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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가는 길

 

엄마에게 가는 길 - 일곱 살에 나를 버린 엄마의 땅, 스물일곱에 다시 품에 안다
엄마에게 가는 길 - 일곱 살에 나를 버린 엄마의 땅, 스물일곱에 다시 품에 안다
아샤 미로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9

 

 

엄마에게 가는 길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아샤 미로가 쓰고 손미나가 옮긴 글을 출판했다.


엄마에게 가는 길은 2003년 출판된 <갠지스의 딸>과 2004년 출판된 <달의 두 가지 얼굴>을 합본해서 1부와 2부로 묶었다.


1부 갠지스의 딸은 인도에서 스페인으로 입양된 아샤가 인도를 찾아간 이야기를 적는다. 7살에 입양된 아샤가 자라서 청년이 된 후 자신이 태어난 땅을 찾아간 이야기를 적었다. 중간 중간 들어간 아샤를 입양한 엄마의 일기를 읽다보면 아샤를 입양할 당시의 스페인 상황과 입양을 준비하는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다.


2부 달의 두 가지 얼굴은 처음 책을 내고 다큐를 찍기 위해 다시 인도로 향한 아샤가 처음 인도를 방문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들과 다른 내용과의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을 적었다. 자신에게는 언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샤가 언니 아샤를 만나면서 다른 가족들도 만난다. 우샤라는 이름을 가졌던 아샤는 입양이 되면서 언니의 이름인 아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아샤의 아버지 라두가 행운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샤라는 이름을 입양 보내는 딸에게 붙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샤는 만약 자신이 입양되지 않았다면 언니와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동전의 양면처럼 달의 두 얼굴을 보게 된다.


엄마에게 가는 길은 자기 존재를 알아가는 한 입양인의 과정을 적고 있다. 자신이 자란 문화(스페인)과 너무나 다른 자신이 태어난 땅(인도)의 삶을 돌아보며 아샤는 또 다른 아샤를 통해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 억지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인도인으로서의 삶을 고집하지도 그렇다고 스페인에서 자랐기 때문에 인도인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인도나 스페인 모두에게 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계속 비가 내렸다. 우리는 뭄바이에 진입하고 있었고 거리 풍경은 어느새 내게 익숙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창 밖을 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내가 인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동시에 스페인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설명하기 무척 힘든 그런 느낌이었다.


나처럼 입양이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땅을 다시 찾아가 혈육을 만나게 된 사람, 그래서 아주 가까이에서 자신의 과거뿐 아니라 입양이 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살았을지를 직접 목격한 사람, 그래서 양부모님 밑에서 자란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는지, 얼마나 그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운지, 나에게 두 번째 삶을 준 나라와 문화에 얼마나 감사하는지 직접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특별한 기분이었다.(306-307.)

 

 


책을 읽으며 하경이가 자라면 아샤처럼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하경이는 자신을 낳아 준 친생부모를 만날 수 있을까? 하경이에게 주려고 아내도 일기를 쓰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조금 뜸하지만 하경이가 자라서 볼 수 있게 하겠다고 입양 초기에는 열심히 적었다. 그래서 더더욱 갠지스의 딸 속에 들어있는 입양일기를 보면서 조셉 미로와 엘렉타 베가의 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국외입양은 차선책이다. 국내입양이 최선책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국외입양이 입양을 보내지 않는 것보다 낫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10장 6절의 입양에 "입양은 차선적 보살핌으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국내(대한민국) 일부에서는 국외 입양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는 입양 자체에 대한 저항감을 들어내기도 한다. 입양을 아동 매매 정도로 인식을 하거나 부모와 자식을 생 이별 시키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대한민국)에서는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지킨다. 입양의 날이 다가오면 해외로 입양되었던 입양인들 중 일부와 그들을 지지하는 단체에서 입양의 날을 없애야 한다고 시위를 하며 아이는 낳은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알리곤 한다.


