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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아비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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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27
    병원에서...
    깡통

단순히 믿는다.

3월 3일 하경이 동생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 한국입양홍보회에서 수요일에 입양 상담을 해주시는 ‘강영님’ 선생님과 통화를 했고, 하경이를 입양한 한국사회봉사회 ‘김춘희’ 부장님과도 통화를 했었다. 두 분 모두 3세 여아는 발생하기 쉽지 않다고 말씀하셨고, 한 곳만 생각하지 말고 여기 저기 연락하라고 말씀하셨다.


3월 3일 아침 성경에도 찾으면 찾을 것이라 했으니 내 할 도리를 다한다면 언젠가 하경이 동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인터넷으로 검색한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길을 나섰다.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간 기관에서의 답변은 예상대로 3세 여아는 발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미 예상했던 답변이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었지만 입양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입양을 위해 더 많은 기관들을 찾아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하신 구하고, 두드리고, 찾는다면, 얻을 것이고, 열릴 것이고, 찾을 것이라는 말을 믿는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며 내 연락처와 종종 전화를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출근하기까지 시간이 어정쩡해 모교인 성결대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도서관에서 인터넷으로 연장아 입양기관들을 찾아 전화번호를 몇 개 적었다. 그리고 그 중 한 곳에 전화를 했다. 하경이를 입양했다는 말에 부부가 와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한다. 아내는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는데 입양 상담을 보통 평일에 한단다.


상담 시간 때문에 머뭇거리자 입양 업무를 담당하는 분이 당직일 때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가능하다는 소리를 한다. 마침, 전화를 받은 분이 3월 12일 토요일 당직이라고 해서 아내와 상의하고 오후 2시로 상담 시간을 잡았다.


우리 부부가 하경이 동생을 입양하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와 아내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하경이와 함께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 아동보다 여자 아동이 하경이와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여아를 선택했다.


입양 과정도 문제지만 준비 없이 연장아를 입양했다가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알기에 조심스럽다. 그래서 입양을 준비하는 동안 연장아 입양과 관련한 자료들을 찾아 볼 생각이다. 우선 ‘한국입양홍보회’ 와 네이버의 ‘건강한 자녀 양육을 위한 입양가족모임’에 있는 게시판들을 찾아 연장아 선배들의 글을 읽고 있다.


요즘 저녁마다 아내와 하경이와 동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아이가 우리 가족이 될까? 하경이는 작아진 한복을 동생에게 주겠다고 한다. 지난 3월 1일 저녁에는 하경이가 종이 박스를 가지고 동생 집을 짓는다며 가위질을 했다. 잘 안되는지 하경이가 짜증을 내서 잘라진 종이를 박스 테이프로 붙여주니 이것저것 주문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집의 기능은 불가능이다. 결국 동생이 오면 다시 만들자는 말과 함께 박스는 사라졌다.


하경이 동생을 입양하기로 했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참 대단한 결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대단한 결정일까? 물론 연장아를 입양하겠다고 결정한 일은 대단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입양 자체는 대단한 일이 아니고 축하 받을 일이다.


어느 누가 아이를 임신했다고 하면 참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긴 요즘 아이 하나 양육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대단하다면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아이를 임신한 사람에게 당신은 참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입양은 한 아이가 가족을 만나고, 한 가족이 한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입양을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입양은 그리 대단한 일도, 존경받을 만한 일도 아니다. 그나 저나 하나님은 뭘 믿고 온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나와 아내에게 보내주셨을까? 생각할 수록 감사하다.


6살 먹은 아이와 카드놀이를 하면서 지지 않으려는 내 자신이 때때로 한심하지만 그래도 아내와 내게 하경이라는 아이가 있어 감사하고 고맙다. 하나님께서 또 다른 아이를 우리에게 보내주신다면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을까? 긴장과 걱정이 나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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