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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와 이하경

 

요 몇일 뺑뺑이를 돌렸더니 하경이가 많이 피곤한 것 같다. 지난 3월 4일 어린이도서관협의회 총회가 있어 아침에 엄마와 함께 삼청동에 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왔고 다음 날 양평에 1박 2일 다녀왔기 때문이다. 난 지방회가 있어 회의를 대충하고 도서관 총회 장소로 가 저녁을 함께 먹고 돌아왔다.


작년 지방회 때 한 양반과 대판은 아니지만 자꾸 헛소리를 하는 양반에게 조금(?) 짜증을 냈더니 오늘은 조용히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 난 정말 조용히 있을 생각으로 운동화에 잠바 차림으로 갔다. 그런데 회의가 시작하자 대의원 자격 심사 때 헛소리 하는 양반이 있어 째려만 봤다. 날 쳐다보더니 더 이상 헛소리는 안했다. 다행이다.


회의가 진행되자 약간 당황스런 움직임이 있어 결국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한바탕 하려던 부분은 내 대신 다른 분이 말씀하셔서 필요한 부분만 입을 열였다 정말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것 말고는 우리 동네 회의가 대충 대충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넘어가는터라 그날도 그렇게 끝났다.


대부분 임원회로 떠 넘기고 박수해주고 점심 먹자는 걸 가야 할 곳이 있다고 말하고는 다음 회의 장소로 향했다. 점심은 대충먹고 도서관 총회 장소에 가서 있다가 다 끝난 후 저녁을 먹고 파주쪽에 계신 여자목사님이 집까지 태워주신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저녁에 과자며 초코랫을 많이 먹은 하경이는 엄마하고 한바탕 씨름을 했다. 하경이가 이빨을 잘 닦는 편인데 윗니는 잘 안 딱으려 한다. 이 닦을 때마다 윗니를 딱으려는 엄마와 칫솔을 물고서 버티는 하경이... 하지만 싸움은 늘 엄마의 승리다.


5일은 교회 식구들과 양평에 갔다. 처음에는 아내와 나 하경이 그리고 뇌병변인 집사님과 교회 청년 이렇게 가려고 했는데 결국 2명이 더 늘었다. 집사님 어머니와 차량 때문에 하경이 할아버지가 함께 간 것이다. 팬션은 하경이 엄마가 처녀 시절 근무하던 보육원에 자원봉사를 오시던 선생님이 사장님으로 있는 곳으로 갔다. 아침에 시장보고 어쩌구하다가 11시가 넘어 출발한 우리는 양평에 가서 점심을 먹고 팬션에서 쉬며 이야기하다가 저녁먹고 팬션 사장님의 안내로 차를 마시러 갔다.


대화 중 집사님과 관련해 시설 문제가 나와 다음 날 시설을 한번 돌아보자는 이야기들을 하는동안 하경이는 엄마 품에서 잠을 잔다. 12시가 넘어 팬션에 돌아와 못다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하경이는 전화기와 사진기를 가지고 돌아다니다 2시가 다가오자 엄마 무릎에 꼬끄라져 잠을 잔다.


아침을 먹고 눈 때문에 아침 일찍 길쪽으로 내려 놓은 차까지 집사님을 휄체어에 태워 비탈을 내려가는 동안 하경이는 엄마하고 내려가다 두어번 엉덩방아를 찢고도 중간에 멍멍이를 보고 좋아라 한다. 언덕길에 굴곡이 많고 눈내리는 길이라 조금은 험난했지만 무사히 시설 2군대를 다녔다. 이동 중 하경이는 엄마가 사장님과 앞 차를 타고 움직였기 때문에 엄마~~ 엄마~~ 엄마를 찾다가 피곤한지 품에 안겨 잠이 들었고 조수석에 앉은 집사님은 눈내린 도로, 안개낀 도로를 처음 달려본다고 좋아한다. 집사님 어머니도 그런 소리를 한다. 하기사 장애를 가진 사람이 외부 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 가족도 그렇다.


쉬러 갔다가 시설 이야기가 나온 탓에 돌아보기는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시설에 들어가려면 더 늦기 전에 가는 것이 좋겠지만 결정은 본인과 가족이 하는 것이고 그동안 자유를 누리다 시설로 들어간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12인승 승합차라지만 짐과 휄체어 때문에 좁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재미있게 잘 다녀왔다. 하경이는 집에서는 잘 주지 않는 과자를 아무 마음 껏 먹었다. 이번에 쉰다고 양평에 갔는데 아내는 결국 몸살이 났다. 그래서 이사를 하고 나서 우리 부부만 따로 쉬러가자고 했다. 양평에서 찍은 하경이 사진도 좀 올려야 하는데 월요일이나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 하경이는 뽀로로 생일 파티 해주는 동영상을 보고서는 계속 생일 노래를 해 달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이하경 생일 축하합니다. 양평에서도 불렀고 어제도 7번 정도 불러주고 재웠다. 아마 지금쯤 아내는 또 하경이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을 꺼다. 뽀르르 동영상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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