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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나무야 추위에 어떻게 지내니?


며칠 전 하경이가 혼자서 궁더쿵에 간다고 집을 나가더니 날은 춥고, 따라올 줄 알았던 아빠는 보이지 않으니까 얼마 못 가서 되돌아오더라. 처음부터 하경이와 함께 가려던 깡통과 달리 하경이는 처음부터 혼자서 간다고 했거든. 되돌아오다 깡통을 보더니 다시 혼자서 간다고 큰소리네. 하경이가 말로는 혼자서 갈 테니 따라오지 말라고 했지만 속내는 자기를 따라가는 아빠가 좋았나 보더라. 깡통의 착각인가? 참, 궁더쿵은 하경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이름이야.


딸 자랑하면 바보라는데 깡통은 어쩔 수 없이 딸 바본가 보다. 깡통에게는 두 명의 어여쁜 딸이 있단다. 그런데 깡통의 딸들에게는 이른 바 출생의 비밀이 있어. 출생의 비밀? 깡통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가 아니지만 TV 드라마나 언론에서 이런 단어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한 번 적어 봤다.


사실 출생의 비밀은 아니고 가족의 비밀이다. 깡통 이광흠은 징검다리 이진희, 하경, 하람과 살고 있어. 그런데 그 네 사람은 다 다른 배에서 태어났단다. 문제는 서로 다른 배에서 태어난 네 사람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거야. 어때 대단한 가족의 비밀이지? 너무 덜 비밀스러운가?


지난 1월 14일 깡통은 하경이와 함께 이스라엘 모파극단의 ‘새 친구가 이사 왔어요’를 봤어. 쥐, 암탉, 다람쥐, 고양이, 뻐꾸기 이렇게 다섯 친구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쥐가 동생에게서 형과 같이 살고 싶다는 편지를 받았기 때문에 동생과 함께 살기 위해 친구들과 이별을 하게 되지. 하지만 쥐는 자기가 떠난 빈자리를 다른 누군가 채워 주기를 원했어. 그래서 방을 내놨단다. 방을 보러 다양한 동물들이 왔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이사하지 않았어. 그 중 가장 많이 생각나는 장면은 돼지가 자신은 하얀 피부를 가졌기 때문에 피부색이 검은 고양이와 함께 어울릴 수 없다며 이사를 하지 않던 장면과 다른 여러 동물들이 다양한 이유로 이사할 것을 거부하지만 맨 마지막에 방을 보러온 비둘기는 사는 집도 환경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좋은 친구들이 있어 이사를 하겠다고 결정하는 장면이란다.


나무야. 깡통이 요즘 페이스북을 하다가 재미있는 글을 봤어. 한 여성이 비행기에 올라 자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자기 옆 자리에 흑인이 앉아 있더라는 거야. 그래서 이 여성이 승무원에게 자기는 흑인의 옆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화를 내면서 자신의 자리를 바꿔 달라고 했다네. 항의를 받은 승무원은 기장과 이야기를 하고 돌아와 이렇게 말을 했다는 거야. 지금 자리가 일등석 밖에는 없습니다. 우리 항공사는 보통 같으면 이코노미 석에서 일등석으로 옮기는 일은 없지만 저희 항공사는 고객이 어떤 불쾌한 사람 옆에 앉도록 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흑인을 일등석으로 옮겼다는 내용이었어.


처음 그 글을 읽고 생각을 해 봤어. 만약 내가 승무원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만약 누군가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사람 옆자리에 앉을 수 없는 이유로 항의를 한다면 깡통은 그저 자리가 없다는 정도 밖에 대응할 수 없었을 거야. 아니면 화를 버럭냈겠지. 하지만 그 승무원과 기장은 달랐어. 그래서 세상을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던 여성에게는 부끄러움을, 편안히 의자에 앉아있다 잠시 날벼락을 맞았던 흑인은 몰지각한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는 사람들을 보게 했단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비행기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보여줬지.


나무야. 변할 것 같지 않은 상황이 널 짜증나게 만들지도 몰라.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네 자신 때문에 네가 힘들어 할 지도 모르고, 아니면 너는 괜찮은데 누군가 자기들과 다르다고 널 힘들게 할지도 몰라. 그럴 때 어떻게 할까? 세상을 조롱하거나 원망하거나 분노하며 살아가면 될까? 그렇게 하면 그 모든 상황이 깨끗이 정리가 될까?


나무야. 하경이가 어제 입춘대길이라는 글을 예쁘게(?) 색칠해서 가져왔단다. 추운 겨울의 매서움이 얼마나 갈까? 서울에서는 추위에 지하철이 멈추기도 했지만 이제 봄이다. 입춘이라고 해도 추위는 한 동안 지속되겠지만 곧 봄을 지나 여름이 오겠지.


깡통은 나무에게 시간은 지나가니 불합리한 것들을 모두 인정하고 넘어 가자거나,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란다. 단지, 나무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아무리 추운 바람이 불어도 이제 봄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야.


나무야. 봄이 조만 간 온다고 해서 지금 추위에 떠는 사람들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 나무가 비난하고 조롱하고 분노하는 일이 무엇일까? 그리고 나무가 그런 상황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니? 나무야, 이제 네가 그 일을 하려무나.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어. 너는 이 세 사람들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라고 생각하느냐? 율법학자가 대답했습니다. “그에게 자비를 베풀어 준 사람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똑같이 하여라!”(쉬운 성경 누가복음 10장 36절,37절)


세찬 겨울바람을 뚫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2012년 2월 4일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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