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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중학교(2011년 4월 11일)

아침에 하경이를 이불에 싸안고 차에 올랐다. 아내를 산어린학교에 내려주고 궁더쿵에 도착하니 산적이 아들을 달래고 있다. 산적 옆에서 하경이를 떼 노려니 하경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들국화 선생님께 떠넘기고 궁더쿵을 나왔다.


버스를 올라 신도림중학교로 향했다. 오류역까지 길이 많이 밀린다. 지나다보니 남부순환도로로 나가는 차들 때문에 밀린다. 버스가 전용차로를 달리니 생각보다 빠르다. 버스를 타기를 잘했다.


교무실로 들어서니 김성원선생님이 반긴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까 생각을 하며 기다렸다.


3 학년 8반에 들어가 강의를 시작했다. 34명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짧다. 45분 수업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짧다. 초등학교는 40분 수업인데 걱정이다. 내가 말이 많나?


스티브 모리슨 동영상을 모두 보여 줄 수 없어 간단하게 보여주고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서 이야기한 것을 잠시 보여줬다. 시간을 보니 하경이 동영상을 보여주면 끝날 시간이다.


끝나기 2분을 남기고 아이들에게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수업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에게 3분 정도 더 이야기를 하고 끝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아이들과의 소통도 중요한데 45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제2교무실에 와서 다음 수업시간까지 학교 노트북으로 수업한 것을 정리했다.


3 교시는 3학년 5반이다. 수업이 시작되고 문제가 생겼다. ppt를 사용하려니 usb를 인식하지 못한다. 컴퓨터 담당 여학생이 이것저것 만지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usb를 인식하니 이제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당황한 여학생이 다른 남학생을 부르고 둘이서 이것저것 만지는 동안 시간은 흘러간다.


수업을 시작할 때 시선을 확 끌어 당겨야 하는데 시선을 끄는 건 실패다. 아이들이 웅성거리는 분위기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강의 중 두 학생의 노력으로 소리가 나온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반응은 시큰둥.


아이들은 강의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 내가 그동안 너무 오만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나 좀 봐주세요. 조용히 좀 해주세요. 수업과 관계없는 이야기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강의는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며 계속 진행.


가장 저항이 심했던 아이도 영상을 볼 때는 가끔 고개를 돌려 영상을 보곤 한다. 아이들은 떠들면서도 들은 건 다 듣는다. 그래 아까운 시간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나 하고 나가자!


수업이 끝났다. 교실을 나서기 전 34명의 아이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시큰둥했던 아이에게 내가 자꾸 귀찮게 해서 미안했다는 말로 공개 사과를 했다.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에게 입양교육 가이드북을 5권을 줬다. 아이들은 왜 5권만 주느냐고 묻는다. 필요한 사람만 보고, 더 필요하면 선생님께서 한국입양홍보회로 연락하면 더 보내 줄 것이고 답했다. 아이들은 만화라고 좋아한다. 가이드북이 모두 만화로 된 것은 아니지만 앞부분에 만화가 들어있다.


집으로 가기 위해 걸어가는데 길 건너편 운동장에서 내가 조금 전 괴롭혔던 아이가 친구와 앉아있다. 손을 흔들고 아까는 미안했다고 하자 손을 흔들며 웃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 머리가 복잡해진다. 처음 아이들이 어수선한 분위기는 어떻게 할까? 여러 생각을 하다가 교실에 수업 시작 전에 먼저 들어가 영상을 검토하고,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잔잔한 피아노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하경이 영상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와 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음 수업을 위해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학에서 했던 이야기를 번역한 민들레 72호 글을 프린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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