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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3
    산 너머 산
    깡통

하람이를 만나다.

지난 5월 9일 하람이를 만났다.


하람이를 오후에 동방사회복지회에서 만나기로 했다. 운전을 하는데 가슴이 떨린다. 아내는 하경이에게 말한다. 엄마 아빠가 너를 처음 만나러 가던 날도 많이 떨렸단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홍대를 지나 동방사회복지회로 향했다.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하람이를 만나라 계단을 오르다보니 해외 입양 부모인 듯 한 젊은 부부가 계단에 있다.


우리를 처음 만난 아이는 방긋 웃는다. 오전에 엄마하고 떨어졌을 텐데 아이는 웃는다. 아직 어려서 그런 걸까? 아이는 7월 22일 세상에 태어났다. 10개월인 아이를 안고서 아내는 연신 싱글벙글 이다. 아이는 하경이 어렸을 때를 많이 닮았다. 처음 하경이를 만나던 날 처럼 마음이 요동이다. 장은주 선생님과 또 다른 선생님에게 하경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5월 11일 입양의 날이라 사무실이 바쁘다. 친양자입양신고에 필요한 서류들을 넘겨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린다. 목동 근처에서 하경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상가 건물 화장실에 다녀왔다. 빵도 몇 개 사서 차에 올랐다. 집에 도착해서 하경이 생모가 보낸 옷들을 정리했다. 입양의 날이라고 온통 입양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사방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입양을 보낸 당사자인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하경이가 하람이 때문에 갈등이다. 좋아하는 마음과 질투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람이를 좋아하다가도 자기 방에 가서 한마디씩 소리친다. 엄마는 누구 엄만데 왜 하람이만 안아주는데. 소리치는 하경이는 자기 방안의 또 다른 방에 들어가 앉아있다. 며칠 전 접어뒀던 텐트를 펴달라고 해서 방에 설치를 했는데 설치하기를 잘했다. 하경이가 화가 날 땐 그 안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하람이는 잠을 잘 잔다. 생각처럼 울지않아서 안심이다. 원래 순한 건가? 아니면?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드나든다. 하람이가 생모가 보낸 보행기에 앉으려 하지 않는다.


10일 어머니와 작은 이모님과 동생 내외가 왔다. 아버지는 일을 하느라 오지 못하셨다. 하람이를 보고서 다들 하경이 어렸을 때를 닮았다고 한다. 2학년이 된 연우가 하경이게 한마디 한다. 이제 동생의 쓴 맛을 보게 되었군. 점심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하경이와 사촌들은 옥상을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렇게 시끄러운데도 하람이는 잠을 잘 잔다. 하람이가 잠만 잔 건 아니다. 잘 놀았다. 그러니 오해 없기를.


5월 11일 입양의 날이다. 한쪽에서는 싱글 맘의 날로 지킨다. 아내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어머니가 10시에 오셨다. 하경이를 궁더쿵에 데려다 주고 수궁동 주민센타에 가서 하람이를 동거인으로 올렸다.


이것저것 고민을 하다가 하람이를 입양으로 호적신고를 하기로 했다. 하람이 호적을 바꾸려니 복잡하다. 주민센타에서 구청 호적계에 전화를 했더니 입양신고서는 대법원에서 입양신고 서식을 찾으면 있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대법원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입양신고서식과 친양자입양신고관련서식만 있다. 이런 내가 찾는 자료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처음엔 하람이를 친양자입양신고를 할 까 생각했다.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친양자입양신고’에 필요한 서류들을 받아왔기 때문에 친양자입양신고를 하면 쉬웠을 텐데 양자입양으로 신고를 하려니 일이 복잡하다.


하경이 때 출산으로 신고하지 않고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으로 호적 신고를 했기 때문에 그 때 자료들을 찾아봤다. 6년 전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하경이를 입양할 때가 떠오른다. 법제처에서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에서 필요한 서식들을 찾았다.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다보니 입양의 날 행사장에 가지를 못했다. 일단 필요한 서류들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장은주 선생님에게 동방사회복지회에서 내게 보내 줄 서류들을 부탁하는 메일을 보내고 산어린이학교로 출근했다. 퇴근해서 집에 오니 아버지가 와 계신다.


누군가 내게 당신은 왜 하람이를 친양자입양으로 신고하지 않고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으로 입양신고하려고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저 하람이가 생모를 찾을 때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하람이 호적 문제를 풀어가려니 하경이를 친자로 호적에 올리지 않고 양자로 올린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자료가 없었다면 엄청 고민하다가 그냥 편하게 ‘친양자입양신고’를 했을 것이다.


하경이 호적 신고 할 때는 한국사회봉사회 김춘희 부장님을 귀찮게 했었는데 이제 하람이 때문에 동방사회복지회 장은주 선생님을 귀찮게 하고 있다. 정말 두 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 모든 서류가 정리되면 이름도 하람이라고 개명할 것이다.


성과 이름이 바뀌겠지만 하람이 생모는 그녀가 하람이에게 쓴 편지 내용처럼 하람이와 다시 만나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우리 부부는 기다린다. 아래 글은 하람이 생모가 쓴 편지의 일부다.


“엄마가 널 낳아도 엄마 노릇도 못했는데 정말 미안해 어린 나이에 널 낳아서 너가 이쁜 줄 모르고 키웠는데 ....
정말 엄마가 너한테 해줄 말은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 밖에는 없어 정말 좋은 곳으로 니가 가는 거니까 거기 가서는 아프지도 말고 사랑 가득 받고 나중에 커서 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보러와 엄마는 항상 너 기억 속에서 지우지 않고 살거야 엄마 맘 충분히 이해해줄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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