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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3
    산 너머 산
    깡통

공포와 저주의 단어 입양

보지도 못한 영화 때문에 부들부들 떨려보기는 처음이다.

 

‘바비’ 이상우 감독 “촬영中 과로로 병원까지 실려 간 첫 작품” 이라는 12월 22일자 헤럴드 경제 기사가 내 시선을 끈다.

 

바비’는 한국소녀 순영(김새론 분)과 미국소녀 바비의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과 입양이라는 국제적 제도 뒤에 가려진 가식적인 아름다움을 그린 작품.

 

이에 대해 이 감독은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해 사라졌지만, 아직도 동남아시아에서는 버젓이 입양이라는 명목 하에 소녀를 대상으로 인신매매가 벌어지고 있다”라며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조명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한국을 만나다’는 아리랑국제방송 제공으로 국내개봉과 함께 전 세계 약 166개국에서 방영하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도시영화 프로젝트이다.

 

기사를 읽고 궁금해서 이상우 감독의 바비라는 영화에 대해 여기 저기 찾아봤다. 부산영화제에서 7일부터 12일까지 상영 기간 내내 600 여석이 매진이었다는 기사도 읽었다.

 

여러 기사들을 종합해서 나는 바비가 미국에서 자신의 친생자녀와 심장을 바꿔치기할 소녀를 입양하러 한국에 온 스티브와 딸 바비 그리고 입양을 가게 되는 순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쿵쾅거리는 가슴을 쓸어가며 글을 쓴다.

 

지난 10월 부산 영화제 때 상영된 바비가 전 세계에 방영된다고 하니 매스껍고 속이 울렁거렸다. 현재도 동남아에서 입양이라는 명목 하에 소녀를 대상으로 인신매매가 벌어지고 있다는 이상우 감독의 말이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만든 영화를 약 166개국에서 방영한다니 해외에서 바비를 본 사람들은 한국에서 입양된 입양인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두렵다.

 

입양은 인신매매가 아니다. 영화를 보지 않아 뭐라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호적이 있는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그런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아이를 입양하려 하는 사람이 자신의 친생자의 심장을 바꿔치기할 대상을 찾아 입양을 계획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심장을 이식한려면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저 멀리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아이의 심장이 자신의 딸에게 적합한지를 알 수 있었을까? 영화를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상우 감독은 입양이라는 주제를 인신매매로 보고 입양이라는 틀 속에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생각한다.

 

이상우 감독이 매번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을 기사들을 읽으며 알았다. 그리고 또 다른 충격을 던지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무슨 큰일이라도 나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입양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바비라는 영화에 대한 기사들을 읽으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건 남의 이야기 아니라 내 이야기기 때문이다.

 

입양이 공포와 저주의 대상이라는 이상우 감독의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한다. 이상우 감독이 바비는 해외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면 나는 이상우 감독에게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 모두가 인신매매된 것이냐고 묻고 싶다. 미국이라는 나라 사실 나도 그렇게 많이 좋아하는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그 나라에서 한국이라는 곳으로 아이들을 입양하러 온 부모들이 스티브와 같은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상우 감독이 입양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면 입양 가정이 가지는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고민하기보다는 모든 것을 단순화 시켜 입양은 아동 매매고, 입양을 보내는 입장은 약자며, 입양을 하는 입장은 개인의 사욕을 채우는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풀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서 내게는 전수일 감독의 영도다리가 이상우 감독의 바비보다 더 가슴에 와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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