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하경이가 자기 이름을 불렀다.

 

오늘 그러니까 2008년 4월 26일 토요일 하경이가 자기 이름을 불렀다.


여자 아이로는 말이 좀 늦다는 말을 듣는 하경이가 갑자기 자기 이름을 불렀다. 엄마, 아빠 정도를 말을 하던 하경이가 오늘 하경이라는 자기 이름을 불렀다. 하경이 입에서 하경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재미있어 연신 네 이름이 뭐야? 라는 물음에 하경, 하경 자기도 재미있는지 하경이라는 말을 연신 쏟아 낸다.


저녁을 먹고 하경이가 초를 켜고 생일 축하하자고 해서 생일 축하노래를 불렀다. 불 꺼지면 켜는 큰(?) 초 4개를 꺼내 3개를 쟁반에 붙이고 하나는 불 붙이는 것으로 사용하고 노래 끝나면 하경이가 불을 끄고 다시 붙여 노래 부르고 계속 반복했는데 엄마하고 교회에 내려왔을 때 보니 앞 머리가 조금 탄 흔적이 보인다. 얼굴 눈썹 근처에 상처와 그을린 머리카락이 조화롭다.


몇일전 하경이가 얼굴에 피를 잔뜩 쏟았다. 아내가 정기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간 사이 얼굴을 다쳤다. 쏟아지는 피에 놀라 휴지로 피를 닦아 보니 눈썹 근처에 상처를 입었다. 바로 아래 병원에 가니 원장님이 꼬맬 정도는 아니라고 반창고를 붇여주고 이틀정도 물을 대지 않으면 된다고 하고 약을 지어줬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 약을 타왔다.


하경이가 반창고를 손으로 뜯어낼 까봐 걱저을 했는데 이틀동안 뜯어내지 않고 잘 붙이고 다녔다. 이틀이 지나 반창고를 제거하니 조금 흉터가 남았다. 지금은 점점 그 상처가 작아지고 있다.


그나저나 요즘 교회 이사 준비에 도서관 정리에 난 재판 까지 참석해야 하니 이래저래 할 일이 많은탓에 하경이 엄마만 고생이다. 어제는 대안학교 볍씨학교하고 청소년공부방 두드림에 250권씩 책을 보냈다. 광명시에서 지원받은 책들을 반납하는 형식으로 800권을 하안도서관에 보내면 우리가 지정한 곳과 새로생기는 문고에 지원하기로 했는데 우선 500권을 보냈고 월요일엔 300권을 보낼 계획이다.


지금은 주일 설교 준비하다가 하경이가 자기 이름을 불렀다는 걸 기록으로 남기려고 이렇게 자판을 누르고 있다. 요즘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그냥 침묵을 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이제 중심을 잡아야 할 때가 되었기에 집중을 하려고 생각 중이다.


지난 25일 곽명환집사님이 국립재활원에 입원을 했다. 새벽에 비가 내려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다행스럽게 비가 그쳤다가 차에 오르자 다시 비가 내렸다. 국립재활원에 도착하니 다시 비가 그쳤다. 오늘 교회에 있자니 저녁에 곽집사님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곽집사님이 걱정이라고... 울먹이신다. 사람의 생과 사는 하늘에 있는 것 그저 기도하는 수 밖에 ... 목사가 기도해야지... 늘 성도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아까 아내가 하경이에게 아빠 교회에서 뭐해? 물으니 눈을 감는다. 아내가 아빠 교회에서 기도 하고 계셔 그렇게 말을 한 탓에 아빠가 교회에서 기도하는 줄 안다.


입양의 날 행사에 오라고 초청장이 왔다. 하경이를 입양한 기관에서 보낸 초청장이다. 기관에서 입양의 날에 쓸 사진을 보내라고 해서 지난 4월 8일 아침에 벚꽃이 핀 아파트 지역에 가서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사진을 보러 행사장에 잠깐 갈 생각이다. 입양의 날 행사가 그냥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년엔 얼떨결에 한번 가봤는데 약간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에 입양 가정들이 모인 것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조그만 힘이라도 보탤 생각이다. 음... 그러니까 다른 건 못하고 그저 한 자리라도 가서 채우겠다는 말이다.


하경이를 입양했다고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말을 하는 걸 아내는 조금 싫어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고 그 중 하나를 내가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고 내가 그것을 즐기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닌 줄 잘 아는 아내가 그렇게 느낀다면 내 태도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사람들에게 하경이에 대해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하나?


5월에 이사를 하면 하경이에 대한 친양자 입양 재판을 할 생각이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으니 하경이 아빠로써 해야 할 일을 할 생각이다. 그나 저나 해야 할 일이 많네... 에구... 그나 저나 오늘을 그만 적어야 겠다.


병수가 미국에서 잠깐 들어왔는데 일주일 정도 있다 다시 나간다는데 동기들 보고싶다는데 교단 총회 때 가서 만나야 하나? 난 재판에도 가야 하는데... 흑... 흑... 흑... 명석아... 너 정말 미워... 너 때문에 친구 얼굴도 못 볼지도 모르잖아...


내일은 경태 형제가 교회에 오지 못한다고 연락이 왔다. 아... 조그만 교회는 한 두 사람만 빠져도 타격이 크다... 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