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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중학교(2010년 11월 22일)

11월 22일 월요일 과천중학교로 ‘반편견입양교육’을 갔다.


강의 요청을 받은 것은 꽤나 오래 전이건만 뭐가 그리도 귀찮은지 내둥 뒹굴뒹굴하다가 주일 예배를 마친 후 자료들을 정리하고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동영상을 하나 만들고 싶어 사진들을 찾아보고 가끔 인터넷도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새벽에 잠을 깨고 나서 자료들을 마무리했다. PPT 자료들을 다시 정리하고, 동영상 만들 사진들을 고르다 보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7시 쯤 출발할 예정으로 자료들을 만들고 있었는데 동영상에 들어갈 사진들이 많아서 그런지 1시간이 넘게 걸린다. 결국 7시가 거의 다 돼서야 3분 11초짜리 동영상이 만들어졌다.


아내가 일어나 그냥 가지 말라며 내어 준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출발하려니 핸드폰이 죽었다. 저녁에 충전을 하지 않은 탓이다. 하는 수 없이 10분 정도 간단하게 충전을 하고 온수역으로 내 달렸다.


온수역(7호선)과 금정역(1호선)을 거쳐서 과천역(4호선)에서 내렸다. 교복 입은 학생들을 따라가니 과천중학교가 나온다. 교무실에 들어가면서 시계를 보니 8시 30분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나는 교무실 한 쪽 구석에 앉아 핸드폰 충전기를 전원에 연결했다. 인문사회부장 지영희선생님이 타 주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하이타니 겐지로의 ‘내가 만난 아이들’을 읽자니 수업시간이 다가온다.


첫 수업을 하는 1학년 4반에 들어가니 학생들은 무슨 수업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입양에 대한 강의를 하러 왔다고 말하자 무슨 소린가 궁금했는지 다들 조용히 날 쳐다본다.


학교에서 준비한 노트북을 가지고 강의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강의를 잘 들어줬다. 특히 맨 마지막에 보여 준 하경이 동영상에 관심을 보였다.


강의 중 하경이 동영상을 보여주려다 실수로 동영상 폴더를 다른 폴더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내가 동영상 폴더가 보이지 않아 당황하자 학생들은 동영상 폴더를 다른 폴더로 옮겼다고 말을 해준다. 동영상 폴더를 찾느라 폴더 하나하나 열다 유치원 강의 폴더에서 찾았다.


46명의 남녀 학생들 앞에서 짧게만 느껴지는 45분의 시간이 흘렀다.


2교시 수업은 1학년 7반.


강의를 하는 중간에 내가 입양 부모라는 말에 관심을 가진다. 한 차례 강의를 한 이후라 그런지 전 시간에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을 수정하며 강의를 했다.


차인표라는 분도 입양을 했다고 말 하자 차인표가 누냐구 묻는 아이들이 있다. “대물에서 과격한 성격으로 나오는 연기자”라는 말에 “무서운 아저씨”라는 말이 어디선가 들린다.


수업을 모두 마친 후 질문을 해보라니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는다. 내 강의가 형편 없었나?


수업을 마무리 하면서 하경이 동영상을 보자니 끝나는 종이 친다. 내가 물었다. 어떻게 할까? 그만 둘까? 아니면 1분 정도 남았는데 모두 볼까? 다들 끝까지 보자고 한다.


3교시 수업은 1학년 9반.


전 시간이 체육 시간이라며 담임선생님이 걱정하신다. 다른 반과는 달리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오셨다. 예쁜 그림이 깔려있는 선생님 노트북에 USB 메모리를 들이 밀었는데 인식을 하지 못한다. 무선 마우스는 인식을 하는데 뭐가 문제지?


당황한 선생님께서 노트북을 정신을 차리게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물었다. 입양에 대해 들어봤어요? 4반, 7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TV 드라마에서 봤단다. 드라마 작가들이 입양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학생들은 입양에 대해 다양한 말을 했고, 그 와중에 선생님의 노트북은 정신을 차렸다.


강의를 시작하며 강사소개를 했다.


