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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1
    오늘도 길을 걷다
    깡통

오늘도 길을 걷다

아침에 PC 방에서 글을 쓰고 1번도로를 타고 계속 걸었다. 걷다 수원성에 동북공심동 근처를 지나는데 갑자기 걷는 것도 좋지만 모처럼 나왔으니 구경이나 하다 가자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에라 모르겠다 방향을 바꿨다.

 

처음에는 성안으로 올라가는 길이 어딘가에 있겠지라는 단순 무식한 생각으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올라가다보니 성벽 너머로 들어가는 길이 안보인다. 헉....다시 동북공심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걷자니 약수터가 눈에 띈다. 연무약수터에서 물병에 물을 채우고 좀 쉬다가 원래 가던 길을 가다보니 이런 성벽 아래로 버스가 지나다닌다. 에구....

 

버스가 나오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창룡문이라는 버스 정류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도니 동창대가 나온다 동창대에서 무예를 익혔다고 해서 연무대라고도 하는 동창대를 끼고 동북공심동으로 올라가려니 문이 하나 열려 동창대에 들어갔다. 성벽쪽에 놓여있는 불랑기 5호가 3갠가 4개 눈에 띈다. 나오려니 중국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동창대에 올라 뭐라 뭐라 한다. 아마 나름 왕이 외치던 소리를 했던 것 같다. 어떻게 아냐고? 목소리를 들으니 그런 상황이라는 연상이...

 

동창대를 나와 동북공심동에 들어갔다 나와 다연발 쇠노를 쏘던 동북노대에 올랐다.  가는 길에 중국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안내인을 따라 온다. 성 벽에 난 구멍을 보더니 안내인이 뭐라 뭐라 하는데 내가 알아 들을 수 있던 말은 탕 탕 탕... 쩝... 탕 탕 탕은 만국 공용어인가 보다. 난 동북노대를 나와 창룡문에 올랐다가 1번 국도를 따라 계속 걸었다.

 

한참을 걷는데 공군체력훈련장이라는 안내 표시를 봤다. 그런데 그림이 골푸치는 그림이다. 헉....

 

수원을 나와 화성으로 들어가니 인도가 없다. 그래서 갓길을 따라 열심히 걸었다. 걷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활주로역이다. 왠 활주로? 그런데 비행기들이 길 건너편으로 연신 내려 앉는다. 그런데 소음이 장난 아니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다.

 

화성을 나와 오산을 들어서니 유엔군초전기념비가 있다. 1950년 7월 5일 오산에서 미군이 북한군과 처음 전쟁을 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기념비다.난 너무 배가 고파 초전기념비에 있던 왕돈까스 집에서 돈까스를 사먹고 밖에 있는 돌 의자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산 시장에 있는 이모님께 가려고 부지런히 걸었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오산 경계에서 얼마 안 걸릴 줄 알았는데 무지 멀었다.

 

이모님을 만나 인사드리고 가려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옥수수며 야구르트를 잔뜩 그리고 신권 지폐 5만원짜리를 하나 주신다. 에구 내가 드려야 하는데.... 갈길을 가려고 나와  아내에게 이모님 집에서 나왔다고 전화를 하고 1번 국도를 따라 다시 걸었다.그런데 어제 오른쪽에 잡혔던 물집과 오늘 왼쪽에 잡혔던 물집이 터졌다. 그래서 혹시 몰라 약국에 들려 소염제를 샀다. 약국에서 어디까지 걷느냐고 묻기에 예정상 1차로 천안까지 가려고 했는데 걷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천안 너머까지 갈 것 같다고 말하고 나왔다.

 

평택 경계를 넘어 여기가 어딘지 잘 모르겠는데 꽤 큰 상업지구에 들어왔다. 저녁도 먹고 지금 아니면 시간이 없을 것 같아 PC 방에 들어와 글을 쓴다. 상업지구라 그런디 시간 당 1200원이다. 쩝...잠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글쎄 아까 밥 먹을 장소를 찾다가 만화가계를 봤는데 오늘 만화가계에서 잠을 잘까? 사실 걸어오면서 오늘 노숙을 할 곳을 찾아봤는데 적당한 곳이 없다. 쩝...

 

국도를 따라가다보면 인도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갓길로 가야하는데 깜박등이 없으면 저녁엔 가지 않는게 제일 좋을 것 같다. 낮에도 갓길로 가려면 깜박등을 들고 걸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하물며 저녁에는 이 깜박등이 얼마나 요긴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계속 걷고 싶지 않다. 여기 어디서 잠자리를 찾아봐야 겠다. 사실 계속 걷기에는 조금 불안하다.

 

겨우 이틀 걸었지만 여러가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 인도가 왜 이모양이지? 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하게 된다. 어떤 곳은 경사가 지지 않나, 어떤 곳은 오르락 내리락 춤을 추지 않나, 인도를 따라 걷다간 발목 다치기 아주 딱이다. 그리고 가끔 인도가 사라져 갓길로 가야 하는 때도 종종 있다.

 

물 보충은 어제는 주민자치센타(동사무소)에 들어가 보충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은행과 식당을 주로 이용했고 화장실은 은행과 주유소를 이용했다. 오늘도 지하보도 때문에 1번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육교를 이용하느라 1번 계단을 오르내렸다. 에구 내 다리... 국도를 따라 가다보니 신호등이 많다는 걸 새삼스레 느낀다. 걸을 때는 잘 모르는데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동안 등 뒤에 실린 짐의 무계가 장난아니다.

 

내일은 최소 평택은 지날 것 같고 평택과 천안 중간 쯤 어디에서 멈출 것 같다. 그러면 목요일엔 천안을 넘어갈 것 같다. 그러면 계속 진행 방향을 어떻게 잡지? 음.... 계속 1번 국도를 따라 가야 하나? PC 방에 있으니 씻고 싶다. 내일 아침에는 싸우나라도 들어가 씻어야 겠다. 오늘은 물집 터진 곳에 물을 묻히고 싶지 않으니 만화 가계라도 가야 겠다. 야간 정액제가 여긴 얼마나 받을까???

 

사회적으로 복잡한 일들이 많지만 그냥 계속 걷기로 했다. 걷다보면 좀 뻔뻔해지는 날 본다. 아니 본래의 내 모습을 본다.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양말 벗고 발을 주무르고 누가 보든 보지 않든 허리 운동도 하고 이런 날 보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행스럽게 그늘이 있는 곳은 버스 정류장이고 그나마 사람들도 없다.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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