나는 한 사람의 입양 부모로서 아이는 낳은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아이를 위해 입양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국내 입양이 되지 않는다면 해외 입양을 해서라도 아이에게 부모가 생기는 것이 좋다고 믿는다. 이 책 엄마에게 가는 길의 1부에 등장하는 엘렉타 베가의 일기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엘렉타 베가의 마음이 국경을 떠나 세대를 떠나 바로 나와 같은 입양 부모들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1974년 10월 21일 월요일


이제 막 나와 함께 인생을 시작하려는 사랑하는 내 딸 아샤, 너와 함께할 소중한 순간들과 이야기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기 위해, 이 작은 붉은색 커버의 노트를 한 권 사 왔다. 또 이미 넉 달 전부터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그리고 우리의 인생을 가득 채워주고 있는 작은 딸, 파티마를 위한 노트도 한 권.  그래야 언젠가 너희가 자라고 엄마의 기억이 흐려지게 될 때, 너희가 우리 삶에 들어오게 된 순간을 엄마 아빠가 어떻게 맞이했는지 잘 알 수 있을 테니까.


소중한 아샤, 우리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업을 만큼 너를 사랑한단다. 네가 다음 일요일, 그러니까 1974년 10월 27일 아침 11시에 도착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지난 몇 달 동안 수많은 서류를 작성하고, 복잡한 과정과 절차를 밟으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 일기에 적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자면 너무나 긴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아빠와 나는 너희의 입양에 관련한 서류들을 빠짐없이 다 모아두었단다. 사실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을 수도 없이마주해야 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났고 이미 그것이 오래전의 일인 듯 느껴지는구나. 최근 몇 달 동안 우리는 도대체 왜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너희를 찾아야 했는지 우리의 운명에 관해 끝없이 반문해보았다. 하지만 결국 인생에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는 생각에 미소를 칫곤 했지.


우리 모두는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강한 확신을 느끼고 서로 마음이 통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엄마는 더욱 확실히 알 것 같다. 각각 완전히 다른 곳에서 태어난 우리 네 사람의 영혼은 분명 어떤 운명의 힘에 의해 한곳에 모이게 되었고 영원히 하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 곧 우리의 삶에 합류가하게 될 너에게 아마도 이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들려줘야 할 것 같구나. 엄마 아빠는 자연이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은 소중한 생명을 정말 간절히 원했고, 또 너희는 서로 다른 과거의 이야기로 인해 빼앗긴 엄마 아빠를 애타게 찾고 있던 거라고. 이제 이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너흐의, 그리고 엄마 아빠의 완전히 새로운 인생의 역사가 시작되는 거란다.(32-33.)

 

 


아내의 일기를 뒤적일 수 없어 하경이를 입양하기 전 블러그에 적었던 내 글의 일부를 적어본다.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2006년 4월 13일


월요일에 이양섭 전도사님과 학교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눴단다. 네가 이 글을 읽을 때 쯤이면 목사님이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겠지만 아직은 전도사님이라고 부를께 전도사님은 입양기관에서 토요일에 가정 방문이 있다고 하시더구나 빠르면 4월 말 쯤 언니가 올 것 같단다. 그 소리를 들으니 하경이 너도 5월이나 6월에는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가 몸이 좋지 않아 조금 걱정을 되지만 서류상 큰 문제가 없으면 하경이도 그때 쯤이면 엄마 아빠 품에서 생활을 시작하겠지(석구 삼촌이 너 언제 오냐고 지난 금요일에 물어보더라)


그런데 막상 하경이 네가 입양될 시기가 가까워오니 엄마와 아빠는 마음이 분주하단다. 우리 가정 형편이 아직까지는 그렇게 넉넉하지 않거든, 거기다 교회와 도서관 일이 많고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하는 일들이 많아서 네가 오면 하던 일들을 지금처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던 일들을 잘 정리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어린이도서관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문을 여는데 아빠가 월요일하고 화요일에는 도서관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너를 도서관에 데리고 갈 수도 없고 해서 요즘 엄마가 걱정을 하고 있단다. 너무 어린 하경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 있는다는 것이 좋지 않기 때문에 화요일에는 도서관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이란다.


아직까지는 자원봉사하는 선생님들이 많지가 않아서 엄마가 도서관을 지키고 있어야 하거든 그런데 너무 어린 네가 도서관에 있으면 엄마는 엄마대로 힘들고 너는 너 대로 힘들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그렇단다. 아직까지는 도서관에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지만 하경이 너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니 도서관이나 네게 어려움이 없도록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구나


그나 저나 아빠가 널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구나...
아빠가 하경이 네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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