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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과 태극기 그리고 애국심

최근 서울시에서 광화문 광장에 대형태극기를 설치 못하게 하는 것을 가지고 말이 많다. 말이야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던 나오기 마련이지만 사실 애국심이 어쩌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읽다보면 나는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중학교를 다닐 때...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는 대통령이 어디를 다녀오면 자주는 아니었지만 어쩌다가 태극기 흔들러 나가던 학교들 중 하나였다. 어쩌다 대통령을 위해서 태극기를 흔들게 되는 날이면 우리들은 차량(트럭이었는지 승합차인지 모르겠다)에서 나눠주는 작은 태극기를 들고 마구 흔들었다. 그 날은 학교 수업이 다 안 끝났던 것 같다.

 

우리는 대통령이 오기 전부터 태극기를 흔들었지만 혹여나 건너편에서 여학생들이 태극기를 흔드는 경우라도 생기면 다들 정신없이 태극기를 흔들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흔들고,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향해 흔들고, 버스가 지나가도 흔들고, 지나가는 경찰에게도 우리는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쳤다. 애국심? 그냥 손에 들린 건 태극기요. 없어져야 할 건 시간이니 우리는 그저 손에 든 것을 마구 흔들었을 뿐 애국심은 아니었다.

 

대통령이 짧은 시간 우리 앞을 지나간 뒤 그 많은 태극기들은 어찌 되었을까? 뭐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죄다 쓰레기로 던져졌다. 집에 들고 간 사람도 있지 않겠냐고?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내 주변에 있던 태극기들은 애들이 너무 흔들어 대서 다 찢어졌던 것만 생각난다. 태극기는 작았고, 재질은 얇은 종이였으니 혈기 왕성한 남자 녀석들이 마구 흔들었는데 그게 성하면 이상한 거 아닌가? 그리고 때때로 누가 더 빨리 흔들어대나 경쟁 아닌 경쟁을 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안 찢어져도 꾸깃꾸깃한 상태가 되었으니 그런 태극기를 누가 집에 들고 갔을까? 태극기는 그렇게 길바닥에 버려지거나 쓰레기 통으로 갔다.

 

태극기를 손에 들고 마구 흔들어도 애국심은 생기지 않는다. 하물며 태극기를 바라본다고 절로 생길까? 태극기는 상징일 뿐 실체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서울시 결정에 대해 국가관이며 애국심을 이야기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

 

사실 광화문 주변에는 서울시 말처럼 태극기 걸 곳도 많다. 그런데 왜 굳이 광화문 광장에 대형 태극기를 달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걸까? 정말 애국심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박원순 시장과 한 바탕 해야 할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면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선 사람들로 이 나라가 행복 만땅일까? 광복 70주년도 좋은데 지금 남과 북한의 관계가 평온한가? 아니 남한 내에서라도 평안한가? 애국심? 태극기만 집집마다 내건다고 애국심이 절로 나나?

 

지금 광화문 광장에는 아직도 세월호에 대한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에 대한 청문회를 한다고 해도 대형 방송사에서는 보여주지도 않고, 한 증인은 생명을 잃은 사람들에게 철이 없다는 말이나 하고, 다른 증인들의 불성실한 태도를 보면서 사람들은 당황스럽다.

 

아래 사진은 고명진이 쓴 다시 쓰는 그날 그 거리에서 실린 사진이다. 1987년 부산 문현동에서 찍은 사진인데 이런 태극기를 보면 다들 어떤 생각들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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