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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좋지?

지난 번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자 하는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 저지를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을 했던 것은 최종 6,831명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4월 19일 마무리 되었습니다.
  
7천명도 못 넘기는 숫자에 마음이 조금은 답답하지만 그나마 손도 못 쓰고 당했던 2011년 입양특례법 전면 개정안이 통과될 때와는 다르게 어떤 움직임이라도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 하고자 하는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을 저지하고자 입양부모들이 다양한 접촉을 하고 있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남인순 의원의 굳은 심지를 흔들기는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심지가 굳은 것은 좋은데 혹여나 나도 그런 모습이지 않은가자신을 돌아봅니다.
  
아이들이 다니고 있고 아내가 1학년 담임으로 있는 산학교(대안학교)는 들살이 기간입니다.
  
큰 아이 하경이는 4박 5일 일정으로 함양 온배움터로 농사를 배우러 가고작은 아이는 엄마와 함께 2박 3일 경기 양평 중미산자연휴양림으로 갔다가 내일 집에 옵니다.
  
주변에서 혼자 있어서 좋겠다고 하는데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네요그냥 조금 마음 편하게 뒹굴 수 있다는 거?
  
혼자 있어서 그런지 소수자의 길을 걷는 딸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적습니다물론 이 글은 아이들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를 겁니다아빠인 제 마음을 정리하고 싶기에 적는 글이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언젠가 아이들이 우연찮게 아빠가 쓴 이 글을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기대하며 여기 저기 올립니다.
  
하경이와 하람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그동안 중단했던 반편견교육 강사 활동을 다시 하려고 신입 강사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그래서 오늘 한 유치원에서 진행하는 반편견입양교육 참관을 다녀왔습니다
  
어린 유치원생들을 보자니 하경이와 하람이 어릴 때가 떠올랐습니다하경이와 하람이도 저리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초등 6학년과 2학년이구나 라는 생각과 이제 아이들이 내 곁에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딸들에게.
  
낳아준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고 새로운 부모를 만나 살아가지만 나는 너희들의 아빠란다.
  
많은 아이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너희들의 삶이 비록 너희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다는 부모에 의해 결정되어 버린 삶을 살아가고는 있지만 너희가 잘 살아가고 있어서 아빠는 기쁘단다.
  
공동육아를 했고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하경하람.
  
어찌 보면 비주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너희들이지만 그 속에서 좋은 친구들과 좋은 어른들을 만나고 있음을 알면 좋겠어생각해보니 너희 덕분에 아빠도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도리어 아빠가 너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구나어찌되었든 하경하람 고맙다 너희가 아빠의 딸이어서 고맙고 고맙다.
  
아빠는 너희에게 비주류의 삶이 마냥 행복하고쉬운 길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단지삶은 늘 역동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단다그래서 재미있는 거고.
  
내일이면 우리 다시 만나는 구나. 4박 5, 2박 3일 또 얼마나 자라서 아빠에게 올까아빠는 너희들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단다아빠를 찾는 너희들의 모습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겠지그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잘 보내고 싶구나조금은 귀찮기는 하지만 아빠를 찾는 너희들을 다들 부러워하더군.
  
얼마 전 산학교 아빠 들살이 때 한 아빠가 묻더구나아빠하고 딸이 많이 가까운 것 같아서 부러운데 비결이 뭐예요그냥 웃고 말았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특별한 비결은 없고 단지너희들과 엄마 몰래 아이스크림 사먹는 것이 아닐까?
  
너희들이 언제까지 아빠를 찾고아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지만 아마 하경이나 하람이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느라 아빠가 너희들의 우선순위에서 조금씩 밀려 나겠지만 너희가 있어서 행복하고 너희들과의 만남을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있단다물론 늘 행복한 건 아니라는 거 너희도 알지하하하.
  
가족이 되는 방법 중 하나인 입양을 통해 아빠와 딸이 된 하경하람정말 사랑한다물론 가족이 되는 또 다른 방법인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된 엄마도 사랑해.
  
하경이 말따나 우리가족 네 식구 모두 사랑해.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네지금쯤 너희는 잠자리에 들었겠지아닌가하경이는 친구들하고 놀고 있으려나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먼 길 와야 하니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잘 자라 사랑하는 딸들아~~ 마누라 2박 3일 고생이 많았어~~ 내일까지 고생 좀 더 해~~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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