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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어린이학교(2011년 5월 19일)

이달의 나눔인 상을 받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가느라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아내는 아침 일찍 학교로 출근하고 어머니가 오셨다. 시상식이 끝나고 행사장에서 나오면 산어린이학교 수업에 늦을 것 같아 차를 가지고 길을 나섰다. 주차를 하는 동안 전화가 온다. 어디쯤 오셨어요? 지금 주차를 하고 있습니다. 부랴부랴 행사장으로 달려가니 저쪽 건너편에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행사가 끝나고 한국사회봉사회 김춘희부장님께 인사드린 후 차를 몰았다. 13시 30분에 수업 시작이다. 학교 근처 마트에서 빵과 두유를 사서 점심을 먹고, 학교에 도착을 하니 작은나무가 수업 준비를 다 해놓고 기다린다.


아이들은 날 보더니 아니 웬 양복? 평소와는 다른 내 행색에 다들 갸우뚱. 처음 반편견입양교육을 계획하면서 작은나무가 걱정을 했다. 점심시간이 끝난 뒤라 아이들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오늘 나는 점심시간이 끝난 후 90분을 아이들과 보낸다. 4학년 9명의 아이들은 깡통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 했다. 아이들은 우리가 첫째 하경이를 그리고 최근에 둘째 하람이를 입양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공교육 현장에 있는 아이들과 대안교육 현장의 아이들은 차이가 없다. 단지 적은 인원과 평소 나를 자주 접하는 아이들이라는 점이 수업의 질을 높였다.


수업은 다양성에 대한 인정으로 접근했다. 누구는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는 무엇을 싫어한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른 것은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다.


수업 중 빨간머리 앤을 보던 아이가 묻는다. 왜 아저씨라고 불러요? 평소 사용하지 않는 존칭이다. 글쎄 앤을 남매가 입양을 했는데 누구에겐 아빠, 누구에겐 엄마라고 부르면 두 사람의 관계가 이상하지 않을까? 성의 없는 내 말에 아이들은 아~ 하더니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자신과 생각이나 습관이 다르면 이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나와 다르다고 상대방이 틀리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은 맞추면 되고 맞추지 못하면 인정하면 된다. 그것을 그대로 둔다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아니다.


입양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가족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족을 만나는 것이다. 아이들은 90분 동안 잘 듣고 묻는다. 처음 걱정했던 점심시간 이 후 90분은 그렇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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