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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공연. 기록 4.

아이들의 성장하는 과정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무척이나 흥미롭고 감사한 일입니다.
  
하경이와 하람이가 다니고 있는 산학교는 현재 7학년~9학년(중등과정)에서는 선택으로 바뀌지만 2학년~6학년(초등과정)에서는 연극수업은 필수과목입니다. 산학교 학생들은 저학년부터 연극 수업을 하다가 6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학생들과 부모님들 앞에서 공연을 해왔는데 지난 6 22() 하경이가 공연을 했습니다.
  
산학교에서 연극을 담당하고 있는 마녀(이수연)의 수업 평가서를 통해 하경이와 친구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하경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를 합니다.
  
이 번 글은 연극. 공연. 기록 3.’( http://blog.jinbo.net/coolie1/1241 ) 에 이어 4 10일 마녀(이수연)의 평가서 내용을 정리합니다. 연극 공연 실황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vzoyaZsIbC4 )에 있습니다. 
  
  
4 10
  
오늘은 시작하기 전에 여행이야기를 했다. 상민이와 하경이는 꼭 가고 싶다, 민우와 현우는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데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쪽. 정우는 딱 중간이라고 했다. 상민이와 하경이는 모두가 같이 가야 의미가 있다는 주장. 간다면 어디를 가고 싶은가. 처음엔 하와이 괌 사이판 등등 가기 힘든 곳들이 나왔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대충 가능한 곳들을 이야기했다. 여행이야기는 어쨌든 연극을 열심히 해보자로 결말 지어졌다. 하경이는 표정은 뚱하고 무관심해 보이는데 정말로 꼭 가고 싶다고 한다. 진짜 표정은 무얼까, 순간 궁금해졌다.
  
  
1. 숙제
  
숙제를 모두 잘 해왔다. 점심시간에 미리 받아 읽어보았다. 생각나지 않는다던 현우도 잘 써왔다. 상민이는 전에 했던 이야기에서 결말이 달라졌다. (원래는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끝나는데) 바뀐 이야기에선 엄마를 만난다. 왜 그런지 묻자 다른 가족은 몰라도 엄마는 꼭 만나서 엄마랑은 같이 살아야한다고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그것들을 가지고 움직여보았다. 내내 앉아서만 이야기하다 오랜만에 장면을 만들고 움직여서인지 아이들 모두 신났다. 그러나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어려움이 느껴졌다. 같이 장면을 하고 움직이는 것은 재밌어하는데 진지하게 몰입하고 감정에 집중해야하는 것에 대해서는 힘겨워한다. 하경이는 인물이 되길 거부한다. 자꾸 설명을 한다. 현우는 정지상태가 될 때가 많다. 정우는 자신의 이야기 장면에서 또 다시 진짜로 슬퍼져서 울었다. 마녀가 생각이 많아졌다. 무엇이 집중을 방해하는 것일까. 어떤 두려움이 있는 걸까. 어떻게 해야 자유로울 수 있을까. 모르겠다. 사실 원래 답이 없는 질문들이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니까.
  
  
2. 색깔
  
<아몬드>이야기가 어떤 색깔로 느껴지는 물었다. 현우와 민우 하경이는 갈색이라고 했다. 감정을 못 느끼는 색깔, 별 특징 없이 어중간한 색깔, 보고 있으면 다른 색은 떠오르지 않고 갈색만 생각하게 되는 색깔, 그래서 갈색이 <아몬드>에서 느껴진다고 한다. 
  
이야기 속 인물들도 맞는 색깔이 있는지 물었는데 특히 도라는 보랏빛이라고 했다.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함, 개성 있음이 그 이유였다. 그러다 서로가 어떤 색깔로 느껴지는 까지 이야기가 번져갔다. 대체로 주로 입는 옷색깔 이야기가 거론되었는데, 마녀에 대해서는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 등이 나왔다.
  
각 아이들이 하고 싶은 역할로써의 인물이 아닌, 나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있는지 물었다. 조금이라도 닮거나, 혹은 매우 공감이 되는 인물이 있는지. 정우와 하경이는 도라를 말했다. 
  

3. 독백과 시놉시스. 
  
다시 독백쓰기 숙제가 주어졌다. “나는 ( )를 닮았어. ( ) ( )한 모습은 꼭 나를 보는 것 같아.”로 시작되는 독백이다. 어떤 특정 장면을 선택해도 좋고 그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상태를 지목해도 좋다. 단 나의 무엇과 어떻게 닮았는지를 잘 써오면 된다.
  
아이들은 은근히 글쓰기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쓰면서 해소? 정리? 재미? 이런 것들을 느끼는 것 같다. 장면으로 만들 때 그런 정서가 많이 느껴졌다. 더불어 시놉시스 써오기 숙제도 주어졌다. 이건 시놉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꼭 하고 싶은 장면을 뽑아서 문장으로 정리해오라고 했다. 장면-장면의 설명 이런 식으로. 잘 하면 금방 연극이 만들어질 것도 같다. 
  
올해 6학년들의 가장 좋은 것은 무엇보다 팀웍이 좋다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해도, 무슨 말을 해도 타박하거나 함부로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과하게 반응하지도 무관심하게 무시하지도 않는다. , 그렇구나, 그랬구나... 하는 그 분위기가 참 좋다.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아이들, 그리고 그냥 그대로 흘러가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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