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입양이야기

10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1/04/08
    서울영림초등학교(2011년 4월 5일)
    깡통

서울영서초등학교(2011년 4월 29일)

엄마 없이 아빠와 며칠을 살고 있는 하경이는 오늘도 아침을 궁더쿵에서 먹어야 한다. 수업이 9시 10분에 시작하니 어쩔 수 없다.


한 번 가본 길이라고 마음이 여유롭다. 그런데 너무 여유를 부렸다. 우씨... 지하철역에서부터 달린다. 아...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몰러....


3학년 1반에 도착을 하니 시간이 간당 간당이다.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하고서 컴퓨터를 사용하겠다고 하니 준비를 해 주신다. 수업확인서에 먼저 사인을 받고 바로 수업을 시작했다. 28명의 아이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인지 궁금해 한다. 이미 다른 반을 통해 입양과 관련한 수업을 하러 왔다는 것을 아는 아이도 있다.


강의를 하면서 생각 없이 질문을 던졌다. 라면 다들 좋아하지요? 한 아이가 말한다. 저는 라면 싫어하는데요? 헉... 그렇구나. 라면을 좋아하는 많은 아이들 속에서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내가 생각하지 못했구나!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라면을 좋아한다고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너는 틀렸다고 말할 수 있나요? 없어요! 자 이제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라면을 끓일 때 냄비에서 물이 끓어요. 그렇다면 면을 먼저 넣는 사람, 자 그렇다면 스프를 먼저 넣는 사람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라면을 끓일 때 면을 먼저 넣는 사람이 있고, 스프를 먼저 넣는 사람이 있어요. 자기와는 다르다고 상대방을 틀렸다고 말할 수 없어요.


1반에서의 수업은 내게 또 다른 깨달음을 줬다. 그래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 수업을 끝내고 아이들과 인사를 했다. 다음 장소인 3학년 2반으로 갔다. 수업 시작 전이라 많은 아이들이 교실 바닥에 앉아 놀고 있다. 선생님은 10시에 수업이 시작된다고 말씀하신다. 남은 시간 체스를 가지고 알까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 뒤에 앉아 감탄에 빠졌다. 아 체스를 가지고도 알까기가 가능하구나!


수업을 시작할 때 한 아이가 나와 종을 친다. 선생님이 발도로프 교육을 지향하나? 28명의 아이들은 책상을 정리하고 정돈된 자세로 수업을 시작했다. 다른 반에 비해 웅성거림이 덜하다. 하지만 1반처럼 질문을 주고받는 재미는 약간 덜하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라면에 대한 질문이나, 손가락을 깍지 껴보라는 말에 반응이 온다. 어느 반이나 하는 질문 이 사람이 누구게? 2005년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서 막 연설을 시작하는 스티브잡스 영상을 보여주고 물어보면 여러 이야기들이 나온다. 빡빡머리요. 박사요. 오바마요. 유엔 총장이요. 여러 답들이 나오지만 잡스라는 답은 없다. 그나저나 내가 언제부터 스티브 잡스 홍위병이 된 거지?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계속 질문을 한다. 깡통은 나이가 어떻게 되요? 왜 아이들은 내 나이가 그렇게 궁금한 걸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