“입양홍보회라는 말이 무슨 말일까?” “입양’은 뭐고 ‘홍보’는 무슨 말일까?” 학생들에게 묻고 학생들의 답변을 들었다.


나는 입양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국입양홍보회에서 나온 이광흠 별명은 깡통이다. 강의 중 깡통이라는 말이 나오면 날 지칭하는 말이다. 다들 깡통의 깡통 됨을 궁금해 한다.


수정 2일 째 되는 사진을 보고 물었다. 사람일까? 앞에서 거쳐 온 반 아이들처럼 사람이 아니라는 말들을 한다.


남자가 여자와 만나 육체적 사랑을 하면 아이가 여자 몸속에서 자라게 된다. 한 달에 한 번 마술에 걸리는 사람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말에 아이들이 웃는다. 물론 남성도 마찬가지라는 말을 했다.


깡통은 이런 과정을 거쳐 이곳에 왔고 이 자리에 있는 너희들도 모두 같은 과정을 거쳐 왔다고 말을 했다. 깡통은 수정 2일째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했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자기 닮은 아이 얼굴을 찾아보라니 웃는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부모를 만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라는 말을 했다.


“모든 아이는 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는 ‘해리 홀트’의 말을 읽고 물었다.


“가정의 형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이들은 핵가족에 대해 말을 한다. 그래서 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가족의 형태는 엄마와 아빠가 있어야 가족일까?”


나는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는 말을 하면서 해리포터는 위탁가정에서 생활을 했고, 빨간 머리 앤은 입양가정이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국제결혼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을 한다. 어디선가 필리핀이라는 단어가 들린다.


나는 사랑에는 국경이 없으며, 한국 사람이 일본 사람을, 일본 사람이 중국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같이 결혼할 수 있다. 그건 이상한 것이 아니다. 꼭 필리핀 만 아니고 국적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국적을 가진 사람과 사랑할 수 있고 같이 살 수 있다는 말을 했다.


하경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아빠는 쿠바, 엄마는 한국 출신인 아이가 있다. 내년 그러니까 2011년 ‘쿠바의 연인’ 이라는 영화가 나오는데 그 주인공이다 는 말을 했다.


여러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지만 오늘 깡통은 입양가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왔는데 왜냐하면 깡통이 입양 아빠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자 다들 관심 집중이다.


다른 반과 달리 담임선생님이 같이 계셔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입양 교육을 아이들만 듣는 것 보다 선생님들이 같이 들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도 성인이 되기까지 입양에 대한 나름의 편견을 가지고 있을 테니 학생들과 함께 듣고, 때때로 궁금한 것이 생기면 강사에게 물어보면 얼마나 좋을까?


주어진 45분은 너무 짧았다. 질문이 없을 것 같아, 처음 하경이를 만나던 날 사진기로 찍었던 동영상을 보여주고, 아래 첨부된 동영상을 보여줬다. 수업이 끝난 후 나가려니 내 예상과는 달리 두 아이가 질문을 한다.


“입양을 신청하면 많이 기다려야 해요”
입양기관에 입양을 신청할 때 이런 조건의 아이가 좋겠다고 말하면 그 조건에 맞는 아이가 없으면 기다려야 한다.


“입양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도 할 수 있나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서 입양한 분이 있다.


수업이 모두 끝난 후 교무실에 들려 강의 확인서에 싸인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한국입양홍보회에 들려 반편견입양교육 담당자인 손민아 간사를 만났다.


손민아 간사가 묻는다.


“어떠셨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강의도 잘 듣고”
“1학년이라 그런가?”


‘반편견입양교육’은 2003년 과천시에서 시작했고, 2010년 현재 보건복지부 지원 교부금으로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습니다. 혹여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반편견입양교육’에 관심이 있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사) 한국입양홍보회로 문의를 하면 됩니다. 연락처는 02-503-8301~2, 홈페이지는 http://www.mpak.co.kr 입니다.


참, 다른 이야기지만 ‘쿠바의 연인’이라는 영화가 상영되면 꼭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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