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방문 박차고 나간 거 아닙니다.

작년(2017년)에 큰 딸 하경이에게 가상번호를 받아서 카톡을 만들어 줬습니다.

가상번호를 가지고 집에 굴러다니던 공기계를 사용해서 카톡을 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래서 하경이는 친구들과 카톡을 잘 하고 있습니다. 카톡을 하다가 가끔

 

하경 : 아빠 이거 좀 해줘(게임을 하기 위해 인증 해달라는 소리)

나 : 그래

 

그때 마다 아무 생각 없이 인증을 해주곤 했는데...

 

오늘(2018년 3월 8일) 저녁...

 

하경 : 아빠 이것 좀 해줘.

나 : 그래...

 

오늘 저녁에도 아무 생각 없이 인증을 해주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 찾고 있던 내가 굼뜨게 움직이니 자기가 하겠다고 핸드폰을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정말 아무 일도...

 

잠자리에 들려고 정리를 하는데 컴퓨터로 잠시 카톡을 확인하려고 하는데 자꾸 안 되네요.

 

나 : ?

컴퓨터 : 인증해라 인증

 

나 : 뭐지?

컴퓨터 : 인증하라고~~

 

이상해서 핸드폰을 보니 에구...

내 카톡 계정이 하경이에게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나 : 헉...

아내 : 에구... 그러니까 왜 애한테... 아무 생각이 없지 없어...

 

나 : 하경!!! 일루 와!!!

하경 : 왜?

 

나 : 다 나와 버렸잖아...

하경 : 뭐???

 

나 : 에구 말을 말자

아내 : 아이한테 설명을 제대로 해야지. 에구, 내가 말을 말아야지

 

하경 : 내가 큰 죄를?

나 : 음... 이거 우짜지...

 

아내 : 내가 속터진다. 속터져

하경 :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내 : 아빠가 카톡방에서 다 나가 버렸어.

하경 : 왜?

나 : 나도 모르것다.

 

결국 이리 저리 헤매다가 조금 전 하경이 카카오 계정도 만들어 주고(진작 만들어 줬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게으른 게 죄) 가상 번호 다시 만들어 하경이 카톡 만들어 주고

 

나는 이렇게 강제로 끌려 나온 방에 다시 기어 들어가 볼까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혹여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 여러분이 속한 방에서 갑자기 제가 사라진 것이 보이시거든 절 좀 다시 불러주세요. 정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제가 마음이 꼬이기는 했어도 방문을 그냥 박차고 나올 배짱은 없는 몸이니 혹여나 오해들은 마시고 그저 멍청한 인간이 튕겨나갔구나 하는 불쌍한 마음을 가져주시고, 다시 방에 불러주소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