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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문원중학교(2011년 5월 30일)

비가 내린다. 그나저나 9시에 첫 교시 수업이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지나가는 분에게 문원중학교를 물으니 버스를 타고 가란다. 버스? 걸어서는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으니 꽤나 된다고 한다. 이상하다. 내가 찾아본 거리는 10분 내외였는데? 친절하게 어디서 버스를 타라고 알려주시는 분의 말을 무시하고 내가 아는(?) 길로 걸었다.


다행이다. 학교가 보인다. 과천문원중학교에 도착하니 수업하려면 10분 정도 남았다. 교실 밖에 서 있었더니 3학년 12반 선생님이 나오셔서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다. 반편견입양교육을 하려고 온 강사라는 소개와 수업 시간에 컴퓨터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뭐가 문제인지 컴퓨터가 연결이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이 도서관을 알아보신다며 급하게 가셨다. 멀티미디어실에서 수업을 할 수 있다고 하셔서 수업 장소를 변경했다. 수업 중 컴퓨터로 동영상을 보다가 컴퓨터가 멈췄다. 알아보니 도서관 컴퓨터를 정검하려고 신청 중이란다. 난 컴퓨터를 포기했다.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못하고 말로만 강의를 했다.


내가 우왕좌왕하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40명(?)의 학생들은 내 이야기를 잘 듣는다. 수업이 끝났다. 내게 들어온 강의 요청서에 아이들이 40명으로 되어 있어서 40명으로 적었지만 인원이 40명에서 조금 부족한 것 같다.


2교시 수업을 하기 위해 3학년 9반으로 갔다. 교실에 컴퓨터가 없기 때문에 노트북을 연결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헉.... 노트북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사전에 듣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내가 노트북이 없다는 사실에 놀란 선생님이 부랴부랴 노트북을 섭외하는 동안 수업 종은 울린다. 학생들은 떠들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조금씩 사라진다.


드디어 노트북을 연결했다. 화면과 함께 나오는 소리가 너무 작다. 컴퓨터에서 나오는 소리는 작고 아이들은 들떠있다. 시작할 때 수업 분위기를 끌어내지 못해서 수업 시간 내내 힘들다. 내가 그동안 너무 자만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내 자신에게 묻는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과 싸울 수 없는 노릇이고 그저 최선을 다해 이야기하는 것 밖에 없다. 얘들아 입양은 말이다!


수업이 끝났다. 거의 초죽음이 된 내 자신을 본다. 준비되지 못한 자신을 본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갈 수 있을까? 40명(?)의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할 때도 있었지만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뭔가 대안이 필요하다. 교실 밖으로 나서는 날 향해 학생들은 수업을 잘 들었다며 인사를 한다.


다음 날 수업을 머리에 그리며 교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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