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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릿길 걷는 인권재단 박래군에게 묻는다.

10월 26일 서울시장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원수 후보가 등장하자 한나라당에서는 불임정당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 후 박원순 후보를 검증한다는 이유로 입양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민법을 통한 입양과 특례법을 통한 입양이 다른 것 같지만 입양이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의 박원순 후보에 대한 입양과 관련한 검증태도가 혐오스럽다.


지금 나는 잠을 자다가 곁에 없는 아빠를 찾아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감기 기운이 있는 첫째 딸아이를 다시 재우고 돌아와 글을 쓴다. 아내는 1박 2일 대안학교 교사한마당에 갔다. 덕분에 둘째를 보러 오신 어머니가 한쪽 방에서 잠을 주무시고 두 아이는 아빠 곁에서 잠이 들었다. 아빠는 아이들이 잠든 방을 나와 이렇게 글을 쓴다.


나는 첫째와 둘째를 입양한 입양 아빠다. 그래서 종종 인터넷에서 입양과 관련한 기사들을 찾아 읽는다. 오늘도 아니 어제 그러니까 2011년 10월 14일 입양과 관련한 기사들을 찾아 읽다가 열 받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미디어오늘’의 10월 13일 기사를 봤다. 인권센터 후원의 일환으로 연재하는 박래군의 천릿길 시리즈다. 개인적으로 박래군의 천릿길의 끝에 10억 모금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말을 먼저 하겠다.


제목이 “아이들 해외에 내다파는 장애인 학교도 있다”라는 글이다. 박래군은 인권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화가 난다.


박래군이 광주의 인화학교의 해법을 에바다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의도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래 글은 박래군이 함께 있었던 자리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글이다.


“일부 시설서 학생들을 캐나다나 미국에 팔아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게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다.”
김용환 : “원장이 아이들 팔아먹는다. 캐나다나 미국에서 장애인 아이 한 명이면 4인 가족이 먹고 살만큼 지원이 나오니까. 그래서 입양하는 거다.”


김용환의 말이 이번 박래군의 천릿길 시리즈의 제목이다. 그렇다면 캐나다나 미국에서 장애인을 입양한 사람들은 모두 장애아동을 사간 사람들인가? 그 자리에서 많은 말들이 오고 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강성모가 나름 정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이렇게 나와 버렸다.


박래군의 생각인지, 김용환의 생각인지, 강성모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미디어오늘’의 기사는 내게 캐나다나 미국에서 장애아동을 입양한 가정은 장애아동을 사간 것으로 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나만 그렇게 읽는 것일까?


입양되는 아동들은 매매가 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자신을 낳은 부모와 같이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시설에서의 생활하는 것 보다 입양이 좋다. 국내 입양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해외 입양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대안 없이 해외 입양을 금지하는 것에 반대한다.


국내에서도 장애아동을 입양한 가정들이 있다. 나는 그들처럼 장애를 지닌 아동을 입양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묻는다. 국내 장애아동의 입양 수보다 해외 입양 아동의 수가 왜 더 많은지, 국내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왜 장애아동의 입양을 망설이는지 박래군이나 김용환은 생각해봤는가?


장애아동의 입양은 쉽지 않는 결정이다. 장애아동을 입양한 국내 입양 가정이나 해외 입양 가정 모두가 힘든 결정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칭찬 받아야 하고, 격려 받아야 한다. 그들은 일정 생활비를 지원 받기 때문에 장애아동을 사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이라면 그저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박래군의 천릿길이라면 김용환이 어떤 의도로 말을 했는지 좀 더 정확하게 적었어야 했다. 지금의 내용은 장애아동을 입양 보내는 사람이나 입양한 사람 모두가 돈을 목적으로 장애인을 거래하고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래서 김용환에게 묻는다.


“캐나다나 미국에서 장애인 아이 한 명이면 4인 가족이 먹고 살만큼 지원이 나오니까. 그래서 입양하는 거다.”


이 말은 무슨 뜻으로 한 것인가?


불임정당이라고 조롱하는 한나라당이나, 후보를 내지 못한 정당이라는 말에 발끈하지만 정작 불임이라는 단어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민주당이나 내게는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인권을 이야기하는 천릿길의 박래군이나 김용환은 내게 입양되는 아동은 매매되는 것이라 보는 사람들과 같는 모습으로 보인다. 박래군이나 김용환도 입양을 아동 매매로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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