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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아침에...

 

요즘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신기하다... 내가 매일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다니... 허... 허... 허...


오늘은 모세기관지염으로 입원한 하경이 때문에 생일을 병원에서 보냈다. 새벽에야 잠이 든 탓인지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전화기 너머로 아내는 언제 병원에 올꺼냐고 타박이다.


부랴부랴 머리감고 수염도 깍고... 어제 도착한 생활 한복을 입고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아내는 왜 이 옷을 입고 왔느냐고 한소리 한다. 나보고 어쩌라고... 어제는 얼어죽을 까봐 이것 저것 잔뜩 껴입고 갔더니 촌스럽다 어쩐다 하더니만... 집으로 돌아올 때 하경이가 얼굴 부비면서 옷에 하경이 코가 뭍었으니 다른 옷을 입고 오라기에 마침 도착한 옷이 있어 맞나 확인도 할 겸 입고 갔는데... 하경이가 얼굴 비비면 어쩌냐고... 옷은 한번 빨고 입어야 한다고 야단이다... 우씨...


병원에 도착해서 하경이 지킴이 노릇을 하자니 한 아이, 한 아이 아이들이 들어온다. 아픈 것은 연말도 없는가보다. 하경이를 포함 5명의 아이들이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이 글을 쓴다.


아내는 괜히 이 사람 저 사람 병원에 찾아오면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에 가까운 사람에게 하경이 이야기를 하다가도 병원 이름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제 처음으로 아버지가 다녀가셨고 오늘 장모님이 오셨다. 오늘 오후에 아내는 장모님에게 전화를 하고서 떡볶기를 사가지고 오라고 전화를 했다. 4시가 넘어 장모님이 딸 생각에 떡과 떡볶기를 들고서 오셨다.


하경이가 외할머니를 보자 좋아한다. 하경이는 할머니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무서워한다. 자기가 할아버지 얼굴을 바라보고는 운다. 몸을 돌려 놓아도 얼굴을 돌려 할아버지를 보고는 또 운다. 어제도 할아버지를 보고 자꾸 울더니 해어질 때 쯤 방긋 거린다. 하경이는 내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많이 좋아졌단다. 그런데 조금 염려스러운 것은 약이 어제보다 늘었다. 내심 내일 집으로 못 오면 어쩌나 걱정은 된다.


아침에 병원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곽명환집사님에게 문자가 왔다. 생일 축하한다고... 곽명환집사님은 뇌병변 장애를 지닌 분이다. 중증인데 곽명환집사님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큰 사고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깨닫곤 한다.


지금 곽명환집사님은 정신지체로 되어 있다. 곽명환집사님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의사 표현은 발가락으로 노트북을 통해 대화를 한다. 그렇지만 정신지체는 아니다. 얼마전 곽명환집사님이 복지관에 이야기를 해서 병원에서 정신지체에 대해 다시 진단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진단비가 40여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리고 진단을 받는다고 정신지체라는 단어를 떼어낼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고 한다. 본인은 정신지체라는 단어를 떼어내고 싶어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사람들이 자기들 맘대로 정신지체라고 하고서는 그 스스로 정신지체에서 벗어나려하니 넘어야 할 산이 높다.


내가 곽명환집사님을 처음 만난 것이 지난 1999년부터 만났으니 만 7년 이상을 만났고 우리 교회에서 집사로 내가 임명장을 줬기 때문에 좀 아는데 정신지체는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 성도님들과 상의를 해서 성탄헌금과 1월에 걷는 저금통을 곽명환집사님 진단비로 사용하려고 한다. 워낙 교회가 작아 40여만원이 모아질지는 모르지만 조금의 도움을 줄 형편은 될 것 같다.


곽명환집사님은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지만 그 스스로 컴퓨터를 배웠고 그 스스로 장애인들 모임에 참석도 하고 간혹 철자가 틀리기도 하지만 채팅도 잘한다. 때때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로도 한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나보다 컴퓨터를 더 잘 아다. 그런데 그가 정신지체라는 단어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난 곽명환집사님이 정신지체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단단한 편견의 벽들 중 하나를 허무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 예본교회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려한다. 비록 교회 재정이 좋지 않지만 그 스스로가 정신지체라는 단어를 떼어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를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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