니다.
그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리모델링해서 민박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밭에 콘테이너를 갖다놓고 살게 됐고요. 하하하
민박집 컨셉이 ‘부모님과 제주여행’이랍니다.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여기 -> http://joeun0954.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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