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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암탉

 
17일 쟁이들과 부천종합운동장에 갔다.


평화만들기에서 출발하기 전 쟁이들에게 날이 차니 오늘은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 어떻겠느냐고 말했지만 다들 놀자고 해서 쟁이들과 부천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우리가 노는 장소는 두 군데 정도인데 도착해 보니 우리가 놀던 곳에 눈썰매장이 설치되어있어 운동장 중간으로 올라가 암탉과 여우라는 놀이를 했다.


오늘은 여우와 암탉을 하자는 말에 놀이를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쟁이들이 묻는다. 놀이 방법은 우선 암탉과 여우를 뽑고 나머지 사람들은 울타리가 된다. 울타리는 암탉을 보호하고, 암탉은 여우를 피해 도망 다니고, 여우는 암탉을 잡으면 된다고 말 한 뒤 앉았다 일어났다 가위, 바위, 보로 가려진 소수의 인원을 다시 가위, 바위, 보로 암탉과 여우를 뽑았다.


놀이를 시작하기 전 울타리는 여우를 발로 차서는 안 된다고 말한 후 울타리는 고정 울타리와 움직이는 울타리가 있는데 우선 고정 울타리로 먼저 해보자고 말한 뒤 쟁이들과 나는 둥그렇게 손을 잡고 울타리 안에 암탉을, 울타리 밖에 여우를 세우고 나서 여우와 암탉을 시작했다.


놀이는 정말 쉽다. 여우는 울타리를 넘어 암탉을 잡아야하고 암탉은 울타리를 이용해서 여우를 피해 다니면 된다. 문제는 초등학교까지는 울타리가 제 기능을 하는데 10대 쟁이들과 놀자니 여우가 너무 커 고정울타리로는 여우를 제대로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 여우가 된 쟁이는 고 3의 남학생이었고, 단 한차례 몸을 날릴 여우에게 울타리는 바로 망가져버렸다.


난 바로 놀이 방식을 바꿨다. 움직이는 울타리로 하자는 내 말에 다들 알아서 암탉을 빙글 빙글 돌거나 암탉을 감싼다. 쟁이들은 처음 해보는 놀이건만 쉽게 이해했다. 여우는 계속 몸을 날렸고 울타리들은 암탉 주변을 모였다 흩어졌다. 여우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빙글 빙글 돌거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 여우가 밖으로 도망간 암탉을 잡지 못하도록 여우를 감싸면서 버티니 처음보다는 암탉을 오래 지켰다. 몸 몸을 날리는 여우와 재빠른 암탉 그리고 남여 구분 없이 온 몸으로 여우를 막는 울타리들의 몸놀림에 추위를 잠시 잊었다.


여우와 암탉을 몇 차례 바꾸다 여우가 암탉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암탉을 두 마리로 만들었다. 암탉 한 마리보다 암탉 두 마리로 놀다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기 전 마지막에 뽑힌 암탉들이 말한다.


우리는 4명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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