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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둘, 아빠가 둘

하경이가 몸이 좋지않아 화요일에 어머니에게 SOS를 했다.

손녀 딸이 아프다는 소리에 아침부터 달려오셨다.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을 함께 먹은 후 집으로 돌아가시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한 마디 하신다.

 

하경이가 아빠가 둘, 엄마가 둘이라고 그러더라....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더구나...

 

어머니 그거 우리가 가르쳐준거예요

그러냐 괜한 걱정했구나...

 

하경이에게 자신을 낳은 엄마가 있고 지금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때 나름 걱정도 많았다.

조금 더 큰 다음에 알려줘야 하는 건가? 그렇다면 얼마나 커야 하는 거지?

 

많은 입양 부모들은 어린나이에 입양아동에게 입양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고 있다.

지금의 나나 아내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경이를 호적에 올릴 때도 출산으로 해야 하나 입양으로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입양으로 호적에 올렸다.

그래서 입양아동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라도 없애는 것이 하경이를 위한 길이라 생각해서 가끔 글도 쓴다.

 

김길태 사건 후 많은 사람들이 글을 썼다. 그리고 그 글의 대부분은 입양에 대한 편견 속에서 쓰여졌다.

 

입양은 혈연을 통하지 않고 사회적이고 법적인 과정을 통해 영구적인 부모와 자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하경이와 나는 사회적이고 법적인 과정을 통해 영구적인 아빠와 딸이 된 것이다.

즉, 나는 하경이를 낳은 친생부모는 아니지만 난 하경이의 친부모인거다.

 

입양부모는 천사도 아니고, 어떤 미담의 주인공들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단지, 한 아동이 입양을 통해 부모를 만나는 것,

즉,  한부모이든 두명의 부모이든 한 아동에게 영구적인 부모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성인 남녀에게 자녀를 만나는 것

즉, 성인에게 자신의 영구적인 자녀가 생겼다는 것이다.(2007년부터 독신입양 가능)

 

부모를 만나고, 자녀를 만나는 것이 특별하다면 특별한 것이지

부모를 만나는 아동이, 자녀를 만나는 성인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 4월 17일 입양홍보회에서 반편견 입양교육을 하러 반포중학교에 갔을 때에도 아이들에게

난 입양가정은 특별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가족을 필요로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입양이라는 절차를 통해 만나 함께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말을 했었다.

 

하경이에게 언제 입양 사실을 말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단지 기억나는 것은 하경이가 아빠가 둘, 엄마가 둘 이라는 사실을 무척 자랑했었다는 기억이 난다.

 

하경이가 다니는 궁더쿵 어린이집에서 한 엄마가 당황했었다는 말을 들었다.

갑자기 자기는 엄마가 둘, 아빠가 둘이라는 소리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했단다.

 

하경이가 하는 소리에 하경이 할머니가 얼마나 당황했을까?

하경이에게 우리 부부가 이야기를 했다는 소리에 안심이 되시는 것 같았다.

 

언젠가 하경이가 이런 말을 했다.

 

깡통(내 별명이다)은 예쁜이 할머니(할머니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다)가 낳았고,

징검다리(아내의 별명이다)는 하늘에 계신 외할머니가 낳았고,

나는 다른 엄마가 낳았어

 

지난 번 종단 연구때에도 하경이가 조사원에게 비슷한 말을 했다.

자신을 낳은 부모가 있고,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부모가 있다는 것을

5살 된 하경이가 알고 있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미래는 하나님 만이 아시기에 하경이가 더 자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단지, 하경이는 잘 자랄 것이라는 정도만 예상할 뿐 더 이상 뭘 바라겠나...

 

오랜 만에 이 글을 하경이를 입양한 한국사회봉사에도 올릴 생각이다.

김춘희부장님이 하경이 소식을 들으면 좋아하실 것 같아서^^

 

하경이가 요 몇일 열 감기로 고생 많이 했지만 금은 궁더쿵 어린이집에 갔습니다.

 

혹여 열이 다시 많이 오르면 연락달라고 했는데 아직 연락은 없네요^^

하경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궁더쿵 어린이집에서 지난 8월 인천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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