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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

요즘 하경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푹 빠졌다. 매일 저녁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자고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이어 꼭꼭 숨어라가 뒤를 따른다. 저녁에 뛰어 다니면 안된다고 회피하면 이불을 깔아 놓고 하자고 한다.


집에서도 놀이터에서도 부천남부수자원 생태공원에서도 모든 놀이의 끝은 반드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꼭 꼭 숨어라로 마친다. 지쳐서 힘들어하는 아비는 생각도 안한다. 하경이가 조금 컸다고 놀이를 하다가 규칙을 이야기하면 하경이가 조금은 양보를 하지만 아직도 놀이 규칙은 하경이 마음이다.


잠이 들기 전 하경이와 늘 거래를 해야 한다. 잠을 자지 않으려는 아이를 재우려니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어릴 적부터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준 때문인지 피곤해서 잠자고 싶을 때 책을 읽어달라고 하니 가끔은 짜증이 난다. 피곤해 쓰러진 나 대신 아내가 읽어주던지, 쓰러저 자는 아내 대신 내가 읽어주던지 하경이는 누가 읽어주던 책을 읽어야 잔다. 때때로 그런 하경이가 두렵다.


책 5권 아니 3권 하경이와 주거니 받거니 하다 대부분 3권으로 낙찰된다. 요즘 하경이가 읽어달라고 들고 오는 책 중 늘 여우 누이가 들어있다. 어제도 고척도서관에서 빌린 3권의 책들을 모두 읽고 마지막으로 여우 누이를 읽어달라고 해서 결국 4권을 읽어줬다. 언젠가는 집에 있는 여러 종류의 여우 누이만 찾아서 읽어준 적도 있다.


하경이 엄마는 최근에 산어린이학교에 수습교사가 되었고, 하경이는 그런 엄마가 자랑인지 불만인지 꼭 한마디 한다. 엄마 왜 신학교 언니 오빠들은 엄마보고 선생님이라고 해? 그럼 뭐라고 해야 하는데? 하경이 엄마


하경이는 자신의 엄마가 다른 무엇으로 불리는 것이 싫은 건지 자신의 엄마라는 것을 늘 강조한다. 물론 아빠인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풍선이 써준 날적이를 보면 아내가 산어린이학교 선생님이 된 것을 하경이가 무척 자랑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정작 집에서는 선생님이라는 단어보다 엄마와 아빠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하경이는 강철 체력이다. 지쳐 쓰러져 자는 건 늘 엄마 아빠다. 잠을 자지 않으려는 아이와 잠을 재우려는 부모의 싸움은 때때로 큰 소리로 끝이 날 때도 많다. 그때 하경이가 마지막 한 마디 한다. 책 읽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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